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부터 자동차, 가전까지… 벼랑 끝 中, 눈물의 가격 인하

베이징=이윤정 특파원 2023. 8. 23.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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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중국 베이징에 거주하는 한 교민은 전자상거래 플랫폼 '타오바오'에서 무선 청소기를 284위안(약 5만2000원)에 구매했다.

원가 629위안보다 무려 50% 이상 할인된 가격으로, '중국판 밸런타인데이'인 칠석절(음력 7월 7일) 기념행사 덕분이었다.

다만 이같은 할인 행사로 중국 소비자의 구매 심리를 되살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자상거래 플랫폼 '징둥닷컴'은 최대 50% 할인 행사를 진행하는 한편, 명품 화장품 브랜드와 협업해 칠석절 기념 선물 세트를 독점 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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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판 밸런타인데이’ 칠석절에 유통업계 할인
테슬라발 車 가격 전쟁에 부동산도 줄줄이 인하
소비 부진 차단 위해 선제적 가격 할인 나선 듯

지난 22일 중국 베이징에 거주하는 한 교민은 전자상거래 플랫폼 ‘타오바오’에서 무선 청소기를 284위안(약 5만2000원)에 구매했다. 원가 629위안보다 무려 50% 이상 할인된 가격으로, ‘중국판 밸런타인데이’인 칠석절(음력 7월 7일) 기념행사 덕분이었다. 이 교민은 “연인끼리 선물하는 화장품, 보석 등만 할인하는 줄 알았는데, 찾아보니 칠석절과 크게 관련이 없는 제품들도 할인하고 있었다”며 “청소기 말고도 운동복 등 평소 봐뒀던 물건들까지 샀다”고 말했다.

중국 산업계 곳곳에서 대규모 할인 행사가 벌어지고 있다. 중국 경제를 뛰게 하는 투자와 수출이 모두 고꾸라진 가운데, 이대로 가다간 소비 회복까지 놓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다만 이같은 할인 행사로 중국 소비자의 구매 심리를 되살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소비 위축까지 본격화할 경우 재고가 늘어나고 기업 생산이 줄어드는 등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을 동반한 경기침체) 우려가 현실이 될 수 있다.

중국 베이징 쇼핑거리를 지나고 있는 행인들./AFP 연합뉴스

23일 중국 펑파이 신문에 따르면 중국 유통업계는 이달 초부터 대대적인 칠석절 프로모션을 시작했다. 전자상거래 플랫폼 ‘징둥닷컴’은 최대 50% 할인 행사를 진행하는 한편, 명품 화장품 브랜드와 협업해 칠석절 기념 선물 세트를 독점 출시했다. 백화점 등 오프라인 매장 역시 상품권, 적립금 증정 등 다양한 간접 할인 행사에 나섰다. 매체는 “올해 칠석절에 주요 전자상거래 플랫폼과 쇼핑몰의 판촉 행사는 더욱 강력해졌다”고 했다.

칠석절과 관계없이 할인에 나선 업계도 있다. 자동차의 경우 테슬라는 최근 중국에서 판매하는 모델S와 모델X의 가격을 최대 7만위안(약 1290만원)씩 인하했다. 이에 중국 최대 전기차 기업인 비야디(BYD)를 비롯해 10여개 업체들까지 가격 인하 경쟁에 참전한 상태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베이징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방 세 개짜리 아파트의 경우 이전엔 월세로 2만2000위안(약 400만원)을 받았는데, 지금 2만위안에도 안나가 1000위안을 더 내린 상황”이라며 “찾는 사람이 워낙 없어 대부분 가격을 내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부동산의 경우 최근 급격히 얼어붙은 부동산 투자심리가 반영된 결과이지만, 전 산업계에 할인 열풍이 대대적으로 불고 있는 것은 소비 진작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동산에서 비롯된 경기 둔화 흐름이 가까스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는 소비까지 덮칠 경우, 올해 중국 경제 회복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이다.

이상훈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베이징사무소장은 “아직까지는 중국 공업제품의 재고 증가율이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중국 소비자들은 일단 지갑을 닫고 저축을 늘리는 등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는 (경제가 살아날 것이란) 기대심리가 점차 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대심리 약화 흐름을 소비 부문에서만큼은 차단하기 위해 대대적인 할인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소비 부진이 현실화할 경우 최근 중국 경제를 둘러싼 디플레이션 우려가 더욱 고조될 수 있다. 소비가 줄어들면 기업은 재고가 쌓여 생산을 줄이게 되고, 투자와 고용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는 국민 소득 감소로 이어져 물가 하락 흐름이 거세진다. 중국 내수경기의 가늠자인 소매판매는 지난 7월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시장 추정치 4.5%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며, 6월(3.1%)에 이어 두 달 연속 한 자릿수 증가세다. 여기서 소비 심리를 끌어올리지 않으면 내수 부진이 장기화할 수 있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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