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빈곤·정치 불안정…희망 찾기 힘든 짐바브웨 선거
“선거는 고통밖에 가져오지 않았으며 올해도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짐바브웨 수도 하라레에 거주하는 칼린 음바세(33)는 “얼마나 많은 투표를 하든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이와 같이 말했다. 23일(현지시간) 짐바브웨는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를 동시에 치렀다. 그러나 유권자들의 피로감이 누적된 탓에 희망적인 분위기나 선거에 대한 관심은 찾기 힘들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날 대선에는 총 11명의 후보가 나섰지만 사실상 에머슨 음낭가과 현 대통령(80)과 제1야당 넬슨 차미사 대표(45)의 2파전 구도로 치러졌다. 2018년 대선에 이은 재대결이기도 하다. 음낭가과 대통령은 과거 백인 지배에 맞서 로버트 무가베 전 대통령과 함께 독립투쟁을 했으며, 1980년 영국에서 독립한 후 보안·재무·법무·국방장관과 부통령 등을 지냈다. 반면 차미사 대표는 변호사 겸 목사 출신 달변가로 젊다는 강점을 보인다.
지난달 발표된 2개의 여론조사에서 하나는 음낭가과 대통령의 승리를, 다른 하나는 차미사 대표의 승리를 각각 예측하는 등 접전이 예상된다.
유권자의 가장 큰 관심사는 경제다. 짐바브웨의 지난 6월 인플레이션은 175.8%를 기록했다. 짐바브웨달러는 ‘화폐가치 하락’의 대명사로 통용될 정도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식료품 가격이 급등하고 공급망이 멈춘 여파가 컸다. 최근 실업률은 7~10%를 오갔으며 빈곤률은 2019년 38.3%에 달했다.
수십년동안 이어져 온 폭력사태, 부패, 권위주의 통치도 중요한 해결 과제다. 짐바브웨 국민들은 폭력 사태를 피해 인근 보츠와나, 잠비아, 모잠비크 등으로 내몰렸으며, 현재 남아공에 거주하는 짐바브웨인은 약 200만명에 달한다. 이들 국가에서 외국인 혐오에 시달리는 짐바브웨 국민들은 현지인들과 때때로 충돌을 빚고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가 희망이 되긴 어려워보인다. 2018년 ‘최악의 독재자’ 무가베 전 대통령을 쿠데타로 축출한 후 간신히 선거에서 승리한 음낭가과 대통령은 경제성장, 언론자유, 야당 탄압 완화, 서방과의 관계 개선 등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 과정에서 야당 후보 자격 박탈, 게리맨더링(자의적인 선거구 획정) 의혹, 야당 행사 습격 등 신뢰를 보내기 어려운 사태가 이어졌다. 독재자를 몰락시키며 등장한 정권에 대한 기대를 배반하는 행보였다.
짐바브웨민주주의연구소 베케젤레 검보 수석연구원은 “음낭가과가 2018년엔 쿠데타의 영웅이라는 이점과 기회를 가졌다면 이번에는 그가 상황을 개선할 계획이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알자지라에 말했다.
선거의 공정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범아프리카 연구기관 아프로바로미터의 지난달 여론조사를 보면, 응답자 절반 가까이는 “발표된 결과가 실제 투표 결과를 반영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선거 결과는 28일 발표될 예정이다.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10월2일 결선투표를 실시한다. 현직 프리미엄과 선거감시 시스템 미비 등으로 음낭가과 대통령이 유리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등록 유권자는 662만3000여명이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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