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학'으로 입단해 'AI'로 세계 최강자된 바둑천재 신진서

5세 때 아버지 바둑교실서 입문해 인터넷서 실력 키워 프로 입단
'AI 바둑' 가장 잘 이해하고 유사한 수법으로 '신공지능' 별칭

(상하이=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 흔히 '신동'이 넘쳐나는 곳이 바둑계이지만 신진서(23)는 어린 시절 '천재 중의 천재'였다.

2000년 3월 부산에서 태어난 '밀레니엄둥이' 신진서는 5살 때 아버지가 운영하는 바둑교실에서 처음 바둑을 접했다.

아버지도 재미삼아 바둑을 가르쳤는데 2년도 채 지나지 않아 아버지를 뛰어 넘어 인터넷 바둑에서도 최강자인 아마추어 9단 실력에 이르렀다.

프로기사를 지망하는 또래 아이들은 대부분 전문적인 바둑도장에서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하는 나이지만 신진서는 오로지 인터넷에서 '어른 강자'들과 대국을 하며 '독학'으로 실력을 키웠다.

초등학교 4학년이던 2010년에는 어린이 전국대회에서 자신보다 두살 많은 형들까지 모두 물리치고 우승을 휩쓸어 바둑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신진서의 재능을 알아 본 일부 프로기사들은 하루빨리 바둑도장에서 체계적인 공부를 하기를 권유했으나 인터넷을 통한 독학은 계속됐다.

신진서는 초등학교 6학년인 2012년 제1회 영재입단대회에서 한국기원 소속 연구생까지 모두 물리치는 등 12전 전승으로 1위에 올라 프로기사가 됐다.

역대 최연소 입단 5위에 오른 신진서가 프로기사가 되기 전까지 받은 전문교육이라고는 입단대회 직전 잠시 바둑도장을 다닌 것이 전부였다.

입단 이후에도 신진서의 재능은 특별했다.

2014년 신예대회를 휩쓸며 바둑대상 신예기사상을 받은 신진서는 2018년에는 다승·승률·연승 부문을 휩쓸며 처음 최우수기사로 선정됐다.

2016년 충격적이었던 바둑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등장 이후에는 AI 수법을 가장 잘 이해하고 가장 유사하게 구사해 '신공지능'이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AI를 통해 실력이 급성장한 신진서는 2020년 LG배에서 우승하며 처음 메이저 세계기전 타이틀을 획득했다.

그해 12월에는 신진서는 '남해 슈퍼매치'에서 박정환을 7-0으로 완파하며 사실상 한국바둑계의 1인자로 올라섰다.

이후 삼성화재배와 춘란배 등 메이저 세계기전 타이틀을 수집하기 시작한 신진서는 특히 국가대항전에서 농심배에서 수호신으로 나서 한국의 대회 3연패를 견인했다.

2021년 끝난 제22회 농심배에서 막판 5연승을 기록해 한국의 역전 우승을 이끌었던 신진서는 지난해 제23회 농심배에서 파죽의 4연승으로 한국에 우승을 안겼다.

신진서는 올 2월 열린 제24회 농심배에서도 마지막 주자로 출전해 중국의 구쯔하오 9단을 불계로 제압, 개인 10연승을 기록하며 한국의 3년 연속 우승에 공헌했다.

44개월 연속 한국 랭킹 1위를 지키는 신진서는 비공식이긴 하지만 바둑 세계랭킹을 집계하는 사이트 '고 레이팅스'(Go Ratings)에서도 2019년 이후 줄곧 1위에 올라 있다.

신진서는 응씨배 우승으로 개인 통산 33번째 타이틀을 획득, 역대 순위 단독 5위에 올랐다.

메이저 세계기전은 LG배에서 두 차례 우승하는 등 삼성화재배, 춘란배를 포함해 통산 5번째 정상에 올랐다.

이미 세계랭킹 1위로 평가받는 신진서는 '바둑 올림픽'이라고 불리는 응씨배에서 대망의 우승컵을 차지함에 따라 '독학'으로 프로기사가 된 '천재 소년'에서 명실공히 세계 최강자로 군림하게 됐다.

shoele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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