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안정에 편향된 논의”…국민연금 재정계산위 일부 위원 반발
보건복지부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가 최종 보고서 제출 기한을 코앞에 두고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특히 ‘소득대체율’(받는 급여 수준)을 둘러싸고 위원들 간 견해차가 큰데 일부 위원은 “소득대체율 인상안을 ‘소수안’으로 규정하려는 시도를 멈춰야 한다”면서 위원직에서 사퇴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노동·시민단체들로 구성된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연금행동)은 23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재정계산위원회 논의와 관련해 “재정 측면에만 편향된 연금개혁 논의”라고 비판했다.
연금개혁 논의에서 소득대체율에 관한 견해는 크게 재정균형을 위해 현행 유지하자는 ‘재정안정화론’과 노후소득 보장을 위해 인상하자는 ‘소득보장 강화론’으로 갈린다. 연금행동 측은 후자다.
이날 간담회에는 재정계산위원회 민간 전문위원이자, 소득보장 강화를 주장하는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와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참석했다.
두 사람은 입장문에서 “이번 재정계산위원회는 예년과 달리 제도발전위원회라는 이름을 버렸고, 재정계산위원들의 구성도 연금제도보다는 연금재정을 우선하는 위원들이 다수로 위촉되는 등 재정중심론에 편향되게끔 구성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재정계산위원회 내부에서 최종 보고서 구성과 관련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재정계산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출범한 전문가 위원회다. 9개월간 논의와 검토를 거쳐 만든 국민연금 개혁방안 최종 보고서를 이달 안에 정부에 제출하고 공청회를 통해 국민에게도 공개할 예정이었다.
위원회는 보고서에 보험료율 인상(현 9%→12%, 15%, 18% 중 하나 선택)에 소득대체율 현행 유지(현 42.5%, 2028년 40%)안 등 재정안정화론 시나리오 3가지, 보험료율 13%로 인상에 소득대체율 50%로 인상하는 소득보장 강화론 시나리오 1가지 등 크게 4가지안을 담기로 했다. 여기에 연금 수급개시 연령 상향과 기금수익률 목표치 등과 연계해 10여개 시나리오를 담는 데는 합의했다.
최근 열린 20~21차 회의에서 재정안정화론 위원들이 소득대체율 유지안을 ‘다수안’, 인상안을 ‘소수안’으로 표기하자고 주장했다고 한다. 남 교수는 “연금개혁에서 공적연금 보장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은 우리 사회 연금 논의에서 엄연히 중요한 한 축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소득대체율 인상 필요가 있다고 권고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보장성 강화론을 소수안으로 모는 것은 보고서의 중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최종 보고서에서 ‘다수안·소수안’ 표기를 삭제하고 소득보장 강화론의 입장도 균형 있게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지 않으면 위원직에서 사퇴할 것이라고 했다. 복지부와 재정계산위원회는 오는 30일 공청회를 예정했으나, 일정대로 개최할지는 불분명해졌다. 남 교수는 소득대체율 인상 시나리오가 빠진 채 최종 보고서가 발표되는 상황에서 대해선 “우리의 시나리오를 철회한 뒤 별도 대응 보고서를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최종 보고서를 두고도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연금개혁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 교수는 “전문가들이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선 같은 목소리를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이에 대해선 아직 열어둔 상태이고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나 어떤 형태로든 앞으로도 의견을 개진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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