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플랫폼, 노동수요 독점력 낮춰야 노동자 보호 가능”
배달 노동자 등 플랫폼 노동자를 보호하려면 플랫폼 기업의 ‘노동수요 독점력’을 낮춰야 한다는 국책연구원의 제언이 나왔다. 노동자가 자신이 생산한 가치보다 낮은 대가를 받으면서도 일을 그만두지 못할 정도로 노동수요를 독점하는 플랫폼은 규제를 통해 독점력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23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낸 ‘플랫폼 종사자에 대한 사회적 보호 설계’ 보고서에 따르면 플랫폼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먼저 플랫폼 기업의 노동수요 독점력을 중심으로 대책을 세워야 한다. 노동수요독점력은 기업의 독점력과 대칭되는 개념으로 노동자가 생산한 가치보다 낮은 수수료를 책정할 수 있는 힘을 뜻한다. 만약 플랫폼의 노동수요 독점력이 높다면 해당 플랫폼 종사다들은 낮은 대가를 받더라도 다른 플랫폼으로 옮기기 어렵다.
실제로 KDI가 지난 1년간 배달 라이더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봤더니 전체 응답자의 39.8%는 플랫폼을 바꾸지 않은 비이동자로 나타났다. 2개 이상의 배달 앱을 동시에 이용(멀티호밍)한 비율은 전체의 46.5%에 달했다. 멀티호밍의 이유로는 ‘소득이 충분하지 않거나 소득을 높이기 위해서’라는 응답 비중이 대부분을 차지했는데 이는 여러 플랫폼을 사용하는 동기가 비자발적임을 시사한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설문조사에서 배달앱 노동자의 약 71%는 자신이 일하는 형태가 임금 근로에 가깝다고 답했다. 또 배달앱이 노동자의 보수 수준을 결정하고 있고, 평점·후기 등 실질적인 업무 수행평가 시스템도 운영되고 있었다. 업무 수행 평가에 따라서는 일거리 제한이나 계정 정지와 같은 ‘페널티’를 받기도 했다. 보고서는 “배달앱의 경우 배달앱 종사자들에게서 알고리즘에 의한 통제나 플랫폼 간 전환의 어려움 등이 관찰됐다”며 “높은 노동수요독점력을 우려할 만한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KDI는 플랫폼 종사자에 대한 실효적 보호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먼저 플랫폼의 노동수요독점력을 낮추거나 그 남용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간 국내 플랫폼 종사바 보호 논의는 노동자성 인정 여부를 중심으로 이뤄졌는데, 노동자와 사업자로 나눈 이분법적 관점은 다양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대다수 플랫폼 종사자를 보호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한요셉 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해당 플랫폼의 수요독점력을 측정해서 사회적 보호 수준을 비례적으로 결정하는 접근방식이 필요하다”며 “수요독점력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판단되면 거래상지위에 준하는 상황으로 판단해 거래상지위 남용 규제를 적용하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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