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지 않아줘서 고맙다… 이강철의 진심, 벼랑을 다시 기어 오른 마법사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19년 kt에 부임한 이강철 감독의 첫 리드오프는 좌타 김민혁(28)이었다. 3할을 칠 수 있는 타격에 작전 수행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여기에 발도 제법 빨랐다. 전통적인 리드오프의 이상을 선호하는 이 감독의 성향과 비교적 잘 맞는 선수였다.
2015년 82경기, 2016년 26경기가 1군 출전의 전부였던 김민혁은 2019년 127경기에 나가 타율 0.281을 기록하며 생애 첫 풀타임 시즌을 소화했다. 2020년 초반까지만 해도 팀에서 중용됐다. 그러나 2020년 성적이 썩 좋지 않았고, 김민혁을 대신해 출루율이 뛰어난 조용호가 리드오프 포지션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한 번 떠난 자리는 좀처럼 김민혁에게 돌아오지 않았다.
조용호가 2020년 132경기에서 타율 0.296, 출루율 0.392라는 대활약을 하면서 자리를 잡았고, kt의 역사적인 첫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끈 리드오프 또한 조용호였다. 팀이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2021년 김민혁의 출전 경기 수는 75경기로 백업 선수의 전형이었다. 그리고 구단은 장기적으로 팀을 이끌어나갈 외야수 발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샌드위치였다.
문상철(32)은 이 감독의 속을 태우는 선수였다. 당시 kt는 우타 라인의 장타력이 부족하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었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거포 자원이었고, 실제 퓨처스리그(2군)에서 그런 잠재력을 보여준 문상철은 이 감독의 ‘전략적 기대주’ 중 하나였다. 2019년 33경기 출전에 이어 2020년에도 74경기에 나갔다. 74경기에서 8개의 홈런을 터뜨리며 기대에 부응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들쭉날쭉한 타격감과 잦은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그 사이 박병호가 영입됐고, 우타 라인이 차근차근 보강되며 공격으로 먹고 살아야 할 문상철의 자리가 애매해졌다. 이 감독이 가장 많이 한탄한 선수 중 하나였다. 좀처럼 잠재력을 터뜨리지 못하는 것에 화가 나면서도, 그래도 다시 어떻게 쓸 수 없을까 고민하는 패턴이 반복됐다.
보통 한 번 주전에서 밀리고 백업 선수라는 낙인이 찍히면 어떠한 거대한 계기가 있지 않는 이상 이를 뒤집기가 쉽지 않다. 야수진은 베테랑의 팀에 가까운 kt에서는 더 그랬다. 좀처럼 찾아오지 않는 기회, 1‧2군을 오가는 생활에 지칠 법도 했다. 이런 환경에서 낙담하다 소리소문 없이 선수 경력의 마침표를 찍는 경우도 제법 있다. 그러나 두 선수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실력으로 자신의 자리를 다시 잡았다.
이 감독 부임 이후 두 선수가 주전 라인업에 나란히 자리를 잡고 있는 것도 오래간만이다. 주축 선수들의 부상으로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이제는 라인업에서 빼기 어려울 정도로 자리가 굳건해지고 있다.
최근 팀의 리드오프 자리를 되찾은 김민혁은 22일까지 시즌 92경기에서 타율 0.309, 출루율 0.360, 3홈런, 38타점, 57득점을 기록하며 경력 최고 시즌을 써내려 갈 기세다. 벌써 100안타를 넘어섰다. 박병호의 부상 등 여러 여건에서 다시 이 감독의 부름을 받은 문상철은 시즌 88경기에서 타율 0.266, 8홈런, 40타점, 장타율 0.426의 쏠쏠한 활약이다. 올해만 세 차례 끝내기의 주인공이 되며 kt를 극적으로 부활시킨 주인공 중 하나로 평가된다.
이 감독도 포기하지 않고 벼랑을 다시 기어오른 두 선수가 흐뭇하기만 하다. 이 감독은 김민혁의 좋은 활약을 칭찬함과 동시에 문상철도 올해 찾아온 기회를 잘 살리고 있다고 칭찬했다. 특히 문상철은 항상 기회를 많이 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었는데, 올해는 끝내기를 치면서 타석에서 안정감을 찾은 뒤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면서 모처럼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사실 kt는 야수 엔트리가 딱 정해져 가는 팀은 아니다. 주축 선수들이 있기는 하지만 로스터의 2~3자리는 매년 변동이 있곤 했다. 즉, 선수들로서는 로스터가 열려 있는 팀이다. 이 감독도 “내가 봐도 포기하고 싶지는 않을 것 같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다. 항상 기회는 올 것 같으니까”라면도 “상철이나 민혁이나 준비를 잘한 것 같다”고 고마워했다. 주축 선수들의 부상이 오히려 잠시 잊혔던 마법사들의 재발견으로 이어지며 선수층이 강해졋다. 강팀의 선순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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