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술 마셔도 ‘알코올 중독’ 아닐 수도?...알코올 중독 진단하는 의외의 기준

서애리 2023. 8. 23.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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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음주 문화가 다양한 형태로 변했다. 다 함께 모여 술을 마시던 문화에서 혼자 좋아하는 콘텐츠를 보며 혼자 술을 즐기는 '혼술', 성향이 맞는 사람끼리 즐기는 '홈 파티', 양보다 질을 즐기는 '파인 다이닝' 등으로 음주 문화가 바뀌었다.

그러나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발간한 '2022년 알코올 통계자료집'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의 연간 음주율은 2020년 전체 78.1%로 10년 전인 2010년 전체 79.1%와 큰 차이가 없었다. 이에 알코올 중독 문제도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중요한 건 알코올 중독 진단을 제대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지 않아, 자신이 알코올에 중독됐는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알코올 사용장애 진단 기준은 무엇일까?

알코올 중독의 중요한 진단 기준은 양이나 횟수가 아니라 의존도이다 |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알코올 중독자는 증가했는데 진료 환자는 감소...그 이유는?
많은 사람이 술을 마시는 양, 횟수가 많으면 알코올 사용장애라고 생각한다. 술은 1% 이상 알코올이 함유된 음료로 소화기관에 흡수되어 간에서 분해한다. 이 과정에서 아세트알데히드라는 독성물질이 발생하는데 체질적으로 분해 효소가 부족하거나 과음 등으로 분해 능력이 부족한 경우 홍조, 두통, 어지럼증 등 신체에서 독성 반응이 나타난다. 지나친 음주는 뇌, 심장, 소화기, 신장, 호흡기 등 여러 질환의 원인이 되며 우울, 기억상실, 학습장애 등 정신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또한 과음으로 인해 다음날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것부터 주취폭력, 음주운전 등 사회적으로도 문제가 된다. 과음을 통제하지 못하는 경우가 잦아지면 알코올에 중독되기 쉽다.

흔히 알코올 중독이라 알려진 알코올 사용 장애는 음주로 인해서 정신적, 신체적, 사회적 기능에 장애가 오는 것을 의미한다. 대부분의 물질 중독과 마찬가지로 알코올 사용 장애는 술을 마시지 않을 때 금단증상이나 음주 욕구가 생기거나 스트레스를 풀고 즐거움을 찾기 위해 술을 더 찾게 되는 증상이 가장 흔하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알코올 중독자 수는 2018년 150만 5,390명, 2019년 151만 7,679명, 2020년 152만 6,841명을 기록하며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알코올 중독자 중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2018년 7만 1,719명, 2019년 7만 1,326명, 2020년 6만 4,765명으로 감소하고 있다. 이는 스스로를 알코올에 중독됐다고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알코올 사용장애는 단순히 술을 마시는 양이나 횟수로 진단하지 않는다. 알코올 사용장애의 주요 진단 기준은 술을 마시는 패턴과 술을 마신 후의 결과이다.

마시는 양·횟수 상관없어...알코올 의존도가 핵심
흔히 알코올 중독이라고 부르는 알코올 사용장애의 정식 의학 용어는 '알코올 의존증'이다. 하이닥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의사 한경호 원장(탑정신건강의학과의원)은 "알코올 중독은 다음과 같은 4가지 중 2가지 이상이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라고 밝혔다. 한 원장이 밝힌 4가지 기준은 △술을 조절해서 마시는 능력 상실 △술을 마시지 않을 때 나타나는 금단 및 같은 효과를 내기 위해 음주량이 점차 늘어나는 내성 발생 △음주로 인한 일상생활 및 인간관계 등의 문제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술을 마시고 싶은 욕구와 실제로 마시는 행동 등이다. 한 원장은 덧붙여 "많은 이들이 술을 마시는 양과 횟수를 알코올 중독 기준으로 생각하지만 알코올 의존 여부가 판단의 기준이 된다"라고 강조했다.

알코올 사용장애는 DSM-5의 물질-관련 및 중독 장애의 하위 범주에 속하는 장애이다. 물질-관련 및 중독 장애는 물질 사용 장애와 물질 유도성 장애로 구분되고, 물질 유도성 장애는 다시 물질 중독, 물질 금단, 물질/약물 유도성 정신장애로 구분된다. 알코올 관련 장애 역시 알코올 사용 장애와 알코올 유도성 장애로 구분된다. 또 알코올 유도성 장애는 알코올 중독, 알코올 금단 그리고 다양한 알코올 유도성 정신장애들을 포함한다. 자신이 알코올 사용장애에 속하는지 보다 정확히 진단하고자 한다면, 알코올 사용장애에 대한 DSM-5의 진단 기준 11가지 항목 중 2가지 이상에 해당되는지 확인하면 된다. 2가지 이상에 속하면 알코올 사용장애일 확률이 높다.

△종종 술을 의도했던 것보다 많은 양, 오랜 기간 마심 △술 마시는 양을 줄이거나 조절하려는 욕구가 있고 노력했지만 실패한 경험 △술을 구하거나 마시기 위해 많은 시간을 보냄 △술에 대한 갈망과 강한 욕구가 있음 △술을 반복적으로 마셔 직장, 학교, 가정 등에서 문제가 발생함 △술로 인해 대인관계 등에 문제가 생기고 악화되지만 술을 끊지 못함 △술로 인해 직업활동, 여가활동을 포기하거나 줄임 △술로 인해 건강이 나빠짐에도 끊지 못함 △술로 인해 신체적, 심리적 문제가 생기고 악화될 가능성을 알지만 끊지 못함 △갈수록 많은 양을 마셔야 만족하는 등 내성이 생김 △금단 증상이 나타남.

알코올 사용장애 위험성 간과해서는 안 돼…끈기를 갖고 치료에 임해야

자신이 알코올 사용장애에 해당한다면 최대한 술을 마시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물론 다양한 금단 증상이 나타난다. 약간의 불안감과 땀 흘림, 손 떨림이 올 수 있고, 심하면 경련이 발생하기도 한다. 자꾸 무언가를 착각하거나 환시가 보이는 정신 이상이 생길 수도 있다.

하이닥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의사 이소영 과장(의료법인진주의료재단진주성남병원)은 "알코올 중독은 때때로 중독의 경과 중에 기억상실(필름 끊김)과 관련이 되며, 혈중 알코올 농도가 높거나, 높은 농도에 도달하는 속도가 빠를 때 주로 나타난다"라며 "술은 각종 암 발생 위험을 높이고, 위염, 위궤양, 췌장염, 간염 발생을 촉진하며 심장근육을 약화시켜 돌연사할 가능성도 높인다"라고 알코올의 위험성에 대해 언급했다. 이 과장은 "금주를 위해 술 대신 스스로에게 건강한 쾌락을 주는 것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알코올 사용장애는 스스로 금주를 통해 치료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치료시기를 놓치지 말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적절한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도에 따라 상담치료, 약물치료, 가족치료 등을 적용할 수 있다. 알코올 사용장애는 단기간에 치료되는 질병이 아닌 만큼 끈기를 가지고 치료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

도움말 = 하이닥 상담의사 한경호 원장 (탑정신건강의학과의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하이닥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의사 이소영 과장(의료법인진주의료재단진주성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서애리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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