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세포배양 백신 뭐길래…SK바사 백신기지 안동 'L하우스'를 가다

황진중 기자 2023. 8. 2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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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바이오사이언스, 세포배양 백신 대량공급 완제공정 속도
원액·완제 품질 검수 엄격…500만도즈 공급 속도
22일 SK바이오사이언스 직원이 품질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2023.08.22/뉴스1 ⓒ News1 황진중 기자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원자재가 들어오면 품질관리(QC)를 거쳐서 품질검증(QA)을 받고 백신 원액을 생산합니다. 원액 제조가 완료되면 완제 공정으로 옮겨서 약물사전충전주사기(프리필드시린지)와 병(바이알) 등 제형으로 만듭니다. 마지막 검수를 거친 후 국가검정을 신청해서 통과하면 백신을 출하합니다.”

22일 오후 화창한 날씨 속에 찾은 경북 안동시 SK바이오사이언스 L하우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이상균 SK바이오사이언스 L하우스 공장장은 이같이 말했다.

L하우스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국내에 공급하는 세포배양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 완제공정이 이뤄지고 있었다. 원액공정은 이미 마무리됐다. 추가 검수 등을 제외하고 완전 자동화된 완제공정라인은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팔을 닮은 노란 기계 로봇은 백신이 담긴 프리필드시린지에 주사 엄지누름대를 넣고 라벨을 붙였다.

SK바이오사이언스 안동 L하우스 완제공정실. 2023.08.22/뉴스1 ⓒ News1 황진중 기자

L하우스는 세포배양 독감백신 생산의 전진기지다. 인간의 삶에 필요한 ‘빛과 소금’(Light&Salt)에서 L의 앞글자를 따 이름을 지었다. 대지면적 6만3000㎡에 최첨단 무균 생산 시스템을 갖춘 시설이다. 세포배양, 세균배양, 유전자재조합, 단백접합 백신 등을 생산할 수 있다. 연간 최대 생산능력은 5억도즈(1도즈=1회 접종분)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백신 생산으로 2년여간 스카이셀플루 생산을 일시 중단했다. 올해부터 다시 생산해 국내에 500만도즈를 공급한다.

세포배양 백신은 동물세포를 활용해 바이러스를 키우는 방식으로 백신을 만든 제품이다. 기존에는 유정란을 사용해 바이러스를 배양하는 방법으로 백신을 만들었다. 유정란 백신 대비 예방효과와 안정성이 높다는 강점이 있다.

22일 SK바이오사이언스 L하우스에서 스카이셀플루 완제공정이 이뤄지고 있다. 2023.08.22/뉴스1 ⓒ News1 황진중 기자

L하우스 내부 방문을 위해 실험용 보안경을 쓰고 흰 가운을 입었다. 일회용 부직포 덧신까지 신은 후 SK바이오사이언스 직원들이 근무하는 공간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원액 품질관리(QC)실을 방문했다. QC팀 직원이 백신의 항원함량 등을 측정하고 있었다. QC라인에서는 스카이셀플루 품질 검사가 한창이었다.

항원함량 분석은 항원(바이러스)과 항체 반응 정도를 세계보건기구(WHO) 표준과 비교하는 연구다. 적정한 양의 항원이 인체에 투여되면 면역 반응이 일어나 독감 예방효과가 나타난다. 이주섭 SK바이오사이언스 QC실 팀장은 “항원함량 분석은 스카이셀플루 생산에서 아주 중요한 시험”이라면서 “항원의 양이 얼마나 들어 있냐를 측정하는 분석”이라고 설명했다.

22일 SK바이오사이언스 직원이 스카이셀플루 완제공정에서 완성된 프리필드시린지 제품을 들고 있다. 2023.08.22/뉴스1 ⓒ News1 황진중 기자

깨끗한 복도를 따라 원액공정을 볼 수 있는 자리로 이동했다. 스카이셀플루 원액은 이미 생산이 마무리돼 유사한 공정이 이뤄지고 있는 곳을 창밖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다른 백신의 원액은 2000리터급 세포배양기(바이오리액터)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L하우스는 ‘싱글유즈’ 시스템을 도입해 원액생산을 빠르게 할 수 있다. 싱글유즈 시스템은 바이러스 항원을 배양하는 바이오리액터에 비닐백을 넣고, 단일 바이러스 항원만 배양하는 방식을 뜻한다. 기존 방식으로 바이러스 항원을 배양할 시 한 차례 배양이 마무리되고 나면, 앞선 배양에서 남은 잔유물이 있는지 확인하고 세척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

싱글유즈 시스템을 활용하면 일회용 비닐백만 교체하면 다음 배양이 가능해 신속하게 항원을 배양할 수 있다. 장현진 SK바이오사이언스 원액실 팀장은 “배양을 일회용 비닐백을 활용해서 하고 있다”면서 “오염의 위험을 줄이고 공정에 있어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22일 SK바이오사이언스 L하우스에서 스카이셀플루 완제공정에서 기계가 분류한 불량 제품. 2023.08.22/뉴스1 ⓒ News1 황진중 기자

스카이셀플루 완제품이 만들어지고 있는 완제공정실은 덧신을 하나 더 신고, 일회용 부직포 헤어캡까지 쓴 후 들어설 수 있었다. 자동화된 라인으로 기계소음이 컸지만 곳곳에 귀마개가 비치돼 있었다. 투명한 원액으로만 보던 약물이 프리필드시린지에 담겨 제품이 되는 과정을 볼 수 있었다.

완제공정은 크게 4가지 절차로 나뉜다. 이물검사와 엄지누름대‧라벨 공정, 비닐포장 공정, 박스포장 공정이다. 이물검사 기계에서는 무게나 프리필드시린지의 모양 등을 기계가 자동 검수해 이상이 있을 것으로 판단하는 제품을 따로 빼냈다. 기계가 빼냈다고 모두 불량인 것은 아니고 사람이 한번 더 제품을 검수하게 된다.

22일 스카이셀플루 완제공정 중 비닐포장 공정. 2023.08.22/뉴스1 ⓒ News1 황진중 기자

기계 로봇이 주사기의 엄지누름대를 넣고 라벨을 붙이자 접종할 때 볼 수 있는 프리필드시린지 제형 형태가 완성됐다. 여기까지 공정이 완료된 스카이셀플루 제품 여러 개를 모아 비닐로 포장하는 공정이 이뤄졌다. 비닐 포장이 완료된 제품들은 제품 박스에 담겼다. 제품 박스에는 제품 로드와 생산일자 등이 인쇄된다. 이 과정에서 인쇄가 잘못되거나 제품이 하나 빠져 무게 등이 달라진 박스 등을 검수하게 된다.

배청호 완제실 매니저는 “자동화 공정이지만 사람이 한번 더 완제품 품질을 확인하고 있다”면서 “정상이라고 판단된 제품만 다음 공정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카이셀플루 완제 공정 중 박스포장 공정. 2023.08.22/뉴스1 ⓒ News1 황진중 기자

j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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