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분당 300개씩 독감 백신 쏟아져···불량률 1% 미만"
스카이셀플루 3년만에 생산재개
출하 앞두고 마무리 작업 구슬땀
자체 개발한 세포배양 방식으로
생산기간 짧아 유사시 신속 대응
계란 알레르기 보유자에도 안전
“스카이셀플루가 분당 300개씩 완제 생산되는 현장입니다.”
완제생산실을 가득 채운 거대한 컨베이어 벨트가 쉼 없이 돌아갔다. 귀를 때리는 굉음은 서로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을 정도였다. 주사기 모양의 유리병들이 줄지어 벨트를 따라갔고 약물을 주입하는 기계가 정해진 용량을 정확하게 주입했다. 마지막으로 일련번호와 유효기간이 찍힌 라벨이 붙은 상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22일 오후 경북 안동에 있는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 ‘L하우스’에는 3년 만에 생산이 재개된 독감 백신 ‘스카이셀플루’ 출하를 앞두고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상균 L하우스 공장장은 “올해 연말부터 내년 초까지 국내에 공급하는 독감 백신 물량 500만 도즈(1회분)을 생산하고 있다” 면서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하느라 독감 백신 생산은 3년 만에 재개했지만 그동안 독감 백신을 생산한 노하우가 있어 수율 등에 어려움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21년부터 2년 동안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하기 위해 독감 백신 생산을 중단했다가 올해 코로나19가 엔데믹으로 전환되고 여름철부터 독감이 유행하자 생산을 재개했다. 이 공장장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5번 시설에서 만들다가 올해 설비 전환해서 독감 백신을 만들었다”면서 “설비 전환에는 세척, 잔여물 검증 등에 2달 정도 소요됐다”고 말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2015년 자체개발한 세포배양 독감 백신인 스카이셀플루는 23일부터 10월까지 안동 L하우스에서 출하돼 전국 병·의원에 공급된다. 세포배양 방식은 국내 다른 제약사들이 만들고 있는 유정란 방식과는 달리 무균 배양기를 통해 생산한다.
원액생산실에서는 연구원들이 방진복을 입고 바이오리액터(무균배양기)를 점검하고 있었다. 원액생산실에서는 세균을 발효시켜 상업화 규모로 확대하고 완성된 원액에서 타깃이 된 항원을 분리·정제한다. 김기현 메디컬인포메이션(MI)실 팀장은 “세포배양 방식은 유정란을 활용하지 않아 계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도 안전하게 접종할 수 있고, 유정란에서 바이러스를 배양 증식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변이가 생길 가능성도 배제된다”며 “생산 기간도 40일 내외로 짧아 독감 대유행 등 유사시에 신속한 생산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각 공정에서 품질 검사는 수시로 이뤄지고 있었다. 완제생산실에서는 기계가 1차적으로 불량품을 골라낸 후 사람이 다시 검수한다. 완제 과정에서의 불량률은 1% 내외다. 품질관리(QC) 실험실에서는 생산 환경을 모니터링하고 기기분석을 통해 백신의 순도나 정량을 확인한다. 출하 전에는 최소 4번 이상 기준에 맞는 항원의 양을 분석해 제품을 내놓는다. 이화학 실험실 옆에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로부터 최대 1억 4000만 달러(한화 약 2000억 원)의 연구개발비를 지원받은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 개발을 위한 실험실이 자리하고 있다. 일본 뇌염 백신이 첫 연구과제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독감 백신 선두 자리를 재탈환할지 주목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20년 1647억 원 규모의 독감 백신을 생산하며 녹십자를 처음으로 제치고 선두에 올랐다. 당시 SK바이오사이언스의 독감 백신 생산량은 1000만 도즈에 달했다. 올해는 노바백스의 코로나19 백신 생산으로 독감 백신 생산량이 500만 도즈에 그치지만 향후 해외 시장 등으로 발을 넓히며 생산량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이 공장장은 “스카이셀플루는 말레이시아, 태국, 싱가포르 등 10개국에서 허가를 받았고 10여개 국가에서 추가 허가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이번 시장 복귀를 통해 국민들의 독감 백신 선택권을 넓히고 글로벌 시장에서 영역 확대를 통해 백신 경쟁력을 다시 입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동=왕해나 기자 haena07@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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