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 위해 ‘노랑버스’로 개조?…초등 수학여행 줄취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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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바지 무더위 속, 강원도 원주의 한 전세버스 업체.
전세버스 업체 대표 박수웅 씨는 언성을 높이며 말했습니다.
"어린이만 태우기 위해서 만든 전세버스는 아니잖아요. 일반인도 타야 하는데, '선팅을 떼라, 커튼도 떼라, 도색 다 노란색 칠해라, 경광등 달아라' 한다면, 비용도 한 대당 500만 원 이상이 드는데, 누가 그걸 하겠냐는 말이에요."
이런 해석 때문에, 전세버스 업체들은 규격에 맞게 개조를 해야만 현장학습 계약을 수행할 수 있게 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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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여행철 앞두고 갑자기 계약 줄취소…500만 원씩 들여 계약은 못 해"
막바지 무더위 속, 강원도 원주의 한 전세버스 업체. 초록색 대형 버스들이 주차장에 줄줄이 서 있었습니다. 이 업체는 올 가을, 초등학교와 현장체험학습에 버스 임차 계약을 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대규모 계약이 없었기 때문에, 햇수로 4년 만에 맞는 현장학습 대목이었습니다. 계약된 차량 대수만 60대에 학생 1,200여 명을 태울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달 들어 계약한 모든 학교들로부터 갑자기 계약 취소 통보를 받았습니다. "버스가 어린이통학버스 규정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였습니다. 전세버스 업체 대표 박수웅 씨는 언성을 높이며 말했습니다.
"어린이만 태우기 위해서 만든 전세버스는 아니잖아요. 일반인도 타야 하는데, '선팅을 떼라, 커튼도 떼라, 도색 다 노란색 칠해라, 경광등 달아라' 한다면, 비용도 한 대당 500만 원 이상이 드는데, 누가 그걸 하겠냐는 말이에요."
■법제처, "수학여행 버스도 '통학 버스'…법령 맞춰 개조해야 이용 가능"
상황이 이렇게 된 건, 지난해 법제처가 내놓은 법령 해석 때문에 벌어진 일입니다.
지난해 10월,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은 법제처에 법령 해석을 1건 요구했습니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어린이의 통학 등에 이용되는 자동차를 '어린이통학버스'로 규정하고 있는데, 비상시적인 현장체험학습을 위한 어린이의 이동에 버스를 이용한 것도 '어린이의 통학 등'에 이용하는 것으로 봐야 하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법제처는, "현장체험학습을 위한 이동에 버스가 이용되는 것도 '통학'의 범주에 들어간다"는 해석을 내놨습니다. '통학 등'이라는 표현은 물리적으로 특정된 학교와 집 사이의 이동만을 의미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이유였습니다. 또, 자동차의 이용이 상시적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 않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전국 전세버스 38,000대…"규격 전부 맞춰 운행할 버스는 없을 것"
이런 해석 때문에, 전세버스 업체들은 규격에 맞게 개조를 해야만 현장학습 계약을 수행할 수 있게 된 겁니다.
현행법상 어린이통학버스로 승인받기 위한 기준 항목은 14개입니다. 색상과 경광등은 물론이고, 후방보행자 안전장치·하차확인장치·운행기록장치 같은 장비도 설치해야 합니다. 또, 좌석의 규격도 정해져 있어 기존 버스의 좌석을 아예 전부 뜯어내고, 어린이용 좌석을 설치해야 합니다.
이런 결정에 따른 현장의 혼란은 예상하지 못했을지 궁금해졌습니다.
이경준 법제처 대변인은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관광버스 업계의 부담하고 어린이들의 안전 중에 어떤 게 더 중요한지 고민을 해서, 어린이들에 대한 보호가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교육부와 경찰청의 의견도 서면과 유선으로 청취했고, 현재로선 나와있는 해석을 번복할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교육당국도 '당황'…손쓸 방법 없어
버스를 구하기 힘들게 된 교육당국도 난감하긴 마찬가집니다.
강원도에서 운행되고 있는 전세버스는 1,260대, 전국적으론 38,000대에 이르는데, 이젠 이 버스들을 기준에 맞게 개조하지 않으면 운행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김용묵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 유초등교육과장은, "기 계약된 임차버스는 계약을 취소하고, 학사일정 또는 교육과정을 변경해서 운영해야 될 것 같다"며 난감해했습니다.
기존에 이용되고 있는 어린이통학버스를 이용하면 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사실상 매일매일 정해진 통학 운행을 해야하고, 학교마다 현장학습 일정도 다르기 때문에 통학버스가 현장학습에 투입되기는 불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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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휴연 기자 (dakgalb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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