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부산엑스포 유치, 유종의 미를 거두려면 [디지털 동서남북]
2030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 도시 결정이 약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179개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은 11월 28일 프랑스 파리에 모여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한다. 부산과 리야드(사우디아라비아), 로마(이탈리아), 오데사(우크라이나) 등 4개 후보 도시는 막판까지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각국은 BIE 현지 실사와 경쟁 프리젠테이션 등을 성공적으로 치렀다고 자평하며 승리를 장담하고 있다. 이에 대해 2030부산엑스포유치위 관계자는 “여러 외교 채널로 확인한 결과 부산과 리야드가 1위를 놓고 치열하게 경합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며 “누구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고 막판까지 유치전이 뜨거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 추산 약 61조 원의 경제 효과가 기대 되는 ‘메가 빅 이벤트’를 과연 누가 거머쥘 지 긴장감이 고조된다.
●‘비밀스럽게, 치밀하게….’ 뜨거운 외교전
정부와 부산시, 유치위는 한 팀이 돼 투표일까지 총공세를 펼친다는 각오다. 부산시 관계자는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그야말로 ‘젖 먹던 힘’까지 짜 내겠다”고 강조했다. 유치위는 조만간 BIE 사무국이 있는 프랑스 파리에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막판 교섭전에 들어간다. 파리에 주재하는 각국 대사들을 집중 공략하기 위해서다.
엑스포 유치를 위한 교섭 활동은 세세하게 알려지지 않고 있다. 특히 어떤 정부 관계자와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는 대부분 감춰진다. 부산시 관계자는 “유치전 초반 우리가 어떤 나라를 방문했는지 혹은 곧 방문할지 등 정보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마자 일부 경쟁국에서 그 나라를 곧장 접촉한 일이 있었다”며 “각 나라별로 효율적인 접근법이 다르기 때문에 하나의 공통된 외교 전략은 없다. 치밀하게 맞춤형 플랜을 세운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부산이니셔티브, 기후 문제 등 부산만의 차별화된 전략은 분명 효과를 거두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부산이니셔티브는 전쟁 후 빈곤을 벗어난 한국의 성장 경험을 국제 사회와 공유하고 기후 변화, 디지털 격차, 식량 문제 등 인류 공통의 위기를 논의하는 장을 마련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잼버리 파행, 전화 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그런 의미에서 잼버리 파행 사태가 엑스포 유치전에 불똥을 튄 점은 못내 아쉽다. “엑스포 유치는 사실상 물 건너 간 것 같다”는 민주당 김한규 대변인의 말로 야기된 정치권의 다툼을 말한다.
이를 두고 부산 시민들 사이에선 쓴소리가 많이 나온다. 해운대구에 사는 박모 씨(70)는 “정치인들이야 늘 싸울 수 있지만 국가의 이익 앞에선 하나로 뭉쳐야한다”고 꼬집었다. 2030부산엑스포 범시민유치위원회에서 자원봉사를 한 적이 있는 대학생은 “엑스포에 대해 전혀 몰랐는데 자원봉사를 하면서 많은 공부를 했고 우리가 꼭 유치했으면 좋겠단 욕심이 생겼다”며 ”준비가 제대로 안 된 잼버리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으면 되지 부정적 영향을 주는 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기자는 부산에서 엑스포 관련 취재를 하며 ‘시민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 새삼 느낀다. 평소 잘 느낄 수 없는 시민의 힘은 중요한 시기에 그 위용을 드러낸다. BIE 실사단이 부산에 도착한 4월 4일, 함성이 울려 퍼진 부산역 광장의 감동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당시 그곳에는 미리 행사를 준비한 자원봉사자도 많았지만 우연히 근처를 지나던 중 즉흥적으로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이 꽤 많았다고 한다. 누구도 시키지 않았고 아무런 보수도 없었지만 목청이 터질 듯 노래를 부르고 실사단을 환영했다.
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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