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시네 쿠아 논’과 한미 원자력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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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모두 '매우 돈독한 관계'라는 뜻이지만, 둘 중 어느 쪽 의미가 더 강할까.
일본의 걱정은 오바마가 '일본은 코너스톤'으로 지칭하며 가라앉았다.
□ 린치핀 논쟁은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회동으로 무의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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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바퀴의 중심축(린치핀ㆍLinchpin)’ 혹은 ‘주춧돌(코너스톤ㆍCornerstone)’
가까운 친구와의 견고한 관계를 표시할 때 흔히 사용하는 영어 단어다. 모두 ‘매우 돈독한 관계’라는 뜻이지만, 둘 중 어느 쪽 의미가 더 강할까. 듣는 이마다 의견이 다르고, 정답이 없지만 2010년 이후 한국과 일본 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흐른 적이 있다. 미국이 한국은 중심축, 일본을 주춧돌이라 부르기 때문이다.
□ 갈등을 야기한 인물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다. 2010년 6월 이명박 전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한국을 태평양 안보의 '린치핀'이라 불렀다. 이전까지 린치핀은 미일동맹에서만 사용됐다. 최장기 주일 미국대사였던 마이크 맨스필드(재임 1977~1988)가 “미국의 아시아 정책은 도쿄에서 시작되고 도쿄에서 끝난다”고 추켜세울 때 붙였다. 1970년대 이후 줄곧 린치핀이던 일본이 오바마 정권에 이르러 한국에 자리를 뺏긴 셈이 되었으니, 일본 외교가가 술렁였다.
□ 일본 외교관들이 사전을 뒤졌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린치핀이란 단어에 복수형 's'를 붙일 수 있는지 챙겨봤다는 것. 한일이 동시에 린치핀이 된 건지, 아니면 린치핀이 한국으로 교체된 건지 따져봤다는 후문이다. 일본의 걱정은 오바마가 ‘일본은 코너스톤'으로 지칭하며 가라앉았다. 일본은 이후 비공식적으로 코너스톤의 의미가 더 센 것처럼 해석하는 기조를 이어왔다.
□ 린치핀 논쟁은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회동으로 무의미해졌다. 두 나라 모두 미국 외교전략에서 경중을 따질 수 없는 ‘Sine Qua Non’(시네 쿠아 논ㆍ필요조건)이 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우리가 따져야 할 게 있다. 한미와 미일 원자력협정의 차이다. 한일 국력 차이가 현저했던 1968년 체결된 미일 협정은 일본에 핵연료 재처리 권리를 줬고, 1988년에는 핵무기 비전용 조건으로 우라늄 농축도 인정했다. 반면 2015년 개정된 한미 협정은 재처리와 농축을 여전히 불허하고 있다. 같은 반열의 동맹이라면 한국과의 핵 협력에서 미국은 일본 수준의 신뢰를 보여야 한다. 한미일 동맹에 과감한 만큼, 핵 협력에서도 윤석열 정부가 적극 행보를 보이길 바란다.
조철환 오피니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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