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걸' 김용훈 감독 "열연한 배우들 호평받을 때 가장 기뻐"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마스크걸'은 배우들이 가장 조명받을 수 있는 작품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만큼 배우들의 도전이 필요한 작품이었고, 그 도전 없이는 만들기 힘든 작품이었죠."
김용훈 감독의 말처럼 지난 18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마스크걸'은 배우들의 과감한 변신과 연기 도전이 돋보였다.
배우 안재홍은 분장을 거쳐 주인공 김모미에게 집착하는 못생긴 직장 상사 주오남으로 변신했고, 염혜란은 아들을 잃고 복수심에 사로잡힌 김경자의 광기를 연기해 호평받았다. '3인 1역'으로 김모미를 연기한 이한별, 나나, 고현정도 호연을 보여줬다.
이 때문인지 김 감독은 23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 내내 배우들을 칭찬했다. 주로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반응을 살핀다는 김 감독에게 어떤 반응이 기쁜지 묻자 "배우들이 호평받는 게 가장 기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김 감독은 드라마 촬영 과정에서 배우들의 열정을 느낀 일화를 소개했다.
안재홍은 시청자가 자기 모습을 몰라볼 정도로 분장하고 싶다며 의욕을 보였고, 도수 높은 안경까지 착용하며 더 못생긴 외모를 보여주려 해 도리어 김 감독이 말렸다고 한다.
또 염혜란은 물 공포증이 있는데도 두려움을 극복하고 물에 빠진 자동차에서 탈출하는 장면을 연기했다. 김 감독은 "수중 촬영분을 본 염혜란 배우가 만족하지 못한 듯 '다시 찍고 싶다'고 말해 그 열정에 놀랐다"고 떠올렸다.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마스크걸'은 못생겼다는 이유로 가수의 꿈을 접은 평범한 직장인 김모미가 가면을 쓴 채 마스크걸이란 별명으로 인터넷 방송을 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직장인 시절의 김모미는 이한별이, 살인 사건에 휘말려 성형수술을 한 뒤의 김모미는 나나가, 자수해서 교도소에 수감된 지 10년이 지난 뒤의 김모미는 고현정이 각각 연기했다.
김 감독은 "김모미는 한 명의 인물이지만, 서로 다른 사람처럼 느껴지게 연출하고 싶었다"며 "살인 사건을 겪은 김모미는 이전과 다른 인물이 되고, 10년간 교도소에 수감된 뒤에는 또 다른 인물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3인 1역이란 색다른 시도로 드라마가 주목받고 있지만, 제작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김 감독은 "(3인 1역이) 워낙 과감한 시도여서 제작진 내부에서도 반대가 심했다"며 "실제 분장으로 다른 모습을 연출할 수 있을지 테스트도 해 봤지만, 도저히 원하던 결과가 나오지 않아 결국 3인 1역으로 촬영했다"고 말했다.
이중 직장인 시절 김모미는 새로운 얼굴로 주목받았다.
김 감독은 "아무리 떠올려도 성형 전 김모미의 모습에 알맞은 배우가 보이지 않았다"며 "조감독이 모델 에이전시에 원하는 배우의 캐릭터를 설명하고 나오는 길에 프로필 접수를 하는 분 모니터에서 이한별을 발견했다"고 했다.
김 감독은 "이한별 배우는 연기에 열망이 컸는데 마지막 도전이라 생각하고 모델 에이전시에 프로필을 냈다고 한다"며 "김모미에게는 인간적인 매력이 있어야 했는데, 이한별에게서 그런 매력이 느껴졌다"고 덧붙였다.
이한별은 날씬한 몸매의 김모미로 변신하기 위해 2개월 동안 배구선수 김연경의 트레이너에게 혹독한 트레이닝을 받았다고 한다.
넷플릭스 집계에 따르면 '마스크걸'은 지난주(14∼20일) 비영어권 국가에서 두 번째로 많이 시청됐다. '마스크걸'은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집계한 주간 TV 및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화제성 1위에도 올랐다.
김 감독은 "'마스크걸'은 표면적으로는 외모지상주의를 다루지만, 그 저변에는 인간의 이중성과 양면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인물에 대해 '이 사람이 왜 이렇게 됐을까' 하는 의문을 풀어내고 싶었다"며 "김모미와 주오남이 이런 인물이 된 이유가 과연 그들 자신만의 문제였을까, 하는 부분을 조명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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