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금으로 골프 치고 손녀 유학 보내고… 공익법인 77곳 `덜미`

최상현 2023. 8. 23.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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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금을 받아 고가의 골프회원권을 사거나, 이사장 가족의 해외유학비 등으로 펑펑 쓴 공익법인이 국세청에 적발됐다.

국세청은 올해 상반기 공익법인에 대한 개별 검증을 실시한 결과, 77개 법인에서 자금 부당유출과 공시의무 위반 사례 등이 다수 적발됐다고 밝혔다.

B공익법인은 해외에 거주하는 이사장 손녀의 해외 학교 등록금을 공익법인 자금으로 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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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부정사용 무더기 적발… 세금 26억 부과
자금 부당유출·공시의무 위반 금액 무려 473억 달해
국세청, 불성실 혐의 공익법인 39곳 추가 정밀검증
최재봉 국세청 법인납세국장이 2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세청에서 '기부문화 활성화를 저해하는 불성실 혐의 공익법인 엄정 대응'을 브리핑하는 모습. [국세청 제공]

국세청, 부정사용 무더기 적발… 세금 26억 부과하기로

기부금을 받아 고가의 골프회원권을 사거나, 이사장 가족의 해외유학비 등으로 펑펑 쓴 공익법인이 국세청에 적발됐다.

국세청은 올해 상반기 공익법인에 대한 개별 검증을 실시한 결과, 77개 법인에서 자금 부당유출과 공시의무 위반 사례 등이 다수 적발됐다고 밝혔다. 위반금액은 473억원에 달하며, 국세청은 26억원가량의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이처럼 부정 사례가 다수 나옴에 따라 국세청은 사적유용·회계부정·부당 내부거래 등 불성실 혐의 공익법인 39개에 대해 추가적인 정밀 검증을 시행하기로 했다.

A공익법인은 기부금으로 다수의 고가 골프회원권을 매입했다. 주무관청에는 '임직원 복리증진용'이라는 명목으로 신고했지만, 이사장 등 특정인만 사용하는 회원권이었다. 게다가 기부금으로 취득한 재산은 매년 4월 홈택스에 결산서류를 공시해야 하는데도, 골프회원권 취득을 누락한 불성실 공시 혐의도 받는다.

B공익법인은 해외에 거주하는 이사장 손녀의 해외 학교 등록금을 공익법인 자금으로 내줬다. 법인카드로 해외 거주 자녀의 국내 체류 생활비와 항공비 등으로 쓰도록 지원했다. 아울러 실제 근무를 할 수 없는 여건이었던 이사장 자녀와 배우자를 근로자로 위장해 급여를 허위로 지급하기도 했다.

C공익법인 이사장은 출연받은 체육시설을 자녀가 지분을 소유한 법인에 시세보다 현저히 낮은 가액으로 임대하는 방법으로 부당 내부거래를 저질렀다. 이사장 일가가 출자한 다른 법인에 건물관리를 전부 위탁하고 관리 수수료를 과다하게 지급했다. 이 같이 빼돌린 자금으로 이사장 일가는 고급 외제차와 골프장, 호텔 이용 등 사치생활을 영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은행 대출을 다른 법인으로 빼돌린 공익법인도 있다. 은행에서 고액의 자금을 대출받아 공익법인이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특수관계법인에 이 대출금을 무상으로 대여한 것이다. 은행에 지급할 이자는 전액 공익법인 자금에서 나갔다.

이사장 일가에 대한 '무상전세'도 국세청 조사 대상에 올랐다. D공익법인은 이사장 장모가 거주하는 배우자 소유 아파트를 공익법인 자금으로 매입했다. 아파트 소유주체가 공익법인으로 바뀌었지만, D공익법인은 장모에게 무상으로 임대했다. 나중에 이 아파트를 이사장 장모에게 양도하면서 양도소득 법인세 신고를 누락하기도 했다.

가짜 대출금에 고액 이자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돈을 빼돌린 공익법인도 있다. 출연법인과 공모해 자금을 빌리고 시중금리보다 높은 금리로 이자를 지급한 E공익법인은, 나중에 국세청이 확인해보니 돈을 빌리지도 않았다. 장부에 허위차입금을 계상한 것이다. 이 공익법인의 이사장은 법인카드를 자기 집 근처 골프장과 호텔, 고급음식점 등에서 사적으로 사용했다.

F공익법인은 이사장이 대표인 영리법인에서 고액을 기부받아 예금이자와 부동산 임대수입으로 공익사업을 운영해왔다. 공익법인 정관에는 "수혜자의 출생지와 출신학교, 근무처 등에 의해 공익 수혜를 차별을 두지 않는다"고 규정돼 있지만, 해당 영리법인과 계열기업의 임직원 자녀에게만 장학금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 관계자는 "공익법인의 투명성 강화를 위해 신고 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기부금을 사적으로 사용하거나 공익법인 자금을 불법으로 유출하는 등 세법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최상현기자 hy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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