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이 찍은 ‘일본통’ 대법원장···‘강제동원 판결’이 핵심 쟁점될 듯
윤석열 대통령이 신임 대법원장으로 지명한 이균용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61)의 인사검증 키워드 중 하나는 ‘일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제3자 변제안을 밀어붙여 법적 다툼이 일고 있는 와중에 ‘일본통’인 이 지명자가 사법부 수장으로 낙점됐기 때문이다.
이 지명자는 일본 사법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깊고 일본 법조인과 교류도 많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1994년과 2002년 일본 게이오대학에 교육파견을 다녀오기도 했다. 법조계에선 이 지명자가 일본을 잘 아는 것을 넘어 일본 법리를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활용하는 ‘친 일본’ 성향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 지명자가 대법원장이 되면 강제징용 관련 판결의 키를 쥐게 될 가능성이 크다. 2018년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했다. 그러나 미쓰비시중공업은 국내에 보유한 특허권에 대해 내려진 특별현금화 명령에 불복했고, 그 재항고 사건을 현재 대법원이 심리하고 있다.
당초 현금화는 손해배상 판결 확정에 따른 후속절차이기 때문에 심리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해 8월 심리불속행 기각 시점을 넘긴 뒤 1년이 지나도록 결론을 내지 않고 있다. 그러는 사이에 윤석열 정부는 대법원 판결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일본 입장에 수긍하는 태도를 보였고, 제3자 변제안을 강행했다.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은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포함되는 일괄처리 협정 형태의 조약으로, 국제법적으로 인정된다는 것이다. 이 지명자도 평소 주변에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강제징용 판결이 국제법적 관점에서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제3자 변제 취지로 법원에 낸 공탁 신청 사건도 대법원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법원 공탁관들과 판사들이 잇따라 불수리, 이의신청 기각 결정을 하자 정부는 불복해 항고를 제기했다. 항고심에서 다시 기각되더라도 정부가 재항고하면 대법원이 심리하게 된다. 일본 전범기업이 갖고 있는 국내 자산의 현금화 명령 이행 여부 뿐만이 아니라 한국 정부가 일본 기업을 대신해 피해자들에게 배상할 수 있는지도 최종적으로 대법원 판단에 달린 셈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사법농단으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건의 1심 선고가 나온다. 양 전 대법원장의 공소사실 중에는 박근혜 정부의 협조를 받을 목적으로 강제동원 사건과 관련해 외교부가 의견서를 낼 수 있도록 참고인 의견서 제출 제도 도입을 검토시킨 혐의(직권남용)가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대법원이 강제동원 사건을 심리 중인 상황에서 일본 기업을 대리하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측과 만나 사건 이야기를 나눈 사실이 재판에서 드러났다. 이 사건도 1·2심을 거쳐 대법원에 올라가면 이 지명자의 대법원장 임기(6년) 중 선고될 것이 유력하다.
이 지명자는 2018년 “재판 거래 의혹은 합리적인 근거가 없고 사법부가 고발 등의 조치를 취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힌 법원장 35명 중 1명이었다. 당시 법원장들이 모인 간담회에서 일부 법원장이 사법농단 사태를 비판하며 제대로 된 해결책을 요구한 것과 달리 이 지명자는 별다른 비판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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