[손현덕칼럼] 하이! 하이퍼클로바X
초거대언어모델 선두주자
네이버 오늘 신제품 출시
MS, 구글 등과 맞서 싸우길
2년 전 미국에서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분쟁이 벌어졌다. 임대인은 아이폰으로 유명한 애플이고 임차인은 '포트나이트'란 게임을 만든 에픽. 에픽은 애플이 조성한 앱 생태계 안에 들어가 장사를 해서 돈을 버니 일종의 임차인이었다. 분쟁의 핵심은 이른바 인앱(in-app)결제. 말 그대로 물건을 팔고 돈 받을 때 애플이 깔아놓은 앱 시스템 내에서 하라는 것. 이에 불만을 품은 에픽은 자체 결제시스템을 마련해 소비자들로부터 돈을 직접 받고자 했다. 돈도 돈이지만 고객 정보가 중요했다. 내 고객이 누군지 아는 게 비즈니스의 기본이기 때문. 그랬더니 애플이 한 조치는 '방 빼, 나가'였다. 세 들어 사는 사람이라면 집주인에게 고맙다고 해야 당연한 거 아니냐는 식의 전형적인 '갑(甲)마인드'였다. 우여곡절 끝에 소송에서 에픽이 10개 꼭지 중 인앱결제 하나만 승리했는데 출혈이 상당했다.
판결이 나온 뒤 애플이 남긴 명언. "성공은 불법이 아니다." 도도함이 하늘을 찌른다. 같은 미국 기업마저 이런 판결이 나왔는데 힘없는 한국 기업들이야 오죽하겠는가. 그래서 바가지 수수료 이슈가 생겼고 을(乙)의 수모를 견디다 못해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이 연합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기에 이르렀다. 공정위가 한국 기업의 손을 들어주긴 했지만 애플의 안하무인 격 행동은 지속됐다.
애플뿐이겠는가. 재작년 대학가에서는 갑자기 구글에 저장해 둔 데이터를 정리하는 대소동이 벌어졌다. 대학 측은 수백 기가바이트 용량의 수업 영상과 자료를 구글 계정에 올렸는데 구글이 갑자기 "방 비워 달라"고 했기 때문. 기본은 줄 테니 일정 분량을 초과하면 별도의 요금을 내라는 게 구글의 방침이었다. 공짜 좋아하다 탈 난 꼴이다.
플랫폼이 불러오는 독과점 이슈는 필연적이다. 2014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프랑스의 장 티롤이 '공공선을 위한 경제학'이란 저서에서 핵심을 짚었다. 경제학적 전문용어를 빌리자면 네트워크의 외부효과와 규모의 경제, 내 친구가 구글서 놀면 나도 어쩔 수 없이 구글서 놀아야 하는 게 네트워크 외부효과고, 덩치를 키울수록 비용은 줄어드는 게 규모의 경제다. 이 둘이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승자독식의 세계를 만든다. 그럼 티롤의 해법은? 100점짜리 답은 없다.
생성형 AI 시대가 열렸다. 과거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모든 플랫폼이 초거대언어모델로 집중될 판이다. 그만큼 플랫폼의 독과점 이슈는 훨씬 심각해졌다. '미션 임파서블'에 나오는 대사를 패러디하자면 AI 플랫폼을 장악하는 자, 시장을 지배할 것이다.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혈투를 벌이고 국가 차원서 사활을 걸고 덤벼드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같은 영어권이며 동맹인 영국조차 우리나라 돈으로 16조원을 투입하면서 '주권능력(Sovereign Capability)'이란 슬로건을 내걸었다.
우리나라는? 이 거대한 전쟁터에서 민간 기업들만 외롭게 고군분투하고 있다. 현재 네이버, LG, 카카오 등 6개 기업이 각개전투를 하는 형국이다. 스타트업을 키워 생태계를 구축하고 인력 양성이 절실한데 정부 지원은 미미하다. 규제라도 안 하면 그나마 다행이다. 이런 상황에 오늘 선두 주자인 네이버가 한국어 기반의 생성형 AI를 선보인다. 마침 어제 신문협회가 저작권 침해 방지를 위한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언론인이 생산한 저작물을 무단 도용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우선 보편적 기준과 원칙을 만들고 그다음 신문콘텐츠를 활용해 돈 번다면 합당한 보상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다고 생성형 AI의 출범을 막을 수는 없는 노릇. 국가적으로 보면 자해행위다. 문 닫아걸고 살아갈 수 없는 세상. 우리 게 없으면 품질이 떨어지는 제품을 비싼 돈 내고 쓸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 국민과 기업을 위해 하이퍼클로바X의 탄생이 반가운 이유다.
[손현덕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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