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방위 사이렌 소리에 전국이 '잠시 멈춤'…20분간 대피 훈련

장아름 2023. 8. 23.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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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에 공습대비 훈련 실시…접경지·도심·학교·공항서 동참
'생각보다 잘 안 들어가네' (춘천=연합뉴스) 강태현 기자 = 공습 대비 민방위훈련이 진행된 23일 오후 강원 춘천시 사북면 민방위대피소에서 주민들이 핵 공격에 대비한 방독면 착용 훈련을 받고 있다. 2023.8.23

(전국종합=연합뉴스) "쉬워 보였는데 막상 방독면을 착용하려니 머리에 잘 안 들어가네요."

23일 전국에서 공습 대비 민방위 훈련(민방공훈련)이 6년 만에 이뤄졌다.

오후 2시 사이렌이 울리자 거리를 걷던 시민들은 공무원들의 안내 속에 가까운 지하철 역사나 정부 대피소로 대피하면서 15분간 전국이 '잠시 멈춤' 상태가 됐다.

접경지역 대피소, 실제 상황처럼 훈련

강원 철원·화천·양구·고성·인제·춘천 6개 접경지역 50개 정부 지원 대피소에는 사이렌 소리를 들은 주민들이 속속 몰려들었다.

춘천의 유일한 접경지 정부 대피소인 사북면 대피소에도 주민 20여명이 모였다.

농사를 짓던 일부 주민들은 흙이 묻은 장화를 신은 채 부랴부랴 뛰었다.

접경지역 대피소에서는 핵 공격에 대비한 대응과 방독면 착용 요령 훈련이 이뤄졌다.

배추 농사 중 경보음을 듣고 대피한 이선희(65)씨는 "방독면 쓰는 게 쉽지 않았다. 미리 숙지해두면 긴급한 상황에서 잘 대처할 수 있을 것 같아 유익하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서해5도 주민 안전 대피 훈련' (인천=연합뉴스) 임순석 기자 = 23일 오후 인천시 중구 영종도 해경기지에서 열린 '서해5도 주민 출도 및 구호 훈련'이 실시되고 있다. 이날 훈련은 을지연습 연계 전시상황 대비 도서주민 실제 구호 훈련이다. 2023.8.23 soonseok02@yna.co.kr

경기 동두천시 동두천시민회관에서는 연막탄이 터지며 50여명의 시민이 주민 대피소로 대피했다.

훈련이 없어 6년간 개방되지 않았던 대피소에는 화장실과 침구류부터 각종 비상식량, 상비약품, 라디오, 성냥 등이 마련돼 있었다.

주민 박모씨는 "이곳에서 40년 넘게 살면서 대피소가 있는지 처음 알았다"며 "한 달은 거뜬히 버틸 수 있을 거 같다"고 말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이 대피소에서 함께 방독면 착용과 심폐소생술 훈련을 받았다.

이 장관은 "민방위 훈련은 모든 국민이 반드시 참여해야 할 필수적인 훈련"이라며 "20분간의 짧은 훈련이지만 충실히 참여해 위기 순간에 자신 가족 이웃의 생명을 지킬 수 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접경수역인 인천시 옹진군 백령도와 연평도 일대에서도 서해5도 주민 출도 및 구호 훈련이 이어졌다.

대규모 종합 훈련은 2010년 연평도 포격전 이후 처음으로, 북한이 기습적으로 포격 도발을 감행한 상황을 가정하고 서해5도 주민 50여명이 해경 공기부양정에 올라 안전하게 섬 밖으로 빠져나가는 연습을 했다.

연막, 폭음, 경보 사이렌 속에 다친 주민들을 육지로 이동시키고 구급차에 싣는 등 실제와 같은 생생한 훈련이 펼쳐졌다.

민방공 훈련 위해 지하철역으로 대피하는 시민들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일반 국민까지 참여하는 공습 대비 민방위 훈련(민방공훈련) 6년 만에 실시된 23일 오후 서울 중구 시청역에서 시민들이 대피 훈련을 하고 있다. 2023.8.23 ksm7976@yna.co.kr

전국 도심·학교 유치원도 20분간 '멈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도 차량과 시민 이동이 통제됐다.

