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윤, “현 시대에서 슈터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숫자는 많은데 살아남는 선수는 희박하다’, 프로농구에서 슈터를 설명하는 말중 하나다. 농구는 많은 슛을 성공시켜야 이기는 경기다. 리바운드, 블록슛, 어시스트, 몸싸움 등은 결과적으로 그러한 것을 완성시키기위한 과정중 하나다. 그만큼 슛을 잘넣는 선수는 팀에서 인정받을 수밖에 없고 경기에서도 꼭 필요하다.
그러한 슛을 먼거리에서 아주 잘넣는 선수를 우리는 ‘슈터’라고 부른다. 사실 농구는 골대에서 가까울수록 야투성공률이 높아진다. 때문에 되도록 근접해서 슛을 시도하는 것이 최상이다. 같은 조건이면 빅맨이 선호받는 것도 그래서다. 빅맨의 몸싸움, 스크린, 리바운드, 블록슛 등의 포스트 플레이는 그러한 부분에 직접적으로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조금 다르다. 역사가 오래된 스포츠는 이른바 수비를 중심으로 발전하게 된다. 공격에는 한계가 있는지라 상대의 득점을 우리보다 적게 발생시켜야 경기를 승리로 가져갈 수 있다. 그런만큼 농구에서의 골밑은 수많은 장신 선수들의 격전장이 된지 오래다. 외곽슛이 바로 그래서 중요하다.
포스트에서 치열하게 공수 접전이 치러지고 있을 때 외곽에서 시원한 한방이 빵 터지면 상대 수비는 삽시간에 허물어질 수밖에 없다. 반면 동료 입장에서는 외곽에도 옵션이 생겨나게 되는지라 공격 루트가 더 많아진 상태서 좀 더 수월하게 골밑공격을 가져갈 수 있다. 상대는 포스트뿐만 아니라 외곽까지 체크하고 신경써야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빼어난 슈터가 있는 팀은 공격에서만큼은 덜 빡빡한채 경기를 치르는 경우가 많다, 외곽이 터질수록 골밑에도 기회가 많이나고, 또 골밑 기회가 늘어난 만큼 외곽슛을 쏘기도 용이해진다. 이른바 공격의 선순환이다. 많은 지도자들이 즉시 전력감 슈터를 원하고 찾아다니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쉽게도 KBL에서는 3점슛을 잘쏘는 선수는 많은데 안정적으로 득점을 책임져줄 수 있는 슈터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국가대표급 슈터는 커녕 확실한 주전 슈터가 없는 팀도 존재한다. 그만큼 갈수록 슈터가 귀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스페이싱, 3점슛이 중요해지는 최근 트랜드를 봤을 때 아이러니하기까지 하다.
여기에 대해 이상윤 SPOTV 해설위원은 “예나 지금이나 슛을 잘쏘는 선수들은 차고 넘치지만 슈터가 주전급으로 살아남기에는 현시대가 더 어렵지않나 생각된다. 과거에는 지금처럼 수비전술이 발달하지도 않았을뿐더러 전 선수에게 엄청난 활동량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때문에 슛이 정확한 선수들은 자리만 잘 잡고 있다가 가드가 준 패스를 받아먹으면 됐다. 지금은 그렇지않다. 어지간해서는 그럴 기회 자체를 주지않는다. 빅맨들까지도 외곽 체크를 하는 상황인지라 슈터에게도 엄청난 에너지 레벨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리그 최고의 슈터로 명성을 쌓아가고있는 소노의 전성현(32‧188.6cm)은 역대급 슛쟁이로 충분히 이름을 올릴만하다. 프로 역사상 가장 수비가 벅찬 현 시대에서 전문 슈터로 성공한 것이 첫 번째 이유고, 이정현과 외국인선수 외에는 확실한 득점원이 부족한 팀에서 더블팀, 트리플팀을 견디어내면서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였던 것이 두번째 이유다. 양궁 농구의 핵심으로서 대놓고 심한 견제를 받았지만 역시 대놓고 슛으로 맞불을 놓는 과감함이 인상적이다.
문경은, 방성윤의 탄탄한 체격(당시 기준), 조성원의 스피드, 양경민의 수비, 조성민의 다재다능함 등 팬들이 이름을 알만한 슈터들은 정확한 슛에 더해 자신만의 확실한 장점이 있었다. 호주 일라와라 호크스의 이현중(23‧202cm)은 경쟁력 있는 사이즈를 앞세워 NBA 진출을 노리고 있다.
이전에도 그랬지만 사이즈가 작은 슈터가 스피드, 힘 등 신체조건에서도 밀리게되면 출장시간을 가져가기 어려워진다. 실제로 슛하나는 정말 좋았지만 여기에 해당되어 그저 그런 슈터로 커리어를 마친 선수가 적지않다. 슈터를 상대로는 빠르고 끈질긴 수비수가 주로 붙게되는데 아무리 슛이 정확해도 제치고 슛 기회를 만들 수 없다면 뜨거운 손끝 감각도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이상윤 위원은 전성현에 대해 “10년에 한번 나올까말까한 슈터다. 2~3번을 보기에 신장의 메리트도 없고 기동성이 좋거나 특별히 운동신경이 빼어나다는 느낌도 주지않는다. 하지만 순간 스피드가 좋아 필요할 때 삽시간에 수비수를 벗겨낼 수 있으며 높이뛰어 슛을 던지는 특성상 타점도 높다. 자신만의 노하우로 경쟁력을 가져간다고 할 수 있는데, 설렁설렁하는 듯 하면서도 어느새 상대를 제압하는 고수의 느낌까지 풍긴다”고 말했다.
더불어 “다른 포지션도 마찬가지겠지만 슈터 역시 프로무대서 얼마나 잘 만들어지고 다듬어지느냐에 따라 주전급으로 도약이 가능해진다. 일단 출장기회를 많이 가져가면서 많이 던져봐야하는데 그런점에서 지도자, 팀과의 궁합도 중요하다. 전성현같은 경우 마음놓고 슛을 쏠 수 있게 해준 김승기 감독의 공이 컸다고 본다. 김감독은 믿고 기회를 줬고, 전성현은 두둑한 배짱을 앞세워 자신있게 슛을 던지며 신뢰에 보답했다”며 전성현의 성공비결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하지만 사실 김감독과 전성현같은 성공사례는 많지않다. 어느 감독이든지 좋은 슈터 유망주가 있으면 키우고싶어 한다. 하지만 이런저런 팀내 사정상 진득하게 밀어주기는 사실상 어렵다. 기회를 주는 족족 기대에 부응하면 모를까 그렇지않은 경우에는 교체멤버로 틈틈이 쓸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도 대담하게 슛을 쏘고 높은 성공률을 가져가야만이 기회를 이어갈 수 있다. 아쉽게도 대다수 선수는 부담감을 못이겨 벤치 눈치를 보게되고 결국 가진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여기에 대해 이위원은 수비능력 향상도 대안으로 제시했다.
“선수 스스로가 출장시간을 많이 가져갈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내는 것도 중요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수비다. 수비를 잘하는 선수는 자연스레 출장시간이 늘어난다. 공격력에서 기복을 보여도 수비로서 공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리그에는 슈터 유망주가 많다. 그들중에서 누가 3&D플레이어로서 경쟁력을 가져가느냐에 따라 터질 가능성이 달라질 것이다고 생각한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 사진_이청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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