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수 방류 하루 전인데···정부 “찬성·반대로 좁혀 다룰 문제 아냐”
정부가 23일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개시 결정에 대한 찬성·반대 입장을 밝히지 않은 데 대해 “굳이 찬성과 반대의 문제로 논점을 좁혀서 다룰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또 이런 기조는 전임 정부 입장과 다르지 않다며 전 정부도 끌어들였다.
반대 입장을 한 번도 표명하지 않아 일본의 방류에 동조해왔지만, 그렇다고 국내 비판 여론을 의식해 찬성이라고 할 수도 없는 어정쩡한 정부 상황을 보여준다. 국민의 안전과 관련된 중차대한 이슈에 대해 찬성도 반대도 밝히지 않으면서 책임회피에만 급급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박구연 국무조정실 1차장은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연 오염수 방류 관련 정부 일일브리핑에서 ‘정부가 왜 오염수 방류에 찬성 또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히지 않는 건가’라는 기자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박 차장은 오염수 방류가 찬성 또는 반대로 접근할 문제는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박 차장은 “(향후) 이뤄지는 (방류) 과정들이 얼마나 투명하고 안전하고 확실하게 관리되느냐, 그 과정을 얼마나 철저하게 모니터링하고 관리할 수 있느냐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 차장은 “일본 (오염수) 방류 계획을 보면 30년 이상 장기로 걸리는 사안이기 때문에 그런 맥락에서 일본이 스스로 책임하에 결정하면 되는 것이지 한국 정부가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로 연결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차장은 답변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를 거론했다. 그는 “이 사항(입장)은 현 정부에서 이번에 새로 만들어진 어휘가 아니다”라며 “3년 전에 국회 대응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의 대응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정부에서도 그런 (전 정부)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때 정해둔 입장과 다르지 않다며 현 정부의 오염수 방류 대응에 제기되는 비판을 피해가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정부는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에 계획상의 과학적·기술적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판단했지만 우리 정부가 오염수 방류를 찬성 또는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날 밝힌 입장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판단과 같다고 설명했다. 박 차장은 “IAEA 평가와 저희 평가 둘 다 일치한다”고 말했다.
IAEA는 지난달 일본 정부에 전달한 최종보고서에서 오염수 방류 계획이 국제 안전기준에 부합한다면서 방류는 일본의 결정이며 방류를 권고하거나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IAEA는 최종보고서에 “보고서를 사용한 결과에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문구를 넣기도 했다.
일본 정부의 방류 계획은 문제없지만 방류 찬성은 아니라는 모호한 정부 입장은 책임 회피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부는 그간 방류 계획이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고 과학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방류를 거부 또는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혀왔기 때문이다. 한국과 달리 일본의 또 다른 인접국인 중국과 러시아는 방류에 반대한다는 명시적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부는 그간 한 번도 방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적이 없다. 사실상 방류를 용인하는 입장으로 평가돼왔다. 방류가 개시되는 중대한 시점에조차 분명한 찬반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은 방류에 대한 국내적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찬성 입장을 명시할 경우 제기될 비판을 의식한 조치로 해석된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이르면 오는 24일 오후 1시에 오염수 방류를 시작하는 방향으로 조율 중이라는 이날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 보도 내용과 관련해 정부는 일본 정부로부터 사전에 전달받는 내용은 없다고 설명했다.
박 차장은 “(방류 시점이) 날씨 등 여러 가지 요인에서 얼마든지 가변성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저희한테 사전에 알려준다는 것은 기술적으로도 쉽진 않을 것이고 저희도 가능하다고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단 저희는 내일부터 언제든지 방류가 시작될 수 있을 거로 보고 거기에 맞춰 모니터링이나 사후 감시체계에 시간적으로나 기술적으로 비는 부분이 없도록 대응하기 위해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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