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세징야와 대구FC, 그리고 DGB대구은행파크
2023시즌 K리그는 뜨겁습니다. 그 어느 해보다 많은 관심과 인기를 누리고 있고, 여러 유의미한 기록도 이어지고 있죠. 승강제 이후 처음이라는 1부리그 기준 50골, 50도움도 이번 시즌 우리가 만난 역사적 성과입니다. K리그1 단독으로는 처음이라는 50-50클럽 맴버, 바로 대구FC의 세징야가 그 주인공인데요. 이번 시즌 K리그의 여러 유의미한 흔적이 담겨있는 대구FC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다뤄봅니다.
대팍의 왕, 대구FC의 역사 쓰는 세징야
대구FC의 주장 완장의 주인공이자, DGB대구은행파크의 '왕'으로 불리는 남자, 바로 브라질 출신 K리그 대표 스타 세징야입니다. 꼭 대구FC 팬이 아니더라도 K리그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세징야라는 이름이 익숙할 텐데요.
지난 2016년 대구FC 유니폼을 입고 K리그2 무대를 통해 역사를 시작한 세징야는 K리그 기준 8시즌 동안 230경기에 나서 87골, 58도움을 기록했습니다. K리그2를 경험했던 첫 시즌 11득점 8도움을 기록한 세징야는 K리그1에서 76골, 50도움을 더했습니다.
수상 경력도 화려한데요. K리그 이달의 선수상을 5번 받았고, 리그 최초로 4년 연속 수상자라는 기록도 썼습니다. 지난해까지 무려 4년 연속 K리그1 베스트11에 이름을 올린 세징야는 지난 2018년 K리그1 도움왕, 2018 FA 컵 득점왕과 MVP 등 리그에서 화려한 이력을 남겼습니다. 개인 기록에 있어서는 대구FC의 거의 모든 기록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팀 통산 최다 득점과 도움, 구단 최초의 30-30과 40-40, 50-50을 모두 기록한 세징야, 말 그대로 대구FC의 역사가 곧 그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물론, 세징야라는 이름의 그늘도 깊습니다. 그의 활약이 화려하게 함께 할 때는 팀도 상승세를 탔지만, 30대 중반에 접어든 나이와 이런저런 부상의 여파는 팀 성적에도 직결되곤 합니다. 대구FC엔 큰 존재, 하지만 세징야가 없는 시대도 준비해야 하는 숙제가 함께 합니다.
시민구단 대구FC, 2023시즌은 상스? 하스?
승강제 도입과 함께 지난 2013년 강등이 확정되면서 3년을 2부리그에서 보냈던 대구FC, 다시 승격한 2017년 이후 지속해서 1부리그를 지키고 있습니다. 승격 첫해와 이듬해인 2018년을 하위 스플릿에 자리했던 대구는 DGB대구은행파크 개장 시즌이었던 2019년, 팀 최초로 상위 스플릿인 파이널A 진출에 성공합니다. 그리고 3년 연속 상위 스플릿을 지켰습니다. 심지어 2021년은 팀 창단 이후 최고 성적인 3위에 자리합니다.
2022년 어려움을 겪으며 강등 위기까지 빠졌던 대구FC, 비록 강등권과 격차를 벌리며 8위로 리그를 마감했습니다만, 창단 20주년을 기념하는 해, 하위 스플릿인 파이널B에서 리그를 마무리했다는 아쉬움도 남았는데요. 이번 시즌, 그런 의미에서 상위 스플릿 진출에 대한 열망은 꽤 뚜렷했고, 여름이 오기 직전까지는 4, 5위를 오가며 목표에 가까워지는 듯했지만, 7, 8월을 보내며 힘겨움도 겪고 있는데요.
여름에 약한 팀 컬러가 올해도 반복된 대구FC, 7월부터 8월의 끝자락에 이르는 약 두 달간 단 1승에 그친 대구는 최근 6경기째 승리가 없습니다. 8월 마지막 경기라 할 다가오는 28라운드 제주유나이티드와의 홈 경기는 그래서 매우 중요한 순간이 될 듯합니다. 대구가 지난 7월 7일 마지막 승리를 거뒀던 상대이기도 했던 제주, 이 경기를 잡는다면 8위 대구는 최대 6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9월부터 스플릿 라운드 이전까지 남은 5경기, 분명 최소한 승점 42~47점의 분포를 보였던 상위 스플릿 기준점을 따져보면, 3승 이상을 거둬야 안정적인 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쉽지 않은 도전이 이어지는 2023시즌, 과연 대구FC는 가을을 어느 지점에서 보낼 수 있을까요?
DGB대구은행파크가 이끄는 축구 도시, 대구
과거 대구스타디움 시절에 비해 지금 대구FC는 리그에서도 핫하고, 힙한 팀으로 꼽힙니다. 경기마다 '매진'이라는 단어를 익숙하게 만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국내 프로구단이 바로 대구FC라 할 수 있을 텐데요. 5번의 전 좌석 매진을 기록한 '대팍'은 이번 주 제주전 역시 홈 팬이 앉을 수 있는 자리는 모두 매진됐습니다. 이 기록도 이번 시즌 2번째죠. 홈에서 펼쳐진 12경기 가운데 무려 7번이 대구 팬에게 허락된 표가 모두 팔렸다는 겁니다.
최근 DGB대구은행파크의 관중 열기는 성적이나 선수들에 대한 관심 같은 뚜렷한 이유로 설명하기 힘든 지점이 있습니다. 지역사회에 하나의 문화 현상이자, 모두가 즐기고 싶어 하는 공간으로 가치를 뿜어내고 있는 겁니다. 스포츠 공간으로의 기능은 물론, 하나의 문화이자, 유행으로 자리한 대팍. 지역의 도시재생 효과를 바탕으로 여러 변화를 물러온 공간의 힘은 이제 거대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우리나라 스타디움 가운데 가장 최근에 생긴 곳인 대팍은 여러 거대한 다른 경기장과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도심에 위치한 거대 공간은 접근성에서 용이함을 보여주고 있고, 1만 2천여 석으로 그리 크지 않은 규모 탓에 희소성이라는 장점을 품었습니다. 매력적인 팀과 매력적인 공간이 섞이며 젊음을 보여주는 곳, DGB대구은행파크는 과거 팀 성적이 인기와 비례하던 시절과 다른 경기장의 시대가 왔을 보여주는 곳입니다.
역사를 쓰는 팀의 핵심 선수와 꾸준하게 팬과 호흡하는 팀, 그리고 그 모든 것이 담긴 공간. K리그의 뜨거움을 상징적으로 담은 대구FC와 세징야, 그리고 DGB대구은행파크의 이야기는 곧 우리 모두의 축구 이야기와 다르지 않습니다. 과연 대기록과 함께 한 시즌, 팀은 어떤 최종 성적표를 받아 들까요? 또, 이 공간에는 남은 경기 동안 얼마나 더 많은 함성이 함께 할까요?
약 2달 만에 다시 승리에 도전하는 대구FC, 60-60클럽까지 도움 2개를 남긴 세징야, 7번째 홈 팬들의 자리를 채운 DGB대구은행파크. 다가오는 토요일, 제주와의 홈 경기에서 그 많은 것들을 우리는 미리 만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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