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방정은 이만하면 됐다, 언니들의 멋진 춤 대결을 보여다오('스우파2')
[엔터미디어=정덕현] "어 조용히 좀 해줄래? 그냥 바로 할게요. 기분이 더러워서." 딥앤댑 크루의 리더 미나명은 원밀리언 리아킴의 지목을 받고 나와 그렇게 말했다. 그는 과거 리아킴과 함께 원밀리언에서 춤을 추고 안무를 만들었던 댄서였다. 모두가 월드클래스라고 인정하는 리아킴이지만 그는 대놓고 그의 이름으로 되어 있는 안무들이 과연 그가 만든 것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2>가 돌아왔다. 그리고 시즌1이 그랬던 것처럼 시즌2의 시작은 말 배틀로 가득 채워졌다. "놀러 왔나 봐", "관광 오셨나요?", "여기 왜 나와?" 같은 상대 크루를 비하하는 멘트들이 쏟아져 나왔다. 지금 가장 핫한 댄서로 주목받는 리더 바다가 있는 베베 크루의 경우, 바다만 있고 나머지는 안 보인다는 혹평이, 15년 간 팀워크를 다져왔다는 레이디바운스에게는 15년을 했지만 그다지 춤이 대박은 아니라는 혹평이 나왔다.
이러한 날선 비난과 비하가 섞인 상대 크루에 대한 혹평들이 가득 채워지면서 <스트릿 우먼 파이터2> 특유의 긴장감이 높아졌다. 마치 당장이라도 진짜 싸움이 날 것 같은 분위기가 생겼고, 약자 지목배틀을 하는 동안에는 "진짜 싸움" 같은 멘트들이 더해지면서 한껏 배틀을 고조시켰다.
이건 다소 의도된 연출이라고 볼 수 있다. 이미 시즌1에서도 프로그램이 끝난 후 방송에서 보이던 날선 대결과는 사뭇 달리, 실제로는 크루들이 친했다고 출연 댄서들이 얘기했던 바 있다. 다만 프로그램이 서바이벌이고 이들 말대로 '컴피티션'이기 때문에 그런 분위기를 연출했던 면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시즌1에서 그랬던 것처럼, 치열하게 대결하던 이들이 점점 춤으로 소통해가며 때론 상대를 리스펙하는 그런 변화들을 보여줄 거라는 건 분명해 보인다. 다만 이렇게 긴장감을 높이려는 말 대결이 거친 표현들로 채워지다 보니 오히려 춤이 잘 안 보이는 아쉬움이 있는 건 사실이다.
이번 <스트릿 우먼 파이터2>는 그 키워드가 '글로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판을 키웠다. 세계적인 댄스 크루 로얄 패밀리의 커스틴 같은 월드클래스 댄서가 출연했고, 또 일본을 대표하는 안무가 아카넨, 사야카도 판에 합류했다. 이름 석 자만으로도 댄서가 아닌 심사위원으로 앉아야 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는 리아킴은 물론이고, 왁킹으로 세계대회를 평정하다시피 한 왁씨도 출연했다.
하지만 치열한 신경전이 펼쳐지면서 상대적으로 이런 월드클래스의 춤에 대한 주목이 덜 되는 아쉬움은 남았다. 약자 지목배틀에 오르기 전, 상대와의 과거 인연을 강조해 넣은 것도 그 대결의 서사를 만들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였다. 과거 같은 크루에서 활동했다가 지금은 갈라져 상대로 만난 이들이 꽤 많았다. 원밀리언의 퀸 레디와 베베의 리더 바다가 그랬고, 원밀리언의 하리무와 과거 그의 스승이기도 했던 마네퀸의 레드릭이 그랬다. 여러모로 시즌1에서 초반 가장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허니제이와 리헤이의 대결을 떠올리게 하는 대결의 서사다.
시즌1과 크게 다르지 않은 말 대결과 과거의 인연을 무대로 가져오는 대결의 서사는 이 프로그램이 가진 장점을 극대화하겠다는 의도가 들어 있지만, 이미 시즌1을 충분히 경험한 시청자들에게 이것이 장점이 될지 단점이 될 지는 알 수 없다. 무엇보다 쏟아내는 날선 말만큼 진짜 멋진 춤 대결이 아쉽게 느껴진다.
그래서일까. 유독 첫 회에 눈길을 끈 댄서는 잼 리퍼블릭의 오드리와 커스틴이었다. 모두가 날선 말들을 쏟아낼 때 이들은 담담하게 춤으로 보여주자는 태도를 보여줬다. 커스틴은 도발적인 윤지와 붙어 패배했지만, 대결이 끝난 후 그에게 "독창적이었다"고 칭찬을 해주는 모습을 보였고, 늘 귀엽고 사랑스러운 외모 때문에 오히려 모두가 약자로 지목했던 오드리는 음악이 나오자 반전 춤 실력을 보여줘 모두를 놀라게 만들었다.
이들의 무대가 보여주듯이 결국 <스트릿 우먼 파이터2>의 성패는 말보다는 춤에 있다. 이제 첫 발을 내디딘 <스트릿 우먼 파이터2>는 어떤 춤들로 시청자들을 열광하게 만들까. 말 대결은 충분히 봤다. 이제 본격적인 춤 대결을 보여줄 때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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