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체험학습 갈 때 ‘전세버스’…2학기부터는 안 돼요
경찰청 “어린이 통학버스 이용”
일반 전세버스 대절해 온 학교들
2학기 학사일정 변경 등 ‘혼란’
교육부가 일선 학교에 ‘현장 체험 학습에 전세버스를 이용하지 말라’고 통보해 학교 현장이 혼란에 빠졌다. 현장 체험과 수학 여행 등에도 어린이 통학버스로 신고된 차량을 이용하라는 지시인데, 현실적으로 학교에서 이를 지키기는 쉽지 않다.
23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교육부는 일선 학교에 ‘현장체험학습 등 비정기적인 운행 어린이 통학버스 신고 준수 홍보 요청’ 공문을 보냈다. 공문의 골자는 현장체험활동과 수학여행 등에 비정기적으로 이용되는 차량도 어린이 통학버스로 신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린이 통학버스로 신고되지 않은 차량을 이용하면 학교 측은 3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앞서 법제처는 지난해 10월28일 현장체험학습 등을 위한 어린이들의 이동도 도로교통법상 ‘통학’에 해당한다는 법령해석을 내놓았다. 따라서 현장체험학습 등에서도 어린이 통학버스로 신고된 차량만 이용할 수 있다고 봤다. 어린이 통학버스는 ‘차량 전체를 노란색으로 칠하고, 안전벨트와 창문 등이 어린이 체형에 맞게 설치돼 있어야 한다’. 전국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는 지난 4일 경찰청, 교육부 등과 간담회를 열고 “(어린이 통학버스로의) 구조 변경을 위해 수익보다 더 큰 비용을 지출하게 된다”며 “체험학습을 위한 전세버스 구조 변경과 차량 운영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그간 일선 학교는 체험 학습 등에 일반 전세버스를 이용했다. 교육부 지침을 따르려면 학교들은 2학기 학사일정에 맞춰 전세버스 대신 어린이 통학버스를 구해야 한다.
최근 한 교사는 초등교사 커뮤니티 ‘인디스쿨’에 “당장 다음 주에 생존수영 수업인데, (공문과 관련해) 교육청에 문의하니 그냥 그대로 진행하라고 했다”며 “학교장이 과태료를 내야 하므로 (일반 전세버스로) 그대로 진행하기엔 부담스러워 어떻게든 노란 (어린이 통학)버스를 구해 10월로 미루기로 했다”라고 올렸다. 경기지역 초등교사 A씨는 23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이러다가 사고라도 나면 교사들이 책임을 다 떠안아야 하는데, 현재 불법인 사항을 일선 학교에서 그냥 진행하라고 하는 게 말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교조는 “법제처의 유권해석은 법적 구속력이 없고, 중앙행정기관이 구체적인 사실관계 등을 고려해 다르게 집행되는 예도 있다”라며 “학교 현장의 혼란을 막고, 안정적인 교육활동을 위해 현실적인 해결 방법을 찾아 안내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교육부 차원에서 도로교통법 소관인 경찰청에 현실적으로 지키기 어려운 법이라는 의견을 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라며 “해당 규정을 지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시도교육청으로부터 추가로 모아 경찰청과 다시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육부는 법을 유예하거나 예외 조항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며 “지금 당장은 대안이 없지만 9월 안에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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