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특별법 시행 '석 달'…"보완해야" vs "아직 초기단계"
전세사기 특별법이 시행된 지 석 달 가까이 지난 가운데 특별법 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피해자 인정 요건이 까다롭고 피해 대책의 방점이 보증금 회수가 아닌 대출에 찍혀있어 실질적인 구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특별법에 따른 구제가 이제 막 시작되는 단계인 만큼 추이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는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세사기 피해 해결을 위한 제도 개선 국회토론회'를 개최했다.
전세사기 특별법 시행 이후 피해 접수 및 지원 현황을 점검하고 입법 보완 사항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부동산 전문가들과 국토교통부(국토부)·금융위원회 등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해 의견을 나눴다. 박주민·허종식·윤영덕 민주당 의원과 당내 전세사기고충상담센터장인 권지웅 전 민주당 비대위원도 자리했다.
토론회에서는 우선 특별법에 따른 전세사기 피해자 인정에 '사각지대가 존재하는지' 여부가 쟁점으로 다뤄졌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달 18일 기준 국토부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는 총 3887명의 피해 접수를 심사한 결과 3508명을 전세사기 특별법상 피해자로 인정했다. 전체 신청자의 90.8%가 피해자로 인정된 셈이다.
권지웅 센터장은 "피해발생 시기나 피해 발생 후 피해자가 소유권을 양도받았다거나 혹은 피해 규모가 적은 경우 인정받지 못한다고 한다. 피해자 인정에 사각지대가 있는 것"이라며 특별법 개정을 통해 피해자 요건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토부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에서 내부적으로 자체적인 기준을 만들었다는 얘기까지 들린다"고도 했다.
피해자 인정 심사가 더디다는 지적도 나왔다. 안상미 전세사기 전국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제가 6월에 피해 접수했는데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며 "또 기존의 전세대출 연장도 잘 이뤄지지 않는 현실로 보아 특별법 제도들로 지원받기까지는 오랜 기간 혼선이 예상되고, 피해자들이 일상을 회복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와 관련, 이장원 국토부 전세사기피해지원단 지원총괄과장은 최대한 넓은 범위에서 피해자를 인정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이 과장은 "현재 심의는 입법 과정에서의 (여야) 합의에 따라 피해 주택이 2채 이상인 경우에만 특별법상 피해로 인정하고 있지만, 피해 주택이 1채임에도 전·후 임대인을 대상으로 피해가 두 번 발생했다면 피해를 인정하는 등 최대한 넓은 범위에서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피해 시기의 경우에도) 2년 이내에 경매가 완료된 분들까지도 피해자로 인정하고 있고, 심사를 위한 회의 빈도도 2배 가까이 늘렸다"고 했다.
피해자 지원에 대해서도 "실제로 피해자로 인정받은 다음에 지원받는 현황에 대해서는 집계 중"이라며 "구두로 들어보니 경·공매 대행이 50여건, 금융기관 대출이 수십건 정도 접수됐다고 한다. 특별법 시행이 6월부터 됐으나, 실제 피해자 심사를 7~8월부터 시작했으니 이제 막 인정을 받고 있는 굉장히 초기 단계다. 그 숫자는 점차 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제도적·입법적 보완 방안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다. 핵심은 피해자에 대한 직접적인 구제책이 추가로 필요한가 여부였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피해자의 주거 안정을 위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선순위 부실채권을 할인 매입한 뒤 경매권을 유예 혹은 실행하는 방안을 소개했다. 부실채권 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이후 경매를 통해 전액 회수할 수 있어 정부 재정도 전혀 투입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임 교수는 "현재 특별법은 빚을 내줄 테니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손실을 떠안으라는 대책에 불과해 실질적 구제책이 되지 못한다"며 "실질적인 피해자 지원을 위해서는 피해 보증금 전액은 아니더라도 최선을 다해 더 많은 금액을 회수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남근 법무법인 위민 변호사가 캠코의 기존 부실채권 정리 방법에 깡통주택 우선 매수나 권원 처리 방식 등을 결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보다 신속하고 공공임대 확보와 같은 다른 공익적 목적도 달성할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 측은 정부가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방안들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이장원 과장은 "선제적으로 피해를 구상하는 방안의 경우 현재 특별법에 담기지 않은 상황이고, 특별법 논의 과정에서 (여야 간) 견해차가 커서 일단 포함을 못 한 상황"이라며 "향후 국회에서 논의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했다.
이어 "다만 (법 논의) 당시 정부의 입장은 반대였다"며 "직접적인 보상은 조금 어렵다는 게 국토부의 입장이었고, 대신 가능한 한 주거안정 확보를 위한 간접적인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었다"고 덧붙였다.
김태훈 금융위원회 거시금융팀장도 "채권 매입 같은 방안은 집행 가능성에 대해 캠코와 같이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며 "개인 의견으로는 캠코가 적극적으로 채권을 매입하는 것이 제도로 정착되면 캠코 입장에서 가격 협상력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실효성 차원에서의 제반 사항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깡통주택 문제에 대해서는 "전세사기 피해에 비해 피해 건수는 굉장히 많지만, 피해 심각성은 떨어진다는 차이가 있어서 전세사기와 분리해서 대책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깡통주택 문제는) 주택 가격이 급하게 내려갔을 때 큰 문제로 번질 수 있는데 해외 사례와 여러 대안을 두고 연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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