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으로 뛰고 담배 끄고 재빨리 건물로…‘공습경보’ 사이렌에 반응한 국민들
“나오시면 안 돼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2017년 이후 6년 만의 전국 단위 공습 대비 민방위 훈련 개시를 알리는 사이렌이 울린 23일 오후 2시, 서울지하철 1·4호선 서울역 4번 출구 밖에서 대기 중이던 민방위 대원들이 바깥으로 나오려던 이들에게 소리 높여 말했다. 훈련과 외출이 겹친 시민 일부는 생각지 못한 일에 당황한 듯 ‘빨리 가야 하는데’라는 말을 내뱉었으나, 다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가 훈련이 끝나기까지 20분간 대기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날 훈련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같은 공습 상황이 발생했을 때 신속한 대피와 대응 요령 숙달을 위해 실시됐다. 오후 2시가 되자 정확히 시내에는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렸고, 훈련 취지와 실제 상황 발생 시 국민들의 대응 방법 등을 자세히 소개한 행안부의 라디오방송이 서울역 구내에 흘러나왔다.
세계일보가 이날 살펴본 서울역은 전국 총 216곳의 ‘비상차로 차량 이동통제 훈련 구간’ 중 하나인 서울 세종대로 구간(세종대로 사거리~서울역 교차로)에 속했다. 경찰력과 지역 해병대 전우회가 대기했고, 5분 전까지만 해도 시내버스와 온갖 차량으로 꽉 찼던 도로는 정확히 오후 2시가 되자마자 고요해졌다.
훈련 직전 출구를 나온 두 시민은 사이렌이 울리자 칼같이 울린 해병대 전우회의 호루라기 소리에 “편의점으로 들어갈게요!”라고 말한 뒤 근처 편의점으로 급히 뛰어갔고, 인근 건물의 흡연구역에 있던 시민들도 모두 건물 안으로 빠르게 들어갔다.
서울역 내에 퍼진 라디오 방송 속 관계자들 목소리는 내용만큼이나 묵직했고 발음도 매우 또렷했다. 국민의 소중한 생명을 보호하고 재산 피해 최소화 등에 의의가 있다는 점 등을 부각하는 배상원 행안부 중앙민방위경보통제센터장 등의 발언이 이어졌다.
방송은 ▲경보 발령 시 주변 대피소나 지하시설로 빠르게 대피할 것 ▲운행 중인 차량은 경찰 등 유도에 따라 도로 우측 차선에 정차한 뒤 라디오 실황방송을 들을 것 ▲미사일 공습에 대비해 고층 건물과 아파트에 있는 국민은 엘리베이터가 아닌 비상계단을 통해 지하주차장 등 지하의 시설로 대피할 것 등을 당부했다.
무엇보다 이번 훈련이 2017년 이후 6년 만에 진행돼 일부 국민의 혼란을 우려한 듯 방송에서는 ‘최근 한반도는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로 심각한 위협과 긴장이 고조된다’며 훈련의 필요성을 강하게 부각했다.
행안부 등에 따르면 경보는 ▲적의 공격이 예상될 때 ▲적의 공격을 받거나 받고 있을 때 ▲화생방 공격이 예상되거나 공격받고 있을 때 ▲핵 공격이 임박하거나 진행 중일 때 ▲적의 공격이 없고 추가공격이 예상되지 않을 때 총 다섯 가지 경우에 울린다. 특히 적의 공격을 받을 때와 핵 공격 임박 시 등에는 사이렌이 물결치듯 울려 그 위험성을 더욱 부각한다.
방송이 나온 20분간 역 구내에서는 걸음을 멈추고 귀를 기울이는 시민도 있었지만, 무심한 듯한 표정으로 지나치는 시민들이 더 많이 눈에 띄었다.
공습경보가 해제된 오후 2시15분 역 구내 스피커에서는 “국민 여러분, 행정안전부 종합민방위경보통제소입니다. 경계경보를 발령합니다”라는 방송이 나왔다. 공습경보에서 경계경보로 바뀌면 차량과 주민 이동 통제가 해제된다.
배 센터장은 “대한민국 정부는 적의 공격과 국가 재난으로부터 국민이 안전히 생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민방위 훈련은 나와 내 가족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 것이고 국민의 자발적 참여가 매우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습 대비 훈련에 적극 참여해주신 국민 여러분과 민방위대원, 군, 경찰, 소방 등 관계자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에는 4회에 걸쳐 훈련이 계획되어 있다”며 국민들의 적극 참여를 재차 부탁했다.
오후 2시20분에는 방송이 아래처럼 바뀌었다.
“국민 여러분 여기는 행정안전부 중앙민방위경보통제소입니다. 현재시각 우리나라 전역에 발령한 훈련경보를 해제합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는 일상으로 돌아가시기 바랍니다.”
글·사진=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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