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임 중 받은 ‘롤렉스’ 선물 팔아챙긴 보우소나루, 최대 12년형 가능
지난해 브라질 대선에서 져 물러난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68)이 재임 때 외국에서 받은 고가의 손목시계 등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감옥에 갈 위기에 놓였다.
뉴욕 타임스는 최근 보우소나루와 측근들이 고가의 선물을 취득하고 처분한 경위 등에 대해 브라질 연방경찰의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여러가지 의심스러운 행보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고 2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우선 경찰 조사 결과, 그는 지난해 6월 미국을 방문했을 때 재임 시절 선물로 받은 값비싼 다이아몬드 롤렉스 시계와 파텍 필립 시계를 측근을 시켜 펜실베이니아 쇼핑몰의 귀금속 가게에 팔도록 했다. 경찰은 그가 이 거래로 적어도 6만8000달러(9100만원)를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롤렉스 시계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에서 선물로 받았고, 파텍 필립 시계는 바레인의 관리로부터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에 귀속되어야 할 고가의 선물을 몰래 챙겨 불법적 이득을 얻은 게 재판에서 인정되면, 횡령 혐의로 최대 12년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당시 시계를 사들였던 가게 주인은 “거래는 통상적으로 이뤄졌다”며 “수사 당국의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것만이 아니다. 그의 측근은 올 초 스위스 명품 브랜드 쇼파드의 18-캐럿 금장식 세트 한 벌을 맨해튼의 경매업체 ‘포타나’에 팔아달라고 의뢰했다. 포타나는 지난 2월 이를 경매에 올렸으나 팔리진 않았다. 경찰은 이 금장식 세트가 사우디 정부의 선물이며, 14만달러(1억8천만원) 정도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이들은 외국 정부에서 받은 다른 선물도 팔려고 했으나 마찬가지로 실패했다고 경찰이 밝혔다.
이에 대해 보우소나루 쪽은 “당시 관련 정부위원회가 ‘이들 보석류는 보우소나루 개인의 재산’이라고 판정한 것”이라며 “개인 소유 재산을 판 것이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변호하고 있다.
브라질 법률에 따르면 대통령 재임 중 받은 선물의 경우 지극히 개인적인 성격이라면, 예컨대 의례적인 모자 같은 경우 대통령이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값비싼 물건 특히 고가의 보석류는 국가에 귀속되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밝히고 있다. 브라질 연방회계법원의 책임자인 부르노 단타스 법원장은 “설사 선물받은 고가의 명품 브랜드 목걸이에 보우소나루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더라도, 그가 가질 수 없다. 국가에 귀속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보우소나루는 보석류의 소유를 합법화하기 위해 정부위원회의 판정 절차를 거쳤다. 정부가 임명한 인사들로 구성된 정부위원회는 그의 뜻대로 거의 모든 보석류에 대해 “개인적인 선물”이라며 보우소나루가 가져갈 수 있다고 판정해줬다. 이에 대해 단타스 법원장은 “당시 정부위원회의 판정은 잘못된 것”이라며 “정부위원회가 잘 몰라서 그랬다면 무능의 책임을 물어야 하고, 일부러 편의를 봐주기 위해서 그런 판정을 한 것이라면 범죄 행위로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브라질 연방경찰은 당시 정부위원회를 이끌었던 위원장의 집을 압수수색하는 등 당시 위원회가 이들 보석류를 보우소나루 개인 소유로 인정해주게 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앞서 단타스 법원장은 지난 1월 보우소나루가 고가의 시계를 펜실베이니아의 쇼핑몰에 판 사실을 알게 된 뒤 곧바로 보우소나루 쪽에 이들 시계를 회수해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이에 따라 보우소나루 쪽 인사는 지난 3월 필라델피아로 날아가 롤렉스 시계를 4만9천달러(6560만원)에 되사왔다고 경찰이 밝혔다. 그러나 이 인사는 지난주 현지 언론에 “나는 롤렉스 시계를 본 일이 없다”고 거짓말을 했다가 며칠 뒤 그의 이름이 적힌 영수증이 공개되자 그때서야 “보우소나루가 보낸 건 아니다”라고 발뺌했다.
보우소나루는 이 밖에도 지난 1월8일 그의 지지자들이 정부 청사를 습격한 것과 관련해 배후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고, 또 그의 측근들과 함께 코로나19 백신 접종 증명서를 허위로 발급받은 혐의와 대법원 도청 의혹 등에 대해서도 조사를 받고 있다. 지난주엔 한 해커가 의회에 출석해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보우소나루로부터 선거관리시스템을 해킹해 ‘선거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걸 보여달라고 요청받았다”고 증언해 논란이 일고 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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