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연 비효율, PBS 개선해 해소해야"

이준기 2023. 8. 23.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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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철 NST 이사장, 獨서 주장
정부 R&D예산 삭감에 대해
"방향은 맞지만 방식은 틀려
현장과 소통해 조정해야했다"
PBS 도입후 단기연구 쏠림
예산낭비 주범으로 PBS 꼽아
사진=한국과학기자협회 공동취재단
사진=한국과학기자협회 공동취재단

정부가 내년 국가 주요 R&D 예산을 삭감해 과학기술 연구현장이 크게 동요하는 가운데 과학기술 분야 25개 정부출연연구기관을 소관하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김복철(사진) 이사장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지난 20년 넘게 연구현장의 폐해로 지목되고 있는 'PBS(연구과제중심제도)' 개선을 통해 출연연의 비효율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게 김 이사장의 주장이다.

김 이사장은 독일 뮌헨 사이언스콩그레스 센터에서 열린 '한-유럽 과학기술학술대회(EKC)'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부의 R&D 예산 삭감의 방향을 맞지만 방식은 잘못됐다"며 "예산이 비효율적으로 사용되면 현장과 소통하면서 합리적으로 조정해야지 일괄적으로 깎으면 혼란이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6월 말 윤석열 대통령의 국가 R&D 사업 전면 재검토, 나눠먹기식·갈라먹기 R&D 카르텔 지시 이후 내년도 주요 R&D 예산을 올해보다 13.9%(2조4000억원) 줄어든 21조5000억원으로 편성했다. 출연연 예산도 올해보다 10.8%(3000억원) 감소한 2조1000억원으로 줄었다.

김 이사장은 "국민 세금을 적재적소에 잘 배치해 효과를 높여야 하겠지만, 모든 과학자들이 특정 카르텔처럼 비춰지는 지금의 상황은 아쉽다"고 말했다. 출연연 비효율 개선이 필요하다는 정부 정책 방향은 맞다고 했다.

그는 "지금은 학생이 없어서 연구를 못하는 것이지 돈이 없어서 연구를 못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예산 비효율을 개선해야 한다는 정부의 정책 방향을 맞다"고 했다.

국가 R&D 예산은 문재인 정부 당시 20조원에서 30조원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소부장, 감염병 등 단기 현안 대응사업, 중소기업 등에 뿌려주는 사업에 많이 투입됐다.

김 이사장은 출연연 비효율의 근원적 원인으로 'PBS'를 지목했다. PBS는 연구자가 외부 과제를 경쟁으로 수주해 연구비를 충당하는 제도로 1996년 도입됐다. 연구자들은 연구비와 인건비 확보를 위해 단기 소액과제 중심의 PBS에 주력할 수밖에 없게 됐다. 그 결과 중장기 연구 수행과 연구 몰입환경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PBS 개선은 지난 20년 간 과학계의 최대 해결 과제로 꼽혀 왔다.

김 이사장은 "PBS로 큰 연구들이 파편화되다 보니 연구자들이 장기적 관점에서 연구를 책임지기보다는 과제 한 두개를 맡아서 적당히 기준에 맞는 성과만 내는 문화가 형성됐다"며 "과제가 잘게 쪼개지다 보니 나오는 결과물도 큰 의미가 없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짚었다.

정부가 지적한 연구비 나눠먹기나 불투명한 예산 집행 등 예산낭비 문제도 PBS 개혁으로 풀어갈 수 있다는 게 김 이사장의 지적이다. PBS에는 과제당 사용할 수 있는 인건비나 직접비 등의 비중이 정해져 있다. 연구에 필요한 인건비를 확보하려면 과제 하나로는 부족해 한 번에 많은 과제를 수주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직접비가 남아 당장 활용성이 적은 연구장비를 구입하는 등 낭비로 이어진다.

김 이사장은 "결과적으로 예산 낭비의 주범은 PBS"라며 "과제당 인건비 비중을 높이는 등 제도적으로 풀어갈 수 있는 것부터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산을 일괄 삭감하는 게 아니라 제대로 배분이 되고 있는지, 배분 과정이 적정한 지 등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토대로 혁신 방향을 잡아 갔다면 현장에서도 충분히 이해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는 카르텔 집단처럼 비춰지면서 연구자들이 상당히 위축된 상황이라고도 일선 연구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김 이사장은 2000년대 초 독일에서 시행된 '범부처 통합전략'을 참고할 사례로 제시했다. 독일에서도 과학기술 발전이 정체되고 있다는 우려와 함께 연구 혁신에 대한 필요성이 2000년대 초 제기됐다.

그는 "당시 독일 정부는 4년 동안 범부처 협의체를 만들어 연구현장의 소리를 들었고, 이를 토대로 만든 정책 방향이 연구 자율성을 극대화하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위한 더 많은 자유'"라며 "우리는 PBS 등 연구 개혁 논의를 20년 넘게 반복하고 있지만 한 발짝도 나아가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뮌헨(독일)=한국과학기자협회 공동취재단·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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