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수 방류 안전? 삼중수소 인체 무해?…의사단체 발간 ‘10문10답’ 살펴보니

전지현 기자 2023. 8. 23.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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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핵 오염수와 한국정부 괴담 ‘10문10답’> 속 문답
반핵의사회·인도주의실천의사협, 23일 발간

핵없는 세상을 위한 의사회(반핵의사회)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가 <후쿠시마 핵 오염수와 한국정부 괴담 10문10답> 책자를 23일 발간했다. 이들은 “국내외 독립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제기하는 의문과 지적을 정부·여당이 괴담 취급하고 있다”며 “이러한 행태는 생태와 인류에 거대한 영향을 미칠 투기행위에 대한 과학적 의견을 공론장에서 침묵시키려는 반민주주의적 시도”라고 밝혔다.

아래는 10문10답을 간추린 내용이다.

반핵의사회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가 발간한 <후쿠시마 핵 오염수와 한국정부 괴담 십문십담> 표지

1.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일본 정부의 핵 오염수 방류가 안전하다는 보고서를 믿을 수 있나.

“IAEA는 과학 단체가 아니라 ‘핵 산업의 촉진과 확산’을 목적으로 설립된 기구다. 태평양도서국포럼 전문가 패널은 만장일치로 오염수의 고체화라는 대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이 대안을 아예 고려하지 않거나, 돈이 많이 든다는 이유 등으로 대안에서 제외했다. IAEA 역시 실현 가능한 다른 대안을 무시했다.”

2. ‘핵 오염수 방류가 안전하다’는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주장은 믿을 수 있나.

“과학적 결정이 아니며 안전하다고 믿을 근거가 없다. 지금껏 수많은 과학자와 의사 단체들이 핵 오염수 방류에 대해 반대의견을 발표했다. 태평양도서국포럼 전문가 패널들은 독립적·과학적 평가 끝에 ‘핵발전소 현장의 오염수 탱크 1000여개 중 약 4분의 1만 시료가 채취됐고, 방사성 물질의 해류와 해양생물에 의한 이동이 고려되지 않았다’ 등의 결론을 내렸다.”

3. 최근 후쿠시마에서 식품 기준치 180배의 ‘세슘우럭’이 잡혔다. 세슘우럭을 먹어도 안전한가.

“안전하지 않으며 절대로 먹어서는 안 된다. 미국 소아과 학회는 “천식이나 세기관지염일 때 단순 엑스레이(X-ray)를 찍지 말라”고 하며 “배가 아플 때도 변비가 의심되면 방사선 검사를 하지 말라”고 강력히 권고한다. (아이뿐 아니라) 성인도 불필요한 방사선 노출은 가능한 피해야 한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시작 하루 전인 23일 한 시민이 서울 종로구 일본 대사관 앞에서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4. ‘방사능이 안전기준치 이하면 안전하다’는 것은 믿을 수 있는 말인가.

“방사능은 안전치가 없고 가능한 피해야 한다. 미국 국립학술원이 발간한 <저선량 방사능의 건강위험에 관한 보고서>(베어세븐 BEIR VII 보고서1)는 100 밀리시버트 이하의 저선량 방사능 노출에도 암의 위험성은 노출량에 비례해 증가한다고 서술했다. 방사능이 안전치 이하라고 해서 위험이 없지 않다. 위험은 방사능 노출량에 직선적으로 비례하며 안전치(역치)가 없다.”

5.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한국 근해 바닷물의 세슘 농도는 변화가 없었으니 안전하다’는 말은 사실인가.

“사람은 바닷물이 아니라 해양 생물을 먹는다. 해양생물에서의 축적·농축으로 방사능이 증가한다는 사실이 핵심이다. 생물 축적 및 농축이 아니라면, 기준치 180배 ‘세슘우럭’이나 ‘방사능 쥐노래미’를 설명할 수 없다. 일본 정부는 해양생태계의 변화와 생물에서의 축적과 농축을 진지하게 조사하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핵 오염수에 의한 해양생태계의 파괴가 최소한 30년 혹은 그 이상 동안 일어날 것이란 점이다.”

6. 삼중수소는 인체에 해가 없다고 한다.

“후쿠시마 원전에서는 삼중수소만 배출하는 것이 아니며, 삼중수소도 안전하지 않다. 후쿠시마 원전은 사고가 나서 노심이 용융됐고 사고가 일어난 지 12년이 지나도록 폐로는커녕 노심에도 접근하지 못한 원전이다. 후쿠시마 원전은 삼중수소만 주로 배출하는 가동 중 원전과 달리 세슘137·스트론튬90·코발트60·플루토늄239 등 모든 핵종(방사성 동위원소)이 원전 바깥으로 배출된다. 삼중수소는 생식독성·유전독성·소아암 등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시작 하루 전인 23일 한 시민이 서울 종로구 일본 대사관 앞에서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7. 한국 시민단체·노동조합·야당만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나.

“태평양도서국포럼 전문가 패널이 일본의 핵 오염수 방류를 멈추고 고체화하는 방안을 포함해 다른 대안을 모색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국제반핵의사회 또한 과학적 검토가 부재하므로 오염수 방류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 전국어업인연합회와 후쿠시마현 어업인연합회는 각각 6월과 7월에 오염수 방류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일본 야당도 반대하고 있다.”

8. 윤석열 정부는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을 인정하는 것이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과 관계없다고 한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방류해도 후쿠시마 바다가 안전하다고 주장했고 한국 정부는 이에 동의한 것이다. 오염수 방류를 안전하다고 하는 것은 일본의 현재 후쿠시마 앞 바다가 안전하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으로, 후쿠시마 바다의 수산물을 수입 금지할 근거가 사라지는 것이다. ‘수입 금지를 계속하겠다’는 한국 정부 주장은 국민을 우롱하겠다는 처사이거나 일본 정부에게 ‘안전하지만 수입은 안 하게 해달라’고 사정하는 굴욕외교를 하겠다는 것이다.”

9. 윤석열 정부의 입장이 변화하거나, 일본의 핵 오염수 방류를 중단시킬 수 있나.

“한국에서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제한을 시킨 역사적 경험도 있다. 한국과 일본의 평범한 시민이 연대해 국민 생명을 지키라고 정부에 강력히 요구하면 오염수 투기를 막을 수 있다. 핵 오염수를 방류하더라도 반대 운동은 멈추지 말아야 한다. 나아가 일본산 수산물 수입금지 운동으로 발전해야 한다. 핵 쓰레기를 바다에 버리고 핵 사고가 발생했을 때 어영부영 넘어가는 무책임한 대응이 국제적 관행이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길이다.”

10. 일본 정부는 왜 저런 주장을 하며, IAEA와 한국 정부는 왜 옹호하나.

“오염수 투기는 핵발전의 위험을 폭로한 후쿠시마 사고를 마치 없었던 일처럼 만드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오염수 방류는 후쿠시마 원전이 회복과정에 들어섰거나 사고가 수습된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방법이기도 하다. 일본 정부와 한국 정부의 공조에는 ‘핵 공조’라는 더 중요한 의도가 있을 수 있다. 군비경쟁과 핵무기, 전쟁에 반대하고 국민 건강과 생태환경을 우선으로 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괴담일 수 없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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