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아동 성폭행범 감형한 대법원장 후보자…‘자백해서, 젊어서, 다른 범죄 없어서’

백인성 2023. 8. 2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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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이균용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12세 아동을 여러 차례 성폭행한 20대 남성의 항소심 사건에서 남성의 형을 징역 10년에서 징역 7년으로 감형해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당시 남성은 아무런 피해 보상을 하지 않았고, 아동의 가족들은 남성의 엄벌을 탄원하는 상황이었습니다. KBS는 이 후보자가 그동안 선고했지만, 언론에 알려지지 않았던 하급심 사건들을 입수해 살펴봤습니다.

■ 12살 여아 3회 성폭행·피해자 가족 엄벌 탄원에도 감형

우선 KBS가 입수한 2020년 서울고등법원 판결문을 보면, 이 후보자는 미성년자의제강간, 아동복지법위반(아동에대한음행강요·매개·성희롱)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 A 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깨고 징역 7년으로 형을 줄였습니다.

앞서 A 씨는 인터넷 채팅에서 만난 12세 아동을 3차례 성폭행하고 가학적인 성적 행위를 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형법은 13세 미만의 아동과 성행위를 한 경우 합의가 있더라도 강간으로 간주,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처벌하고 있습니다.

형법 제297조(강간)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형법 제305조(미성년자에 대한 간음, 추행)
① 13세 미만의 사람에 대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는 제297조, 제297조의2, 제298조, 제301조 또는 제301조의2의 예에 의한다.

과거 A 씨는 군 복무 중에도 아동과 SNS로 음란한 이야기를 주고받은 사실이 적발돼 벌금형을 선고받았고, 제대 후에도 SNS에서 알게 된 2명의 아동에게 음란 사진 등을 보내게 하는 범행을 저질러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보호관찰 처분을 선고받았습니다.

A 씨의 미성년자 강간 범행은 앞서 선고된 집행유예·보호관찰 기간 중 저질러진 것이었습니다.

아울러 A 씨는 아동 및 그 가족과 합의하지 못했고, 아무런 피해 배상도 하지 않아 피해자의 가족들이 엄중한 처벌을 해달라고 탄원하는 상황이었습니다.

1심 서울중앙지법은 A 씨에게 징역 10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정보공개 7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 및 장애인복지시설에 각 10년간 취업제한, 15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의 부착을 함께 명령했습니다.


이 후보자 역시 "범행 경위와 수법, 횟수, 피해자의 나이, 피고인과의 나이 차이 등에 비추어 그 죄질이 매우 나쁘다"며 "아직 성적 정체성과 가치관이 형성되지 않은 피해자는 이 사건 각 범행으로 인하여 회복하기 어려운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받았고, 그 가족들이 받은 충격 또한 매우 컸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그런데도 피고인은 피해자와 그 가족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하였고, 이들의 피해를 회복시키지도 못하였으며, 피해자의 가족들은 피고인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원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 사건에 관한 기억은 피해자가 올바른 성적 가치관과 자아를 형성함에 있어 심각한 장애요소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며, "각 범행의 죄질, 피해자가 입은 피해 및 회복 정도, 피고인의 범죄전력 등에 비추어 피고인에게 상당한 중형을 선고해야 함은 분명하다"고 판결문에 적었습니다.

하지만 이 후보자는 "원심이 선고한 징역 10년의 형은 지나치게 무거워 부당하다"며 A 씨의 형을 징역 7년으로 줄였습니다. 이 후보자가 양형에 대해 언급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한편, 피고인은 원심에서부터 이 사건 각 범행을 모두 자백하며 책임을 인정하고 있으며, 앞서 본 범죄들 외에 다른 범죄를 저지른 사실은 없다. 피고인은 아직 개선·교화의 여지가 남아 있는 20대의 비교적 젊은 나이이다. 피고인이 출소한 후에도 피고인의 재범을 어느 정도 억제할 수 있도록 15년간의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포함한 장기의 여러 부수처분을 함께 선고한다는 점은 피고인의 재범 위험성을 평가함에 있어 일부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이 사건 각 범행의 죄질, 피해자가 입은 피해 및 회복 정도, 피고인의 범죄전력 등에 비추어 피고인에게 상당한 중형을 선고해야 함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정도는 범죄와 형벌 사이의 균형, 범행에 상응하는 책임의 정도, 형벌의 기능인 범죄에 대한 응보, 일반예방 및 특별예방의 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정하여야 하는데, 이러한 기준에 따라 앞서 본 정상들을 종합해 보면, 원심이 선고한 징역 10년의 형은 지나치게 무거워 부당하다고 인정된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있다.

■ "유흥업소 근무 알리겠다" 성폭행…징역 7년→3년

이 후보자는 2021년 1월, 강간 및 카메라이용촬영 등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7년을 받은 20대 남성 B 씨에게도 징역 3년으로 형을 감형해줬습니다.

앞서 B 씨는 2020년 피해자의 가족과 남자친구에게 피해자가 유흥업소에서 근무했던 사실을 알리겠다고 협박해 6차례 성폭행한 혐의를 받았습니다.

B 씨는 또 잠든 피해자의 신체를 촬영하거나 피해자에게 성적 굴욕감을 느끼게 하는 행동을 하도록 강요한 뒤 이를 촬영하고, 영상을 피해자 지인들에게 유포하겠다며 다시 위협하기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B 씨는 돈을 요구하며 피해자를 스토킹하기도 했습니다.

