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물놀이 금지' 현수막 붙은 스노클링 '핫플'…정작 입수는 못 막아

노경민 기자 박상아 기자 권영지 기자 2023. 8. 23. 16:2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여름 휴가철이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스노클링 존'으로 알려진 부산 영도 해안가에 많은 피서객들이 몰리고 있다.

하지만 최근 너울성 파도로 관광객 사망 사고가 발생한 이후에도 별다른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지자체가 안전 대책을 손 놓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지난달 29일 물살에 휩쓸려 타지역 관광객 1명이 숨진 사고 이후 '익사 사고 발생 장소로 물놀이를 금지합니다'라는 현수막도 추가 설치됐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관광객 1명 너울성 파도로 숨진 부산 영도하늘전망대
수심 깊어 사고 위험 커…위험구역 지정 안 돼 현장 요원 없어
부산 영도구 영도하늘전망대 자갈밭 해안가에 피서객들이 입수하고 있다. 2023.8.23/뉴스1 ⓒ News1 박상아 기자

(부산=뉴스1) 노경민 박상아 권영지 기자 = 여름 휴가철이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스노클링 존'으로 알려진 부산 영도 해안가에 많은 피서객들이 몰리고 있다.

하지만 최근 너울성 파도로 관광객 사망 사고가 발생한 이후에도 별다른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지자체가 안전 대책을 손 놓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23일 오후 2시쯤 부산 영도하늘전망대. 폭염경보가 발효되면서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흐를 정도의 불볕더위를 실감해야 했다.

평일임에도 해수욕을 즐기러 온 피서객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주말만 되면 평일보다 2배 정도 많은 사람들이 몰린다고 한다.

하늘전망대 공영주차장에서 계단을 타고 한참이나 내려가야 자갈밭 해안가를 볼 수 있다.

자갈밭에 돗자리를 설치하고 파라솔 아래 그늘에서 휴식을 청하는 휴양객들이 있었고, 시원한 바다에 몸을 맡기며 물놀이를 즐기는 피서객들도 여럿 있었다.

자갈밭 건너편에는 '수심이 깊고 위험하므로 물놀이를 금지합니다'라는 내용이 적힌 안내 현수막이 부착돼 있었다.

지난달 29일 물살에 휩쓸려 타지역 관광객 1명이 숨진 사고 이후 '익사 사고 발생 장소로 물놀이를 금지합니다'라는 현수막도 추가 설치됐다.

영도하늘전망대 해안가에 설치된 '물놀이 금지' 안내 현수막. 2023.8.22/뉴스1 ⓒ News1 노경민 기자

하지만 이러한 금지 안내를 비웃듯 피서객들은 구명조끼 없이 수심이 깊은 곳까지 이동해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커플로 보이는 한 남녀는 "파도가 세다"고 말하면서도 금세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파도가 계속해서 밀려옴에도 암초 사이를 이리저리 넘나들며 깊은 곳에서 무리하게 스노클링을 하는 휴양객들도 눈에 띄었다. 울퉁불퉁 솟은 높은 바위에 올라 낚시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이곳을 찾고 있다는 A씨는 "예전에 비해 사람들이 부쩍 늘어 쓰레기도 많아졌다"며 "물속에 조금만 들어가도 수심이 4~5m로 확 깊어져서 위험한 곳이다. 구명조끼 대여소라도 생기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영도하늘전망대는 몇년 전부터 '스노클링 존'으로 온라인에서 유명세를 얻기 시작하면서 관광객들이 자주 몰리는 휴양지 중 한 곳이다.

하지만 너울성 파도와 급격한 수심 변동으로 연안사고 위험이 높은 곳이기도 하다. 최근 이곳에서 숨진 20대 관광객도 너울성 파도에 휩쓸려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이후에도 이곳에 위급 상황에 대비할 현장 안전 요원은 배치되지 않았다. 정식 해수욕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사고 외 사망 사례가 없어 인명사고 위험구역으로 지정되지도 않은 상태다.

부산 영도구 영도하늘전망대 해안가에서 스노클링을 하는 피서객들의 모습. 평일보다 주말에는 피서객이 2배 이상 늘어난다고 한다. 2023.8.22/뉴스1 ⓒ News1 노경민 기자

여름철 관광지인 만큼 출입 통제도 쉽지 않다. 연안사고 예방을 담당하는 해경과 관할 구청은 서로에 출입 통제권이 있다고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이다.

실제로 현장 순찰 및 현수막 설치 외에는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실정이다.

영도구는 사고 이후 틈틈이 예찰을 나가고 있지만, 구청 직원 1명이 1시간만 순찰을 돌기 때문에 24시간 안전 관리가 이뤄지지는 않는다.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할 인명구조장비함도 1대뿐이다. 사망 사고가 발생했지만 예산 문제로 안전 장비가 추가될 수 있을지도 물음표가 달린다.

특히 '물놀이 금지'를 알리는 현수막이 있음에도 실제로 물놀이를 금지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피서객들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구 관계자는 "최대한 물놀이를 안 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계도 차원에서 현수막을 설치한 것"이라며 "물놀이 행위 자체를 막을 수는 없고 해당 구역을 출입 통제할 수밖에 없다. 출입 통제는 해경이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경 관계자는 "출입 통제 조치는 지자체에서 해야 하고 현재 인력 여건상 안전 요원을 배치할 수 없는 상태"라며 "위험구역으로 지정된다 하더라도 안전 요원을 배치해야 할 의무는 없다"고 말했다.

영도하늘전망대 해안가에 파도 치는 모습. 2023.8.23/뉴스1 ⓒ News1 박상아 기자

blackstamp@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