지하철 1호선 시청역 주변을 걷던 시민들은 오후 2시부터 사이렌이 울리자 역사 안으로 들어갔다.

역 내부에서는 서울 여성단체협의회가 시민에게 주먹밥과 감자를 나눠줬고 수도방위사령부와 서초예비군훈련대가 훈련 장비를 소개했다.

언론, 역내 방송, 재난 문자 등으로 훈련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다만 역에서 15분간 나갈 수 없다는 안내에 한 시민은 "그렇게 오래 있어야 하느냐"며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다.

선생님 손 꼭 잡고 대피 (대구=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 전 국민이 참여하는 공습 대비 민방위 훈련(민방공훈련)이 6년 만에 실시된 23일 대구 수성구 황금유치원에서 어린이들이 방재 모자를 쓰고 대피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2023.8.23 psik@yna.co.kr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들도 공습 상황을 가정한 대피 훈련을 했다.

대구 황금유치원에서는 어린이들이 두툼한 면 소재의 노란 지진 방재 모자를 쓰고 훈련에 참여했다.

사전 교육을 마친 어린이들은 선생님 손을 꼭 잡고 사뭇 긴장된 표정으로 대피했다.

경기 수원시 정자초등학교 학생들도 사이렌 소리가 나자 고개를 숙인 채 가방으로 머리를 가리며 차례로 복도로 모였다.

학생들은 경광봉과 형광조끼를 입은 교사의 인솔에 따라 잰걸음으로 복도를 통과해 대피 장소로 이동했다.

교직원들은 위층부터 차례로 내려오며 미처 대피하지 못한 아이들이 있는지 살폈다.

화생방물질 처리…양양국제공항 대테러 훈련 (양양=연합뉴스) 이종건 기자 = 23일 양양국제공항에서 전개된 2023년도 양양국제공항 대테러 종합훈련에서 육군 102기갑여단 화생방신속대응팀(CRRT) 요원들이 테러범이 설치한 화생방물질을 처리하고 있다. 이날 훈련은 2024 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 참가를 위해 입국한 외국 선수단을 대상으로 발생한 항공기 피랍과 폭발물 설치, 인질 억류 등을 가정해 진행됐다. 2023.3.23 momo@yna.co.kr

항공기·지하철·댐 등 중요시설도 테러 대비

공항·지하철역 등 다중이용시설이나 국가 중요시설 테러 상황을 가정한 대응 훈련을 한 곳도 있었다.

대구국제공항 계류장에서는 '항공기 테러 및 화재 진압훈련'이 실시됐다.

현장에는 대테러 출동 차량, 전술 차량, 장갑차 등 실제 상황을 방불케 하는 전문 장비가 투입됐다.

민·관·군·경 대원들은 테러범을 진압하고 승객을 구출한 뒤 폭발물을 안전하게 처리했다.

대전 지하철 1호선 갈마역에서는 다중이용시설 테러 대비 실제 훈련을 했다.

역 대합실 주변에 폭발물 의심 물체 신고가 접수된 상황을 설정하고 폭발물 처리 로봇 등을 동원했다.

지하철 전동차에서 내려 개찰구로 나오던 시민들은 놀란 눈으로 총을 든 군인들과 폭발물처리반의 훈련을 바라봤다.

경남 진주시 남강댐에서는 국가중요시설 드론 테러 대응 종합훈련이 열렸다.

적군 4명이 남강댐지사 발전소에 침입, 총기를 난사하고 폭탄을 설치해 직원 사상자가 7명 발생한 상황을 가정했다.

경찰차와 군 작전 차량 등이 발전소로 투입돼 테러를 진압하고 폭발물을 제거했다.

이후 2차 드론 테러가 벌어지자 소방차가 투입돼 화재를 진압하고 한국전력과 가스안전공사에서 복구·방역 작업을 하는 상황을 연출했다.

이날 훈련은 전국적으로 이뤄졌지만, 7월 집중호우와 제6호 태풍 '카눈' 등으로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57개 시·군은 제외됐다.

(장아름 강태현 권준우 김용태 김재홍 김형우 박정헌 백나용 송승윤 윤관식 장보인 최원정 기자)

areu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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