1심은 B 씨에게 징역 7년과 40시간의 성폭력치료프로그램 이수, 정보통신망을 통한 정보공개·고지 7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 및 장애인복지시설에 각 10년간 취업제한을 선고했습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①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형법 제324조(강요)
①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그러나 이 후보자는 카메라이용촬영 혐의가 아닌 강요 혐의를 인정하고, "피해자가 매우 큰 고통과 공포를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피고인이 아무런 범죄전력이 없는 초범이고, 아직 개선·교화의 여지가 남아 있는 20대의 비교적 젊은 청년"이라며 징역 3년으로 감형했습니다.

또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자신의 잘못에 책임을 지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고, 5천만 원은 피해자에게 조건 없이 지급하고 피해자가 처벌불원의 의사를 표시할 경우 5천만 원을 추가로 지급하겠다고 했는데 피해자는 이 중 5천만 원을 수령해 그 범위 내에서 피해가 회복됐다"며 감형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이어 취업제한명령의 선고, 신상정보의 등록만으로도 재범 방지 효과를 어느 정도 거둘 수 있다고 보인다며, B 씨에 대한 정보공개명령 및 고지명령은 면제해 줬습니다.

■ '조건만남' 남성 돈 뜯은 일당엔 징역형 실형

KBS가 입수한 또 다른 판결문을 보면, 이 후보자는 지난 2020년 미성년 여성과 공모해 성매매를 할 것처럼 꾸며 40만 원을 받아낸 후, 피해자가 이를 돌려달라고 하자 폭행을 가해 특수강도 혐의로 기소된 남성에게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이 남성은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앞서 C 씨 등 3명은 2018년 미성년 여성과 공모해 스마트폰 채팅 앱을 통해 이른바 '조건만남'을 시도한 남성을 모텔로 끌어들였습니다.

C 씨 일당은 이후 여성과 남성이 함께 투숙한 모텔 방으로 찾아가 "내가 이 여자애 남자친구다. 미성년자다. 신고할 것이다"라고 소리를 질러 남성을 협박하고, 남성이 "성매매를 하지 않았다"며 돈을 돌려달라고 말하자 남성이 방을 나가지 못하도록 막고 주먹으로 폭행을 가했습니다.

이 후보자는 "피고인은 공범들과 사전에 역할을 분담하고 계획적으로 범행에 나아간 것으로 범행의 경위와 수단, 방법 등에 비추어 그 죄질이 상당히 나쁘다"며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용서를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C 씨는 직접적인 폭행을 가하진 않았고 범행으로 인하여 실질적으로 취득한 이익은 없거나 적은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이 사건으로 항소심 재판 계속 중임에도 공판기일 변경을 신청하거나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공판기일에 불출석하는 등 재판에 성실하게 임하지 않았다"며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이 외에도 이 후보자는 매매가 금지된 대마를 여러 차례에 걸쳐 구매하려 했지만 마약 판매상에게 돈만 받고 보내주지 않아 구매에 실패한 사건에서, 피고인에게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기도 했습니다.

■ 고 백남기 농민 사망 경찰 책임자엔 벌금형

이 후보자가 선고한 판결 가운데 언론에 알려진 건 고(故) 백남기 농민 사망 당시 집회에서 지휘·감독을 소홀히 한 혐의로 기소된 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 사건이 대표적입니다.

이 후보자는 지난 2019년 서울고법 부장판사로 재직하면서 구 전 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을 뒤집고 유죄로 판단,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앞서 백 씨는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가했다가 경찰 살수차가 직사한 물대포에 머리 등 가슴 윗부분을 맞은 뒤 쓰러졌고, 두개골 골절과 외상성 경막하 출혈로 약 10개월 동안 의식불명 상태에서 치료받다 이듬해 9월 숨졌습니다.

구 전 청장은 이 사건과 관련해 당시 시위진압을 지휘한 경찰 책임자로서 지휘·감독을 소홀히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1심은 구 전 청장에겐 현장 지휘관에 대한 일반적인 지휘·감독상 주의 의무만 있어 살수의 구체적 양상까지 인식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이 후보자는 판단을 뒤집어 구 전 청장의 책임을 인정해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2심은 "서울경찰청 상황센터 내부 구조나 기능, 무전을 통해 실시간 현장 상황을 파악할 체계가 구축된 점, 상황센터 내 교통 폐쇄회로TV 영상이나 보도 영상 등을 종합하면 당시 현장 지휘관이 지휘·감독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구 전 청장은 현장 지휘관의 보고를 받기만 할 것이 아니라 적절히 지휘권을 행사해 과잉 살수가 방치되지 않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필요한 조치를 했어야 함에도 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집회·시위 현장에서 불법·폭력행위를 한 시위 참가자가 민·형사상 책임을 지듯이, 경찰이 쓴 수단이 적절한 수준을 초과한다면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후보자는 또 회삿돈 300여억 원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기소된 고(故)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아들 정한근 씨의 항소심 사건을 맡아 1심과 같이 징역 7년을 선고하기도 했습니다.

대법원은 이 후보자의 해당 판결에 대해 청문회 과정에서 해명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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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성 기자 (isbaek@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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