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걸' 감독 "안재홍→고현정,몸사리지 않은 배우들 감사"(종합) [N인터뷰]
(서울=뉴스1) 안은재 기자 = '마스크걸' 김용훈 감독이 몸을 사리지 않고 열연해준 고현정, 염혜란, 안재홍, 나나, 이한별 등 배우들과 스태프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넷플릭스 시리즈 '마스크걸'(극본 및 연출 김용훈)은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평범한 직장인 김모미가 밤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인터넷 방송 BJ로 활동하면서 의도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지난 18일 7부작 전편 모두 공개됐다.
'마스크걸'은 외모지상주의의 피해자이자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가해자가 된 김모미의 일대기를 따라간다. 평범한 직장인 김모미가 살인자 '마스크걸'이 되기까지 인물의 성장 과정을 함께 하다보면 김모미에 대한 측은지심과 연민까지 유발한다. 김모미 뿐만 아니라 김경자(염혜란 분), 주오남(안재홍 분) 등 입체적이면서 개성있는 캐릭터로 지루할 틈 없이 몰아치는 전개를 이어나갔다.
특히 극 중에서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였다. 배우 이한별, 나나, 고현정은 한 명의 인물 김모미를 표현해 이례적으로 '1역3인'을 시도했다. 1~3회에서 외모 콤플렉스가 있는 김모미는 신인 배우 이한별이, 4~6회에서 성형수술을 한 김모미는 나나가, 6, 7회 중년의 김모미는 고현정이 연기했다. 세 배우는 처한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인물의 특징을 입체적으로 담아내 3명의 김모미를 완성했다. 또한 안재홍은 사회부적응자이자 오타쿠인 주오남을 생생하게 연기해 화제를 모았으며, 주오남 엄마인 김경자로 분한 염혜란 또한 몰입감을 끌어올리는 탄탄한 연기력으로 '믿고 보는 배우'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마스크걸'은 넷플릭스가 매주 이용자들의 시청시간을 집계해 발표하는 '전세계 비영어권 톱10 프로그램(쇼)' 주간차트에서 공개 3일 만에 280만뷰를 기록하며 2위에 올랐다. 또한 국내를 비롯해 일본, 홍콩,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 14개 국가 톱10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넷플릭스 시리즈 '마스크걸'의 극본 및 연출을 맡은 김용훈 감독은 23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취재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마스크걸'은 파격적인 연출과 각색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연출 및 각색에서 중점을 둔 부분은.
▶웹툰 원작을 드라마화 시킨다고 했을 때 창작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원작이 있는 작품은 원작과 비교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원작 팬들은 모미가 원작과는 다르게 순화된 거라 생각한다. 드라마로 바꿀 때 원작 모미의 행동을 사람들이 계속 따라갈 수 있을까 고민했다. 모미를 순화시킨 것은 모미를 따라갈 수 있게 만드는 선택 중 하나였다. 모미가 마지막에 편안한 엔딩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마스크걸'은 여러 인물의 시점으로 구성된 이야기이다. 저는 원작이 표면적으로는 외모지상주의인데 저변에 있는 것은 인간의 이중성과 양면성을 다루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마스크걸'은 선과 악, 미와 추에 대한 이야기다.
-'마스크걸' 4부 김춘애 줄거리가 원작과 가장 달랐다. 두 사람의 감동적인 스토리로 각색한 이유는.
▶춘애 이야기를 쓰다보니 춘애의 아픔이 모미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이 두사람이 끝까지 악의 싸움을 하는 것을 못쓰겠더라, 서로를 지켜주는 이야기를 쓰게 됐다. 저도 계획하고 쓴게 아니라 저절로 그렇게 쓰게 됐다. 모든 캐릭터들이 이렇게 된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 모미가 이렇게 된 것은 과연 이 친구만의 문제일까? 주오남이 이렇게 된 것은 주오남의 문제일까? 이런 이야기를 조명하고 싶었다.
-김모미로 이한별, 나나, 고현정 세 명의 배우가 연기했다. 1역3인이 이례적이긴 한데, 일각에서는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는 다는 의견도 존재했다. ▶한명이지만 각자 다른 인물처럼 느껴지게 보이고 싶이게 했다. 큰 과정을 지난 인물들이기 때문에 배우들에게 일부러 앞선 배우들이 연기한 모미를 보여주지 않았다. 살인을 저지르고 난 후 모미는 완전 다른 모습의 모미라고 생각했다. 교도소에서 10년이 지난 후 모미는 또 다른 모미라고 생각했다. 앞서 있는 모미의 모습을 다르게 표현하고 싶어서 1역 3인 콘셉트를 결정하기도 했다.
-주오남으로 분한 안재홍의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연출자로서 어떻게 보여주고 싶었나. 그리고 안재홍의 반응은 어땠나.
▶안재홍 배우가 주오남과 어떻게 매칭되어야 할까 생각했다. 처음 탈모를 설정했다 그것만으로 약한 것 같다고 생각해 여러 분장을 더했다. 안재홍 배우도 자기의 모습처럼 안보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배우의 도전으로 인해서 과감해지긴 했다. 어쨌든 특수 분장까지 하고 눈 작아지게 하는 도수 높은 안경까지 썼다. 도수 높은 안경은 안재홍 배우가 제안한거다. 충분히 관객들에게 놀람을 줬다고 생각한다.
-현장에서 안재홍씨를 마주했을 때 어떤 느낌이 들었나.
