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캡틴의 자격 증명한 손흥민…“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선택이 옳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의 새 주장 손흥민(31)이 자신에게 주장을 맡긴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하고 있다. 지난 시즌 리그 3위를 차지한 강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경기 승리 이후 손흥민의 리더십에 대한 극찬이 줄을 잇는다.
손흥민은 솔선수범하는 자세와 경기장에서 헌신적인 플레이로 팀에 에너지를 불어넣으면서 토트넘의 반등을 이끌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 23일 풋볼런던 등 현지 매체들은 손흥민이 주장으로 선임되기까지의 과정, 이유 등을 자세히 소개했다.
풋볼런던에 따르면 손흥민은 항상 구단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렸지만, 주장을 맡기 전까지 그를 팀의 리더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았다. 손흥민이 위고 요리스, 해리 케인, 에릭 다이어 등 베테랑 선수들로 구성된 리더십 그룹에 속하지 않았던 것이 그 예다. 리더십 그룹은 선수단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회의체다. 전임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사령탑 체제에서 감독이 주로 요리스를 통해 팀의 전반적인 사안을 논의했는데, 포체티노 감독이 경질되면서 소통 채널이 사라지자 그에 대한 대안으로 생긴 조직이다.
손흥민의 새 주장 선임은 예고 없이 이뤄졌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경기 전 팀미팅 직전 손흥민에게 주장 선임 사실을 알렸다.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손흥민은 포스테코글루 감독과 악수와 포옹을 한 후 연설을 해도 되는지 정중하게 물어보기까지 했다. 즉석에서 손흥민은 앞으로 치를 리그 경기의 중요성, 열심히 훈련에 임해야 하는 이유 등을 설명하면서 모두가 함께해야 한다며 팀원들을 북돋웠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당시 회의에서 리더십은 어디에서나 나올 수 있다고 거들었다. 그는 “리더십은 팀에서 가장 어린 선수에게서도 나올 수 있다. 리더십은 행동에 관한 것이다. 훈련을 잘하고 경기 중에 다른 선수들에게 영감을 주는 행동을 한다면 그것이 바로 리더십”이라고 말하며 손흥민 주장 선임의 이유를 암시했다.
풋볼런던은 손흥민의 주장 선임은 ‘당연한 선택’이라면서 손흥민은 케인처럼 프로 정신이 투철하며 다른 선수들에게 모범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특히 지난 시즌 안토니오 콘테 감독 체제에서 자신이 돋보이지 않은 자리에서 뛰었지만 묵묵하게 제 역할을 했다고 치켜세웠다. 전임 콘테 감독은 역습, 윙백들의 공격 가담을 강조하면서 손흥민에게 많은 수비 부담을 안겼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풋볼런던 인터뷰에서 “손흥민은 경기장 안팎에서 훌륭한 리더십 자질을 갖추고 있으며, 새로운 주장으로서 이상적인 선택”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가 월드클래스 선수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고, 라커룸에서 모든 선수로부터 엄청난 존경을 받고 있다”면서 “이는 단순히 인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한국 대표팀에서, 그리고 한국의 주장으로서 이룬 업적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손흥민이 주장으로 부임하면서 제일 먼저 생긴 변화는 팬들에 다가서는 태도다. 경기 킥오프 전 원정 응원 온 팬들 앞에서 허들을 하자는 것은 손흥민의 아이디어다. 허들은 선수들의 단합을 다지기 위해 경기 직전 어깨동무를 하면서 팀 사기를 올리는 행위다. 새 시즌 토트넘에 합류한 제임스 매디슨은 “손흥민이 개막전 전날 밤 문자를 보내 경기장 한복판에서 말고 원정 응원 온 팬들 앞에서 허들을 하자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가 모두 함께한다는 것을 보여준 행동을 팬들이 높이 평가했다”면서 “팬들도 고마워했을 것이다. 새 시즌을 긍정적으로 출발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경기력도 올라올 것으로 기대된다. 손흥민은 지난 20일 맨유와의 홈경기에서 득점을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주변의 어린 선수들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격려하는 등 자신의 모든 경험을 보여줬다. 특히 윙어로서 왼쪽 측면에서 20세의 데스티니 우도기와의 파트너십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앞으로 경기에서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출전도 예상되는데 새로 이적해 온 선수들과 더 나아진 호흡으로 득점포를 가동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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