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점 100점 눈앞 … 어쩌면 오늘이 가장 싸게 마실수있는 와인" [김기정 컨슈머전문기자의 와인 이야기]

김기정 전문기자(kim.kijung@mk.co.kr) 2023. 8. 23.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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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美 나파밸리 투 칼론 와인
미국 나파밸리 투 칼론 빈야드 컴퍼니의 앤디 에릭슨 와인 메이커.

미국 나파밸리 투 칼론(To Kalon) 지역에서 만든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이라면 더 이상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는 수준에서 크게 고민하지 말고 마시면 됩니다. 더욱 중요한 팁이 있습니다. 부르고뉴 그랑크뤼 와인처럼 가격이 계속 오를 수 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덜 알려졌을 때 빨리 마시면 좋다는 겁니다.

미국 유명 와인 메이커 앤디 에릭슨이 나파밸리 최고의 와인 생산지 투 칼론 지역에서 만든 와인 3종이 국내 처음 출시됐습니다.

'투 칼론 빈야드 컴퍼니(To Kalon Vineyard Company)'에서 생산한 엘리자스 레드(Eliza's Red) 2018, 하이스트 뷰티 카베르네 소비뇽(Highest Beauty Cabernet Sauvignon) 2018, H. W. C. 카베르네 소비뇽(H. W. C. Cabernet Sauvignon) 2018이 그 주인공들입니다. 수입사는 나라셀라입니다.

먼저 투 칼론이란 지역을 설명해야 합니다. 투 칼론은 그리스어로 '최상의 아름다움'을 뜻한다고 합니다. 수입사는 원어 발음 '토칼론'이란 이름으로 이 지역 와인을 국내 유통합니다.

미국 유명 와인 생산지 나파밸리에서도 투 칼론은 부르고뉴 그랑크뤼 포도밭에 버금갈 정도로 최고급 와인 생산지로 인기가 높습니다. 한국에서 잘 알려진 로버트 몬다비의 주요 와인 생산지가 투 칼론입니다.

와인 메이커 앤디 에릭슨은 미국 나파밸리 컬트 와인의 아이콘입니다. 평론가 점수 100점으로 유명한 컬트 와인 '스크리밍 이글(Screaming Eagle)'의 와인 메이커로 활동했습니다. 이번에 들어 온 투 칼론 빈야드 컴퍼니 와인들은 평론가들로부터 좋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제임스 서클링은 각 와인에 97~99점을 줬습니다.

엘리자스 레드 2018은 카베르네 소비뇽 59%와 카베르네 프랑 41%를 섞어 만들었습니다. 향이 독특합니다. 카베르네 프랑이 섞여 있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와인 전문가나 와인 애호가들이 좋아할 수 있는 개성이 강한 와인입니다. 산도가 살아 있으면서도 밸런스가 좋고 부드러운 질감이 뛰어났습니다.

소량 생산은 또 다른 특징입니다. 각 병에는 전체 생산량과 함께 고유번호가 찍혀 있습니다. 시음한 와인은 3588병을 생산한 것 중 89번 와인입니다. 만약 어디선가 엘리자스 레드 2018의 89번 와인이 돌아다닌다면 그건 '가짜'입니다. 와인 모임에 한 병 들고 가서 스토리텔링하기도 좋습니다.

하이스트 뷰티 카베르네 소비뇽 2018은 카베르네 소비뇽 100%로 만들었습니다. 신선한 산도가 좋았고 카베르네 소비뇽 특유의 떫은맛이 살아 있었습니다. 힘이 넘치는 젊음이 느껴지지만 거친 타닌이 아닌 부드러운 타닌입니다. 여성적인 느낌의 와인으로 '뷰티'라는 이름이 잘 어울립니다.

최근 국내에 처음 출시된 투 칼론 빈야드 컴퍼니 와인들. 왼쪽부터 엘리자스 레드 2018, H.W.C. 카베르네 소비뇽 2018, 하이스트 뷰티 카베르네 소비뇽 2018,.

마지막으로 H. W. C. 카베르네 소비뇽 2018은 1960년대 로버트 몬다비가 식재한 클론의 포도들로 생산한 와인입니다. 투 칼론 단일 클론, 단일 포도밭에서 생산된 와인으로 투 칼론 빈야드 컴퍼니의 대표 와인으로 불릴 만합니다. 투 칼론 설립자의 이름 H. W. 크랩(Crabb)을 따서 H. W. C.로 지었습니다.

향과 맛의 전체적인 밸런스가 뛰어난 와인입니다. 둥글둥글하면서도 입안에서 꽉 찬 느낌이 드는 와인으로 카베르네 소비뇽으로 만든 와인 치곤 너무나도 섬세하고 부드럽습니다.

한 참석자는 "나파밸리에서 만든 와인이 부르고뉴 그랑크뤼 느낌이 난다. 보르도 그랑크뤼가 아니고"라고 평가했습니다. 저도 이 평가에 공감을 많이 했습니다. 카베르네 소비뇽으로 만든 와인이니 당연히 보르도 그랑크뤼의 느낌이 나야겠지만 피노 누아로 만든 부르고뉴 그랑크뤼처럼 섬세하고 부드럽습니다. 탄탄한 구조감과 롱 피니시는 최고급 와인이 갖춰야 할 캐릭터를 보여주기에 충분했습니다.

다만 저는 시간이 지나면서 이 와인이 어떻게 숙성될지가 궁금하긴 했습니다. 지금 마시기에 너무나도 좋은 와인입니다. 앞으로 몇 년이나 이 구조감을 깨지 않고 버틸 수 있을까요. 지금보다도 더 좋은 와인으로 숙성될 수 있을지 흥미롭게 지켜볼 작정입니다.

투 칼론 빈야드 H. W. C. 카베르네 소비뇽은 2018년이 첫 빈티지입니다. 상당히 고가 와인이라 수입사 브랜드 매니저에게 어떤 이유로 수입을 결정했는지 물어봤습니다. 그의 답변입니다. "가격을 잊게 만드는 와인은 정말 만나기 어렵습니다. 감동이 있어야 하는데, 이 와인 3종은 그런 요소를 충분히 갖췄습니다."

수입사 브랜드 매니저는 평론가 점수 '100점'을 향해 달려가는 와인이라는 팁도 전했습니다. 앞으로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와인과 강남집은 빨리 사는 게 돈 버는 것'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최고급 와인들의 가격이 치솟고 있습니다. 당연히 모든 와인이 다 그런 건 아닙니다. 투 칼론 빈야드 와인의 가격 추이는 계속 눈여겨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김기정 컨슈머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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