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막에 물이 차는 ‘이 병’…원인 찾았다?
망막 안에 물이 차는 ‘중심장액망막병’은 30~50세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갑자기 발병하는 안과질환이다. 갑작스럽게 눈앞이 동전으로 가려진 것처럼 시야가 뿌옇거나 물체가 휘고 실제와 색이 다르게 보이는 등 일상생활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발병기전이 밝혀지지 않았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중심장액망막병의 발병기전을 밝히고, 더 나아가 질병의 예후나 치료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를 발견했다.
이준엽 서울아산병원 안과 교수팀은 중심장액망막병 환자와 일반 대조군의 안구를 비교‧분석한 결과, 중심장액망막병 환자에서 특정 마이크로RNA(miR-184)가 유의하게 증가했다고 23일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인 ‘나노생명공학(Journal of Nanobiotechnology)’에 최근 게재됐다.
매년 1만명 가운데 1~2명 정도 발병하는 중심장액망막병은 망막의 중심부에 액체가 축적되면서 망막이 부분적으로 벗겨지는 질환이다. 스트레스와 수면부족, 스테로이드 약물복용 등과 관련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정확한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주로 시력이 좋은 젊은 연령대의 눈에 급성으로 발병해 삶의 질을 저하시키고,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황반변성으로 진행하거나 시력상실까지 이어질 수도 있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다행히 비정상적으로 혈관성장을 촉진하는 물질을 억제하는 항혈관내피성장인자(Anti-VEGF) 주사치료로 호전될 때가 많지만 일부 환자들에선 효과가 없는 경우도 있어 치료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지표(바이오마커)가 필요한 실정이었다.
연구팀은 중심장액망막병과 연관된 잠재적인 바이오마커를 확인하기 위해 급성기가 지난 중심장액망막병 환자 42명과 일반 대조군 20명의 안구 내 방수 내용물을 채취해 분석했다. 방수는 각막과 수정체 사이의 공간에 차 있는 맑은 액체를 뜻한다.
특히 기존 연구들에서는 바이오마커 중 체액으로 분비되는 인자들만 선택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수 단백질이나 사이토카인을 주로 분석했지만, 연구팀은 체액으로 분비되지 않는 인자들까지 포함해 조직과 세포의 특성을 모두 반영할 수 있는 ‘방수 엑소좀’에 집중했다. 엑소좀은 세포가 외부로 방출하는 정보전달물질로, DNA와 RNA는 유전정보를 포함한다.
그 결과 중심장액망막병 환자의 방수 엑소좀에서 마이크로RNA-184(miR-184)가 일반 대조군에 비해 유의하게 증가했다는 점이 확인됐다. 특히 Anti-VEGF 주사치료에 효과가 적은 환자에서는 miR-184 발현량이 더욱 증가한 상태였다.
특히 연구팀이 환자의 방수에서 miR-184 발현량을 정량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해 확인한 결과, 중심장액망막병 환자에서 대조군에 비해 miR-184가 100배 이상 유의미하게 증가됐다.
이후 연구팀은 miR-184가 혈관내피세포의 증식과 이동에 관여하는 STC2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고, 결과적으로 신생혈관생성을 억제하는 작용을 하고 있음을 밝혀냈다. 즉 중심장액망막병이 황반변성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신생혈관생성을 억제하는 방어체계로 miR-184가 증가한 것.
연구팀 관계자는 “이번 연구는 중심장액망막병의 발병기전을 처음 제시한 데 의의가 있다”며 “최근 중심장액망막병 치료에 많이 시행되는 주사치료의 예후를 바이오마커를 통해 미리 예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준엽 교수는 “황반변성이나 당뇨망막병증 등 다양한 망막질환치료에는 비용이 높은 주사치료제들이 사용되고 있다”며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약제의 치료반응성을 미리 예측할 수 있다면 조기에 최적의 치료법을 선택해 빠른 증상 호전과 더불어 환자들의 금전적 부담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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