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공습 대비 민방위 훈련…"전쟁 났냐 이래야 하나" 버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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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방위 훈련 중입니다. 잠시만 대피해 주세요."
23일 오후 2시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리자 서울 영등포구청역 출구 앞에서 공무원 A씨가 인도 위 행인들에게 외쳤다.
오후 2시15분이 되자 '민방위 훈련 경계경보 발령'이라는 안내 문자가 전송됐다.
오후 2시19분에는 '민방위 훈련 경보 해제'라는 문자가 오며 훈련 종료를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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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까지 오는데…사이렌 안 들리고 음질도 나빠"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 "민방위 훈련 중입니다. 잠시만 대피해 주세요."
23일 오후 2시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리자 서울 영등포구청역 출구 앞에서 공무원 A씨가 인도 위 행인들에게 외쳤다. A씨는 연신 고개를 숙이며 "죄송합니다. 몇 분만 기다려 주세요"라고 부탁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공습 대비 민방위 훈련이 이날 전국에서 동시에 실시됐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 같은 공습 상황이 발생할 경우 신속한 대피와 대응 요령을 숙달하기 위해 열린 훈련으로 2017년 8월 이후 6년 만이다.
전국 주요 도로에서 차량 이동통제 훈련과 소방차 등 긴급 차량의 빠른 이동을 위한 '길 터주기 훈련'도 함께 진행됐다.
그러나 참여율은 저조했다. 많은 시민이 고개를 가로젓거나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발길을 옮겼다. 차들도 운행을 멈추지 않았다.
지하철 역사 밖으로 나가는 것은 오후 2시15분까지 통제됐다. 오후 2시5분쯤 한 50대 남성이 역사 밖으로 나가다 "전쟁이라도 났냐. 비도 오는데 이래야 하냐"라고 버럭 화를 냈다. 이어 그는 "누가 시켰냐. 바쁜 사람 잡고 이게 뭐 하는 거냐"며 자리를 벗어났다. A씨는 이에 "죄송하다"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묵묵히 훈련에 참여하던 시민들도 이 남성을 보고 자리를 이탈했다. 40대 남성 김모씨는 "다들 제 길을 가니 기다리는 사람만 손해 보는 것 같다"며 "나도 가야겠다"고 우산을 펴고 거리로 나섰다.
그러나 영등포구청으로 가려던 60대 남성 이모씨는 "옛날에는 매년 해서 그런지 사이렌이 울리면 다들 기다려 줬다"고 말했다.
오후 2시15분이 되자 '민방위 훈련 경계경보 발령'이라는 안내 문자가 전송됐다. 오후 2시19분에는 '민방위 훈련 경보 해제'라는 문자가 오며 훈련 종료를 알렸다.
훈련이 끝난 뒤 A씨는 영등포구청역 출구 앞에서 훈련에 동참해준 시민 10여명에게 고개 숙여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A씨는 "6년 만에 하는 훈련인데다 비까지 내려 참여율이 저조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회사들의 참여율도 저조했다. 동작구에 있는 회사에 다니는 20대 김모씨는 "회사에서 사이렌과 라디오 방송만 틀어줄 뿐 자리를 이탈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서초구에 있는 회사에 다니는 임모씨는 심지어 "우리 회사는 안내 이메일도 발송하지 않고 사이렌도 울리지 않았다"며 "어디로 대피해야 하는지는 알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온라인에서는 "사이렌이 울리지 않아 훈련하는지도 몰랐다"거나 "사이렌이 울린 후 음성 방송 음질이 안 좋아 하나도 안 들렸다"는 반응이 올라오기도 했다.
bc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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