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먹통 사태, 1년 다 돼가는데"…플랫폼 규제 '하세월'

세종=유선일 기자 2023. 8. 23.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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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독과점 문제가 불거진 '카카오 먹통' 사태가 발생한 지 1년 가까이 지났지만 정부가 계획한 '플랫폼법 제정'과 '플랫폼 기업결합 심사기준 개정'은 감감무소식이다.

한 경쟁법 전문가는 "현실적으로 플랫폼법이 없더라도 공정거래법 등으로 플랫폼 조사·제재가 대부분 가능하다"며 "플랫폼 업계 반발이나 방송통신위원회와의 갈등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당초 플랫폼 규제가 계획대로 추진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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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2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장 초청 중소기업인 간담회에서 인사말 하고 있다. 2023.08.23.

플랫폼 독과점 문제가 불거진 '카카오 먹통' 사태가 발생한 지 1년 가까이 지났지만 정부가 계획한 '플랫폼법 제정'과 '플랫폼 기업결합 심사기준 개정'은 감감무소식이다.

정부 차원의 대책은 사실상 가닥이 잡혔지만 플랫폼 업계 반대와 정치권 반응 등을 의식해 추진을 미루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23일 정부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을 막기 위해 상반기 중 기업결합 심사기준(이하 심사기준)을 개정할 계획이었지만 아직 개정안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 10월 발생한 카카오 먹통 사태를 계기로 심사기준 개정을 추진했다. 당시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톡 등 카카오 주요 서비스가 장애를 겪으며 플랫폼 독과점 문제가 불거졌다. 공정위는 플랫폼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위한 M&A를 차단하기 위해 심사기준을 개정하겠다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올해 4월 "심사기준을 상반기 내 개정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아직도 개정 일정을 확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공정위는 스타트업 등 플랫폼 업계 폭넓은 의견을 수렴·반영하느라 작업이 늦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2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장 초청 중소기업인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3.08.23.

마찬가지로 카카오 먹통 사태를 계기로 탄력이 붙었던 플랫폼법 제정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으로 규율이 어려운 플랫폼의 불공정행위를 적발·제재하기 위해 플랫폼법 제정을 준비했다.갑을(플랫폼-입점업체)·소비자(플랫폼-소비자) 문제는 자율 규제를 적용하지만 플랫폼 간에 발생하는 문제는 별도의 법을 만들어 갑질을 막겠다는 것이었다.

공정위는 지난 1월 전문가로 구성된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6월 활동이 종료됐지만 아직 '결과물'을 내놓지 않고 있다. 공정위는 TF 논의 결과를 정리하고 있으며 이를 참고해 향후 정책 방향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플랫폼 규제 작업이 지연되는 배경을 두고 업계와 관가에선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이미 공정위 차원의 대안은 사실상 마련됐지만 플랫폼 업계 반대가 심해 '절충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일례로 플랫폼법과 관련해 공정위는 유럽의 디지털시장법(DMA)처럼 대형 플랫폼을 사전에 지정해 각종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했는데 이를 두고 업계는 "지나친 규제"라고 반발하고 있다.

우리나라 경기 둔화 지속으로 플랫폼 업체들도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규제를 신설하는 것이 맞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플랫폼 규제는 윤석열 대통령이 "'킬러 규제'를 걷어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과 방향이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상황이라 여당 입장에선 플랫폼 업계 반대가 큰 규제 신설로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없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공정위 내에서도 플랫폼 규제를 두고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플랫폼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는 한편으론 현행 공정거래법으로도 웬만한 플랫폼 위법 행위를 적발·제재할 수 있어 새로운 규제를 만들 필요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

한 경쟁법 전문가는 "현실적으로 플랫폼법이 없더라도 공정거래법 등으로 플랫폼 조사·제재가 대부분 가능하다"며 "플랫폼 업계 반발이나 방송통신위원회와의 갈등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당초 플랫폼 규제가 계획대로 추진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세종=유선일 기자 jjsy8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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