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에 귀신 붙어" 퇴마 빙자 강제 추행한 무속인 2심 감형…"증거 부족"

[사진: 연합뉴스]

제주에서 퇴마를 빙자해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1심에서 징역 7년을 받은 40대 무속인의 형량이 감경됐다.

광주고등법원 제주 제1형사부(재판장 이재신 부장판사)는 23일 유사강간, 사기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 받은 A씨(48)의 형량을 징역 5년으로 감경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제주 서귀포시에서 신당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 2019년 5월부터 지난해말까지 자신을 찾아온 여성을 상대로 퇴마 혹은 치료를 빙자해 강제 추행이나 유사강간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로부터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여성은 수십명이며, 나이대도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하다. 아울러 A씨는 피해자 수십명에게 굿이나 퇴마비 명목으로 수천만 원을 편취한 혐의도 받고 있다.

A씨는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피해자들의 '약한 고리'를 악용했다. A씨는 "내가 귀신 떼는 걸로는 대한민국 1%", "암 고치는 것도 할 수 있다", "자궁에 귀신이 붙어 있다" 등 말로 피해자들을 현혹했다. 또 퇴마나 질 치료를 하지 않으면 일찍 죽거나 암에 걸리고, 자녀들까지 극단적 선택할 거라며 겁을 주기도 했다.

조사 결과 A씨는 장난감 자동차를 무속 도구로 사용하거나 "귀신을 먹어서 나오는 것"이라며 트림하고, 협소한 공간에서 피해자들을 상대로 유사강간이나 강제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1심 재판 과정에서 A씨의 변호인은 "문신이나 브라질리언 왁싱의 경우도 신체 접촉이 있지만, 추행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는 시술자의 추행 의사가 없고, 당사자 역시 접촉을 용인하기 때문"이라며 "무속 행위 역시 이와 같다고 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무속학 전공 교수는 피고인의 퇴마 행위가 전해지지도, 목격한 적도 없다고 밝히고 있다"며 "결국 피고인은 피해자들에게 '굿을 하지 않으면 일찍 죽는다' 등의 말로 불안감을 조성한 뒤 복종 관계를 설정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며 징역 7년을 선고했다.

반면 이 부장판사는 이날 증거 부족을 이유로 사기 혐의 중 일부에 대해 무죄로 판단, 감형을 결정했다.강민성기자 kms@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