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키즈’로 초고속 승진한 양종희…아쉬운 ‘無행장’ 타이틀 [포스트 윤종규 ①]
경쟁자 중 가장 먼저 ‘부회장’ 꿰찼지만 행장 경험 없는 게 약점
(시사저널=조문희 기자)
'리딩금융그룹' KB금융지주를 이끌 차기 회장 레이스가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 현재 후보는 양종희·허인·이동철 KB금융 부회장과 박정림 KB증권 사장(KB금융 총괄부문장) 등 내부 인사 4명과 외부 인사 2명 등 6명으로 좁혀진 상태다. 내부 인사 4인은 KB금융 경영승계 시스템인 'CEO 내부 후보자군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자질과 역량을 검증받아 왔다. 하지만 금융권에 대한 사회적 요구와 견제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최고경영자의 무게감과 역할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시사저널은 후보자들의 면면을 조명하며 국내 금융그룹을 대표하는 KB금융을 이끌 적임자가 누구인지 살펴본다. [편집자주]
KB금융 차기 회장직을 둘러싼 각축전의 스타트를 끊은 사람은 양종희 부회장이다. 양 부회장은 경쟁자 3인방 중 가장 처음으로 지난 2020년 KB금융지주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그룹 내에서 회장을 잇는 2인자 자리는 은행장 자리였다. 윤종규 회장이 승계 작업을 위해 의도적으로 부회장직을 10년 만에 부활시킨 것이란 평가를 받았다. 실제 양 부회장과 허인‧이동철 부회장이 순차적으로 부회장직에 오른 후 내부 승계 수업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시장 일각에선 양 부회장이 가장 먼저 부회장직을 꿰찬 것을 두고 '역시'라는 반응을 내놓았다. 양 부회장은 그룹 내부에서 '윤종규 키즈', '윤종규의 심복'으로 불렸기 때문이다. 양 부회장은 오랜 기간 윤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도우며 두터운 신임을 받아온 인물로 꼽힌다. 2010년에서 2013년까지 윤 회장이 KB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을 역임할 당시부터 양 부회장은 경영관리부장을 지내며 호흡을 맞췄다.
양 부회장은 능력을 인정받아 초고속 승진한 이력을 갖고 있기도 하다. 양 부회장은 윤 회장이 KB금융 회장으로 복귀한 2014년 당시 지주 전략기획 담당 '상무'에서 재무‧HR‧IR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전무와 부행장을 건너뛰고 부사장직으로 직행한 것이다. 양 부회장은 지난 3월에는 윤 회장을 대신해 금융당국 주최 금융지주 회장단 모임에 공개 참석하기도 했다. 그만큼 두 사람의 신뢰감이 두텁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KB손보 '알짜 계열사'로 키운 윤종희…"비은행 확대" 목표 이끌 적임자
양 부회장이 윤 회장의 신임을 받게 된 계기로는 '실력'이 꼽힌다. 양 부회장은 2016년 LIG손해보험 인수를 성공적인 마친 공로로 KB손해보험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양 부회장은 경쟁사를 따돌리고 인수 우선협상권을 따낸 당사자로 지목됐다. 내부적으로는 높은 인수가격 문제 등으로 반발 여론이 고개를 들었으나, 양 부회장이 뚝심으로 밀어붙였다는 후문이다. 양 부회장 취임 이후 KB손보의 연 순이익은 1년 만에 20% 급등했다. 이후 업황 불황에 순이익은 떨어졌으나, 양 부회장 체제 4년 동안 기반을 닦은 덕에 이제는 KB손보가 '알짜 계열사'로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KB손보의 매출은 KB금융그룹이 '리딩 뱅크'를 달성하는 데 결정적 도움을 줬다는 평가도 받는다. 리딩 뱅크 달성은 경쟁자이자 KB국민은행장 출신인 허인 부회장의 공적으로 꼽히지만, 매출 구조를 뜯어보면 KB손보의 순이익 증대가 영향을 미쳤다. 올해 상반기 KB손보가 5000억원대 순이익을 올려 그룹 전체 실적을 끌어올린 반면, 경쟁사인 신한금융의 신한EZ손해보험은 13억원의 적자를 보였다. 그 결과 KB는 2조9967억원의 순이익으로, 2조6262억원의 신한을 제쳤다.
현재 양 부회장은 지주에서 △개인고객부문장 △WM/연금부문장 △SME 부문장을 맡고 있다. 다른 후보 대비 지주 시절 재무총괄을 맡은 덕에 '재무통'으로 보는 시각도 있으며, '전략통'이라는 평가도 받는다. KB금융그룹이 전반적으로 비은행 사업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양 부회장이 차기 회장으로 적임자란 평가도 나온다.
행장 경험 없고 노사 갈등 전력…노조 "결격사유는 없어"
그러나 양 부회장의 '아킬레스건'은 행장 경험이 없다는 점이다. 전통적으로 KB금융그룹 회장들은 은행장 출신이 역임해왔다. 다만 새로 신설된 부회장직이 사실상 행장과 같은 2인자 격으로 평가받고 있는 만큼, 중대한 결격사유는 아닐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또 양 부회장으로선 KB손보 재직 당시 노조와 직접적 갈등을 겪었다는 점도 약점으로 꼽힌다. LIG손보와 합병 과정에서 노사가 갈등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는데, 시장의 예상대로 양 부회장은 노조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 못했다. 양 부회장의 KB손보 취임 직후 노조가 불법 사찰 혐의로 양 부회장을 고발하는가 하면, 임금 협상 문제로도 임기 내내 여러 차례 갈등을 겪었다.
일단 노조 측은 새로운 회장 선임과 관련해 "낙하산 인사는 반대한다"는 원칙 아래 "직원들이 흘린 피땀을 존중할 줄 아는 올바른 노동관을 지닌 인물이면 된다"는 입장이다. 단 현재로선 공개 반대 입장을 낼 만큼 노사 관계에 있어 결격 사유가 있는 후보는 없다고 보고 있다. KB국민은행 노조 관계자는 시사저널에 "과거 사례들이 문제를 일으킬 순 있지만 현재 시점에서 (노사 관계를) 예단하긴 어렵다"며 "외부 인사 2명의 이름까지 공개된 후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회장 후보군 가운데 외부 인사 2명의 신상은 비공개되어 있으며, 최종 후보 1인은 내달 초에 정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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