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그래도 금융인 될래요!"…폭우에도 구직 인파

유진아 2023. 8. 23.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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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P서 7번쨰 공동 채용박람회…64개기관 참여
채용상담부터 '서류패스권' 주는 현장면접도

역대 최대 규모의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가 23일 열렸다. 호우주의보가 내린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알림 1관에는 교복을 입은 학생들부터 면접 복장을 갖춰 입은 구직자들까지 대거 몰렸다. 은행이 금리 상승기에 '이자 장사'를 한다고 비판받고, 대형 금융사고도 적잖은 요즘이지만 금융권 취업의 문을 두드리는 젊은이들은 넘쳐났다. 

23일 오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3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 개막식'에서 구직자들이 채용면접을 받고 있다. /사진=유진아 기자 @gnyu4

취업준비생 오모(25세) 씨는 이번 박람회 참여를 위해 부산에서 서울까지 비행기를 타고 올라왔다. 그는 "금융권 취업을 위해 1년 넘게 준비하고 있는데, 다수의 금융 기업을 한 번에 알아볼 수 있는 자리여서 반드시 참석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원래 은행을 지망해 하나은행 모의 면접을 기다리고 있는데, 대기하면서 증권 쪽에도 관심이 생겨서 따로 상담받아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오 씨와 다른 구직자들은 모의 면접을 신청한 은행 부스 앞에서 상기된 표정으로 차례를 기다리며 준비해 온 자기소개서를 다시 한번 읊어보고 있었다. 면접을 마친 구직자들 역시 개별 상담 부스에 들러 채용과 관련한 궁금한 점을 묻거나 채용 관련 자료를 챙기기도 했다.

공동채용 박람회…'역대 최대 규모'

23일 오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3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 개막식'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축사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유진아 기자 @gnyu4

이날 이른 오전 9시께부터 서울 DDP는 박람회를 방문하는 구직자들로 북적였다. 올해로 7회째인 이번 박람회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후원으로 6개 협회(은행연합회, 금융투자협회, 생명·손해보험협회, 여신금융협회, 저축은행중앙회)와 회원 금융사 등 64곳이 공동 주최했다.

업권별로 △은행 13개사 △보험 13개사 △금융투자 7개사 △여신 9개사 △금융공기업 16개사 등이 참여했다. 박람회는 24일까지 이틀 동안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열린다. 금융위는 행사 기간 2만여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측했다.

올해는 작년 6개 시중은행에서 5개 지방은행이 추가 참여한 11개 은행에서 현장 면접을 실시했다. 면접시험을 가상으로 치르는 모의 면접도 있지만 일부 합격자에게는 서류전형을 면제해 주기도 해 구직자들로부터 관심을 끌었다.

현장 면접 대상 인원도 작년 약 1300명에서 약 2300명으로 확대됐다. 또 올해부터는 금융공기업 모의 면접도 신설‧운영하여 16개 금융공기업의 인사담당자가 직접 모의 면접을 진행하고 피드백을 제공하며 청년 구직자의 취업역량을 한층 강화했다.

개막식은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김주현 금융위원장·이명순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과 64개 금융회사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김주현 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올해 역대 최대 규모로 금융기관이 참여했다"며 "현장 면접 제공기관 확대, 맞춤형 채용 상담 등을 통해 취업 준비의 모든 단계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23일 오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3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 개막식'에서 채용면접을 위해 대기하고 있는 지원자들. /사진=유진아 기자 @gnyu4

이번 박람회에 처음 참가했다는 강현민(29세) 씨는 "블라인드 채용이라지만 사실 믿기 어려웠는데 실수로 학교 관련 내용을 말하자 '그런 내용은 말씀하시면 안 된다'는 면접관의 말을 듣고 믿음을 갖게 됐다"며 "준비하는 금융기관의 정보뿐만 아니라 같은 금융기관 취업을 원하는 다양한 지원자들을 만날 수 있는 취업 교류의 장이 됐다"고 말했다.

금융권으로 이직을 준비한다는 정모 씨는 "지금 금융권이 아닌 다른 업종에서 근무 중인데, 아무래도 금융권이 연봉도 높고 안정적이라는 생각에 구체적인 조언을 듣기 위해 박람회에 왔다"며 "최근 희망퇴직자 연령층이 30대까지 내려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일단은 취업이 우선"이라고 했다. 

농협은행 현장 면접에 참여하러 온 이해솔(30) 씨는 "취업 준비를 하는 입장에서 서류전형 면제 혜택은 엄청나게 큰 혜택인데, 이런 것뿐만 아니라 농협은행이 어떤 방식으로 면접을 진행하는지 미리 알 수 있어 소중한 기회가 됐다"며 "정식 면접 때는 떨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이번 박람회에서는 기업·농협·신한·우리·하나·국민은행 등 6개 시중은행과 BNK부산·BNK경남·DGB대구·전북·광주은행 등 5개 지방은행이 현장 면접을 진행했다. 우수 면접자는 향후 채용 시 서류전형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은행들은 현장 면접자의 약 35% 이상을 우수면접자로 선발할 계획이다.

다만 현재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 아직 구체적인 하반기 채용 일정이나 규모를 정하지 않은 상황이다.

17세도 노리는 금융권…연령대도 다양 

23일 오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3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 개막식'에서 교복을 위한 학생들이 박람회 참여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유진아 기자 @gnyu4

박람회에서는 앳된 얼굴로 교복을 입고 삼삼오오 모여 박람회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고등학생들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날 학교에서 단체로 박람회에 참가한 정은찬(17) 군은 "재테크에 관심이 있어 세무나 회계 쪽으로 취업 방향을 정했다"면서 "고졸 전형으로 금융권에 입사하고 싶어 컨설팅을 받아 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박람회에는 홍콩 취업관, 핀테크 등 금융 신산업관 및 고졸 채용상담관도 운영된다. 다양한 청년 구직자의 취업 수요를 고려한 취업 정보와 맞춤형 채용 상담 및 취업‧직무 컨설팅도 제공할 계획이다. 또 '금융권 취업 골든벨', '메타인지 문제 해결게임'를 비롯해 이미지 컨설팅, 취업 카페 등 다양한 체험형 프로그램도 볼 수 있다.   

23일 오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3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 개막식'에서 고졸채용상담 부스를 운영중이다. /사진=유진아 기자 @gnyu4

올해부터는 박람회 행사가 끝난 이후에도 구직자에게 금융권 채용‧취업 관련 정보가 제공된다. 박람회 홈페이지를 행사 기간에만 쓰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방식이다. 이 홈페이지에서는 주요 금융회사의 채용 일정, 인원을 지속 안내하고, 금융권 직무정보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채용담당자로 참여한 한 금융기관 관계자는 "모의 면접 가능 인원이 이미 오전에 모두 다 찼다"며 "대부분의 금융사는 블라인드 방식 면접을 진행하기 때문에 자기소개서에는 어디에서 일했다는 것보다는 해당 회사의 인재상에 맞는 경험 위주로 내용을 담는 게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이날 금융권 취업준비생들을 격려하기 위해 참석한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은 "KB국민은행은 지금 시대가 요구하는 디지털과 인공지능(AI), 데이터 쪽 그리고 창의력 관련 인재가 많이 필요하다"며 "올해 채용은 타행과 비슷한 수준이 될 텐데, 디지털이나 AI는 수시 채용을 통해 필요한 인재를 항상 뽑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채용인원은 확정이 되지 않았지만 될 수 있으면 트렌드에 맞춰서 핀테크 관련 인재를 중심으로 좀 늘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진아 (gnyu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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