▶사람들이 다 '헉'했다. 저는 영상 속에서 주오남의 모습이 나중에는 익숙했다. 나중에 오히려 분장을 지우고 본인 모습으로 돌아왔을 때 낯설었다. 그 모습이 너무 잘생겨보이고 머리숱이 이렇게 많았나 싶었다. 제작보고회 때 저도 놀랐다. 살을 쫙 뺐더라. 다들 멀끔하게 달라진 모습으로 나타나서, 화면속 모습만 보다 보니 제가 (배우들에게)무슨 짓을 한건가 생각했다.(웃음) 배우들이 호평을 받을 때가 가장 기쁘다. 주오남 대사 중에 인형과 생일 축하 파티를 하고 '아이시떼루' 하는 장면이 있는데 서로 상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 애드리브다. 원래 '사랑합니다'였는데 '사랑합니다'를 하고 나서 애드리브로 '아이시떼루'라고 했다. 주변에서 너무 웃었다. 순간 당황했지만 이게 재밌구나 생각했다. 더 주오남스러웠다.
-염혜란 배우의 열연도 빛났다. 연출자로서 배우 연기에 감탄한 순간이 있었나.
▶염혜란 선배는 수중 공포증이 있는 분이었다. 저와 처음 만났을 때, 대본을 읽고 물속에 빠지는 장면만 어떻게 안 되겠냐고 물어봤다. 저는 이 설정 외에는 떠오르지 않았다. 염혜란 배우가 노력해보겠다고 했고, 수중 촬영 연습을 굉장히 오래 하셨다. 촬영에 들어갔는데 너무 완벽하게 하셨다. 저수지 장면에서 본인이 직접 물에 들어가셔서 '이정도까지 해주신다고?'라는 생각에 감동했다.
-'마스크걸'의 마지막 모미로 고현정을 떠올린 이유가 있나.
▶마지막 모미를 생각했을 때 존재감 만으로 묵직함을 줄 수 있는 배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모미의 초연하고 갈라진 모습을 표현들을 했을 때 신선함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누구일까 생각했다. 그랬을 때 고현정 선배님이 떠올랐다. 1역3인 콘셉트를 좋아하셨고, 더 과감한 변신을 하고 싶어 하셨다.
고현정 선배와는 첫만남에서 부터 배우로서 도전하는, 그동안 해왔던 관습에 대해서 계속 벗어나고 싶어하는 느낌을 받았다. 고현정의 똑같은 모습, 연기를 탈피해서 계속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열망을 느꼈다. 그 열망을 모미를 통해 보여줄 수 있겠다 생각했다. 현장에서는 액션의 80%는 직접 하셨다. 과감하게 연기해주셔서 연출자 입장에서는 감사했다. 고현정 선배 하면 피부 미인이라는 이미지가 있는데 얼굴에 피칠갑을 하고 흙분장 하는 상태로 식사도 하시고, 문숙 선생님도 화장을 안 하시는 분인데 피를 바르시고, 그런 모습을 보며 배우들에 감사했다.
-첫 번째 김모미로 분한 신인 배우 이한별은 어떻게 캐스팅하게 된건가.
▶운명적으로 만났다. 시나리오 쓸 때는 이야기가 너무 재밌어서 썼는데 다 쓰고 나니 매칭되는 배우가 떠오르지 않았다. 조감독과 같이 매니지먼트에서는 찾을 수 없을 것 같아서 에이전시까지 펼쳐서 배우들을 찾았다. 폭넓게 캐스팅을 진행했다. 모델 에이전시에서 캐릭터 이야기를 설명하고 나오는 찰나에 문앞에 프로필을 접수하는 모니터 화면에 이한별 배우의 프로필이 떠 있었다. 그렇게 프로필이 저에게 전달됐다. 이한별 배우는 연기 열망을 너무 컸는데, 마지막 도전이라고 생각하고 모델 에이전시에 프로필을 낸 상태라고 했다. 운명이 닿지 않았나 생각했다. 그렇게 프로필이 전달됐고, 그 배우를 만났는데 이야기를 나누는데 지적이고 인간적인 매력을 느꼈다. 모미는 인간적인 매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원래 '1역3인' 콘셉트에 대해서 반대도 심했다. 분장 테스트도 했는데, 안되겠다고 생각해서 이한별 배우를 다시 캐스팅했다. 모미 캐릭터 특징 중 몸매가 중요한 분이라서 2개월 동안 김연경 배구선수 트레이너에게 훈련을 받았다. 고생을 많이 했다. 모미가 춤을 정말 잘춰야하는데 이한별 배우가 완벽한 춤을 소화할 수는 없었다. 한별 배우는 클로즈업 위주를 썼고 전신은 춤 대역 배우를 많이 썼다. 또 4부 오프닝에서 나나가 노래 '토요일 밤에'에 맞춰 춤추는 장면이 있는데, 나나의 춤 바이브가 완전히 다른 레벨이었다. 이 바이브와 극 초반 오프닝이 다르면 안될 것 같다고 생각해서 초반부 오프닝을 나나 배우가 마스크를 쓰고 다시 찍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피디 입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봐주는 것에 대해서 큰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또 불편할 수 있는 이야기를 관심을 많이 가져준 것에 대해 큰 감사드린다. 스태프 분들도 베테랑인데 고생을 많이 했다. 인물도 많고 연대기적인 작품이었다. 스태프 분들도 많이 조명받았으면 좋겠다.
ahneunjae9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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