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 바블헤드' 받아든 4만명 "어썸킴" 외쳤지만, 하필 그랜드슬램 다음날 완패

헬멧이 벗겨질 정도로 달리는 김하성의 허슬은 샌디에이고 구단의 상징이 됐다. USATODAY연합뉴스

샌디에이고가 구단 홈페이지에 게시한 김하성 바블헤드 데이 안내 팸플릿. 사진=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홈페이지 캡처

김하성이 6회말 중전안타를 치고 나가 더그아웃을 향해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에게는 23일(이하 한국시각) 홈구장 펫코파크에서 열린 마이애미 말린스전이 무척 특별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날은 구단이 지정한 '김하성 바블헤드(bobblehead) 데이'였기 때문이다. 구단은 펫코파크를 찾은 관중 4만명에게 이를 선착순으로 배포했다. 무려 4만3430명의 만원관중이 야구장을 가득 메웠다. 원래 바블헤드는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경품으로 어느 구단이든 해당 이벤트가 열리는 날에는 호황을 이룬다.

그런데 김하성 바블헤드는 다른 선수들의 그것과는 상당히 다른 특징을 갖고 있어 이전부터 관심을 끌었다.

샌디에이고는 구단 홈페이지에 '헬멧이 탈착 가능한 김하성 바블헤드는 베이스를 누비는 그의 허슬 플레이를 상징한다. 이 품목은 선착순으로 입장 관중 4만명에게 나눠준다'고 알렸다. 즉 타격이 아니라 베이스러닝을 형상화한 것이다. 구단의 설명대로 헬멧을 떼어낼 수 있고, 보통 방망이를 들고 타격폼을 취하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김하성은 달리는 모습을 하고 있다.

샌디에이고는 또한 구단 트위터에 김하성의 바블헤드를 동영상으로 소개하며 '충격적이다. 헬멧이 벗겨진다'는 문구를 달았다.

이날 마이애미전을 관전하러 온 한 팬이 김하성 바브헤드를 자랑스럽게 내보이고 있다. 사진=MLB.TV 캡처

구단의 이런 적극적인 홍보가 의미하는 바는 뭘까. 다름 아닌 김하성의 존재감이다. 이제는 샌디에이고의 상징과도 같은 선수로 인식하고 있다. 김하성의 가치는 지난 6월 23일 붙박이 톱타자로 나선 이후 부쩍 치솟았다.

김하성이 타선을 이끌면서 샌디에이고의 공격 컬러가 이전과 크게 달라졌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샌디에이고의 게임당 평균 득점은 4.46점으로 NL 10위, 서부지구 4위였다. 4.62점으로 NL 7위, 서부지구 3위로 올라섰다.

김하성은 리드오프로 52경기에 나가 타율 0.299(204타수 61안타), 11홈런, 26타점, 42득점, 출루율 0.394, OPS 0.899를 마크하고 있다. 시즌 타율 0.280, 출루율 0.369, OPS 0.817을 크게 웃돈다.

특히 이날 경기에 기대가 모아졌던 것은 김하성이 전날 메이저리그 데뷔 첫 그랜드슬램을 터뜨리며 승리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하루가 지났음에도 그 환희와 여운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김하성은 다시 리드오프 3루수로 선발출전했다.

하지만 샌다에이고는 3안타의 빈타에 허덕이며 0대3으로 완패했다. 올시즌 들어 가장 무기력했던 경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타를 친 선수는 김하성과 제이크 크로넨워스, 가렛 쿠퍼 뿐이었다.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2볼넷을 얻었을 뿐, 소위 고연봉 타자들은 모두 침묵했다. 후안 소토 4타수 무안타, 매니 마차도 4타수 무안타, 잰더 보가츠 3타수 무안타로 각각 침묵했다.

김하성도 안타 하나가 있을 뿐 전날같지 않았다. 더구나 6회 안타를 치고 나간 뒤 2루 도루에도 실패했다. 다만 수비에서는 군더더기 없는 포구와 송구로 여러차례 호수비를 펼쳐보였다. 4만여명의 홈팬들이 그의 별명인 "어썸 킴(awesome Kim)"을 외쳤음은 물론이다.

샌디에이고는 60승67패를 마크, NL 와일드카드 3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승차가 6경기로 벌어졌다. 가을야구를 꿈꾸기에는 더욱 쑥스러운 상황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