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깔끔한 유럽 진출 과정이라니' 스토크행 임박 배준호, 구단-모기업-감독의 '대승적' 결단 빛났다

박찬준 2023. 8. 23.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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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깔끔했던 유럽 진출 스토리가 또 있을까.

'초신성' 배준호(20·대전하나시티즌)의 잉글랜드행이 임박했다. 행선지는 챔피언십(2부리그)의 스토크시티다. 22일 대전은 배준호의 스토크시티 이적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세부 조율만을 남겨두고 있다. 아직 개인 합의가 완료되지 않았지만, 양 구단이 합의를 이룬만큼 빠른 시간 내 결정이 날 것으로 보인다. 이적 작업이 마무리되면 배준호는 메디컬 테스트와 사인을 위해 잉글랜드로 넘어갈 예정이다. 다만, 25일 전북 현대와의 경기 출전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이로써 배준호의 유럽 진출은 속전속결로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배준호는 6월 막을 내린 2023년 아르헨티나 U-20 월드컵을 통해 유럽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배준호는 환상적인 플레이로, 유럽 클럽들의 주목을 받았다. 빅리그를 포함해 많은 구단이 관심을 보였고, 직접 오퍼를 보낸 팀도 있었다. 배준호의 에이전트는 유럽의 정확한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 한달여간 유럽 전역을 누볐고, 마지막까지 배준호 영입에 올인한 스토크시티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스토크시티는 이적료를 네번이나 올리는가 하면, 지난 13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의 경기(4대3 대전 승)를 직접 관전하는 열의까지 보였다.

배준호의 스토크시티행은 구단-감독-선수-에이전트가 만든 '환상의 하모니'였다. 영입할 당시부터 유럽행에 마음을 열었던 대전은 U-20 월드컵 이후 유럽의 오퍼가 본격화 되자, 가이드 라인을 만들었다. '명분'이었다. 사실 대전은 배준호를 차세대 프랜차이즈 스타로 점찍었다. 그런 슈퍼 유망주를 보내는만큼, 확실한 명분이 필요했다. 물론 이적료도 중요하지만, 선수가 향후 더욱 성장할 수 있는 팀이라면 보내줄 수 있다는 내부 방침을 정했다. 이는 모기업도 마찬가지였다. 선수의 미래를 최우선으로 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사실 쉽게 내릴 수 없는 결정이다. 배준호는 계약기간인 3년 반이나 남은데다, 향후 2년간 22세 자원으로 쓸 수 있는 선수다. 당장만 하더라도 주전급 활약을 펼치고 있다. 대전은 현재 파이널A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많은 구단들이 선수들이 유럽과 연결됐을때, 마음으로는 지지하지만, 선뜻 보내지 못하는 이유도 '눈 앞의 성적'이라는 현실적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대전은 선수의 앞길을 위해 이적을 허락했다.

이민성 감독 역시 마찬가지다. 중요한 선수를, 그것도 시즌 중 보내겠다는 어려운 결정을 선뜻 내렸다. 이 감독은 이전부터 "배준호는 내가 품기에는 너무 큰 선수"라며 유럽행을 적극 지지했고, 마지막 결정의 순간에서도 주저하지 않았다. 배준호 역시 유럽행의 기로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한경기 한경기에만 집중했다. 그는 "물론 유럽에 나가고 싶은 마음이 있다"며 "하지만 조급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번 여름이 아니더라도 언젠가 나갈 기회가 올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내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면 된다는 생각뿐"이라고 했다.

배준호의 에이전트인 루트1 스포츠의 임세진 대표 역시 구단의 도움에 보답하기 위해, 최상의 조건을 도출해 냈다. 옵션을 포함해 300만유로에 가까운 이적료를 받아 왔다. 대전 구단 역시 기대 이상이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여러 제안을 손에 두고 있던 임 대표는 스토크시티의 경기를 3번이나 지켜보며, 대전과 배준호가 원하는, 스토크시티가 선수가 뛰고, 성장할 수 있을만한 팀이라는 확신을 얻었다. 선 굵은 축구를 구사했던 스토크시티는 알렉스 닐 감독 부임 후 섬세한 축구로 컬러를 바꿨고, 배준호를 그 중심에 두고 활용하겠다는 제안을 건넨 바 있다. 구단-감독-선수-에이전트가 합심한 결과, 그 어떤 굴곡 없이, 한국축구가 기대하는 유망주의 유럽행이 이루어지게 됐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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