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서 "평생 상처받은 여자의 복수극, 연기지만 통쾌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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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30일 개봉하는 영화 '그녀의 취미생활'은 폐쇄적인 농촌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한 여자의 복수극을 그린다.
이혼 후 귀향한 '정인'이 자신을 끊임없이 괴롭히던 사람들을 하나씩 제거해 나가는 이야기로, 복수의 통쾌함 덕분에 올해 열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관객들에게서 '힐링 무비'라는 평을 들었다.
정이서는 '그녀의 취미생활'은 정인과 혜정 두 여자가 선보이는 "워맨스릴러"(워맨스와 스릴러를 합한 말)라고 소개하면서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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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오는 30일 개봉하는 영화 '그녀의 취미생활'은 폐쇄적인 농촌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한 여자의 복수극을 그린다.
이혼 후 귀향한 '정인'이 자신을 끊임없이 괴롭히던 사람들을 하나씩 제거해 나가는 이야기로, 복수의 통쾌함 덕분에 올해 열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관객들에게서 '힐링 무비'라는 평을 들었다.
정인 역을 맡아 치밀하고 우아한 복수극을 그린 배우 정이서를 23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정이서는 "현실에선 이런 일이 일어나면 큰일 난다"면서도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사람들에게 정인이 복수하는 모습을 연기하면서 저 역시 통쾌했다"고 떠올렸다.
정인은 할머니 손에 자라는 동안 마을 어른들에게 괴롭힘을 당해왔다. 결혼 후에는 폭력적인 남편에게 시달려 얼굴에 내내 멍 자국을 달고 산다. 다시 돌아온 마을 역시 그에게 날을 세우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정이서는 "정인은 폭력적인 상황에 둘러싸여 살아오면서 속이 곪았다"며 "악에 받친 감정, 두려움, 여러 고통이 얽혀 있을 거라 생각하고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그가 이 역할을 맡고 싶었던 이유도 정인에게서 연민을 느껴서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정인이 굉장히 불안한 삶을 살아가는 여자로 보였어요. 평범한 삶을 꿈꾸고 행복해지고 싶어 하는데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될 수 있는지를 몰라서 발버둥을 치는 거죠. 이 인물이 꼭 행복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애정도 생겼습니다."
극 초반부만 해도 정인은 수동적이고 연약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정인의 뒷집으로 이사 온 도시 여자 혜정(김혜나 분)을 만나면서 점차 변화를 맞는다. 얼굴엔 웃음이 피어나고 품위 있는 취미 생활도 생긴다. 무엇보다, 계획만 해뒀던 복수를 착착 실행에 옮기기 시작한다.
정이서는 '그녀의 취미생활'은 정인과 혜정 두 여자가 선보이는 "워맨스릴러"(워맨스와 스릴러를 합한 말)라고 소개하면서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강조했다.
"정인은 눈치도 많이 보고 의기소침한데, 혜정은 시원시원하고 적극적이잖아요. 혜정을 보면서 정인은 '저 언니 뭐지? 나랑 다른데?' 생각했을 것 같아요. 복수하는 게 맞을까 하는 생각에 달린 물음표를 확신으로 만들어준 사람이죠."
정이서는 이 영화로 첫 주연을 맡았지만, 미묘한 감정 변화와 복수극으로 치닫는 과정을 잘 표현했다는 평을 들으며 부천영화제 장편 배우상을 받았다.
정이서는 "(그동안) 애썼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며 "앞으로 조금씩 나아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게 아닐까 싶다"고 소감을 말했다.
그의 데뷔작은 윤종빈 감독의 영화 '군도: 민란의 시대'(2014)다. 정이서의 표현으로는 "0.1초 나오는 정도"라고 했다. 그의 존재감을 대중에게 알린 작품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2019)으로, 기택(송강호 분) 가족에게 포장 아르바이트를 맡긴피자 가게 사장으로 나왔다. 이후 드라마 '보이스 3', '마인', '지금 우리 학교는'과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조제', '헤어질 결심' 등에 출연했다.
정이서는 "봉준호 감독님께 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덕분에 지금까지 해온 모든 작품에 참여할 수 있었다"고 했다.
"배우 일을 한 이후 요즘 처음으로 충족되는 느낌이 들어요. 앞으로도 재밌는 작품과 역할을 만나고 싶은 욕심도 크고요. 한 가지 아쉬운 건 제가 그동안 스릴러를 많이 해왔더라고요. 꼭 한 번 로맨틱 코미디도 해보고 싶어요. 갈 길도 멀고 부족하지만 좀 더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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