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4분의 1' 이슬람 시장 잡아라 … 할랄푸드 경쟁 '후끈'

박홍주 기자(hongju@mk.co.kr) 2023. 8. 23.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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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40개국서 신라면 출시
K매콤함으로 입맛 사로잡아
삼양식품 간판 '불닭볶음면'
유튜브서 선풍적 인기 끌어
할랄시장 매년 10% 성장세
아워홈 등 판로확대 청신호
농심 인도네시아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할랄 신라면' 홍보 사진. 농심

해외 식품시장으로 영토를 넓히려는 국내 업체들이 할랄푸드 개발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대구시까지 관련 사업을 추진하는 등 할랄 시장을 사로잡기 위해 민관 구분 없이 'K할랄푸드'를 경쟁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23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농심, 삼양식품 등 식품사들과 삼성웰스토리, 아워홈 등 식자재 유통사들은 이슬람권 수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자사 제품에 할랄 인증을 받고 품목도 확대하고 있다.

할랄은 '신이 허용한 것'이라는 뜻의 아랍어로, 이슬람 교도가 사용 가능한 제품을 뜻한다. 식음료뿐 아니라 패션·약품·화장품까지 아우르는 넓은 개념이다. 국내에서는 한국이슬람교중앙회(KMF)가 할랄 인증서를 발급하고, 국제적으로는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싱가포르 등의 기관 인증이 통용된다.

농심은 '할랄 신라면'을 중심으로 주요 이슬람 국가의 라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농심은 이미 2011년 4월 부산공장에 할랄 전용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할랄 신라면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말레이시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40여 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한류 인기에 힘입어 라면을 필두로 한 K할랄푸드의 인기도 상승세다. 지난해 기준 농심의 할랄 라면 매출액은 전년 대비 25% 이상 늘어났다. 농심은 현재 신라면, 육개장 사발면, 순라면, 안성탕면, 너구리, 짜파게티 등 30여 개 제품에 할랄 인증을 받아 수출하고 있는데, 관련 품목을 더 늘려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농심 관계자는 "할랄 신라면의 지속적인 수출 증가는 한국의 매운맛이 종교와 인종을 초월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는 증거"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할랄 제품을 개발해 거대한 할랄 식품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고 말했다.

아워홈 '할랄 떡볶이떡'

삼양식품은 면·스낵·소스 등 100여 개 수출용 제품이 KMF 인증을 받았다. KMF와 연동되지 않는 인도네시아 전용 할랄 인증인 '무이(MUI)' 인증은 30여 개 제품이 해당된다. 삼양의 간판 제품인 불닭볶음면은 2014년 KMF 인증을 받았다. 시식을 시도하는 '불닭볶음면 챌린지'가 해외에서 유튜브로 유행한 2016년부터 동남아시아 수요가 폭증했다. 동남아는 세계 무슬림의 60% 이상이 거주하는 최대 할랄 시장이다. 올해 초 삼양식품은 중국을 잇는 2위 라면 소비국인 인도네시아에 일본·미국·중국에 이어 네 번째로 해외 법인을 설립해 동남아 시장 다지기에 나섰다.

이슬람은 전 세계 인구 중 약 24%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전 세계 할랄 식품 시장 규모는 2021년 기준 1조9000억달러로 전 세계 식품 시장에서 26%를 차지한다. 규모도 매년 10%가량 성장하는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 급식 등 식자재 유통업체들도 할랄 시장의 판로를 확대하고 있다. 아워홈은 양산1공장, 계룡공장, 제천공장 등 국내 공장 3곳의 생산시설에 대해 할랄 인증을 완료했다. 김치, 떡국, 떡볶이 가정간편식(HMR), 두부 등 'K푸드'를 할랄 시장에 수출하고 있다. 지속적인 투자에 힘입어 지난해 아워홈의 할랄 수출액은 3년 전인 2019년 대비 90% 늘었고, 올해 상반기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3% 증가했다. 삼성웰스토리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13%의 할랄푸드 매출 성장을 보였다. 현재 중국과 베트남에 현지 법인을 두고 있는데, 향후 동남아 등에 추가 진출하면 할랄 매출액 상승이 더 커질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지방자치단체도 할랄 개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대구시는 내년부터 2028년까지 사업비 50억원을 들여 '할랄 식품 활성화 사업'을 추진한다. 할랄 인증 업체 수는 현재 5개에서 2028년까지 50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대구시는 현재 7110만달러인 대구 식품 수출액을 2028년까지 2억달러로 181% 성장시킨다는 방침이다. 시는 할랄 식품 시장 동향 등 정보를 제공하고, 세계 최대 할랄 박람회인 '말레이시아 미하스'에 대구 음식 홍보관 설치에도 나선다.

[박홍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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