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즈 위크, 서울로 세계적 거장 몰려온다

김슬기 기자(sblake@mk.co.kr) 2023. 8. 23.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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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첫주 프리즈 위크 맞아
세계적 작가 ‘별들의 전쟁’
보이스·카츠 개인전 열고
나라 요시토모·살레 방한
거장 바스키아·워홀 2인전
한국 이유라 이진주도 눈길
필립스옥션 팝업 전시에 전시되는 스콧 칸의 ‘Resting By The Stream’ [필립스옥션]
9월의 서울은 ‘별들의 전쟁’이 펼쳐지는 미술 도시가 된다.

6~9일 프리즈 서울 기간에 맞춰 서울의 갤러리들이 일제히 새 전시를 개막하는 ‘프리즈 위크’가 찾아온다. 이 기간 동안 알렉산더 칼더, 데이비드 호크니 등의 ‘억소리’가 나는 대표작을 기획전시에서 만날 수 있고 도널드 저드, 요셉 보이스, 알렉스 카츠, 데이비드 살레 등 서구의 거장이 앞다퉈 개인전을 연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작가 나라 요시토모, 아니쉬 카푸어 등도 맞불을 놓는다. 세계적인 미술관에 방문해야 만날 수 있었던 작가들이 서울에 일제히 집결하는 것이다.

6인의 거장이 온다
페이스에서 개인전을 여는 나라 요시토모의 ‘Ceramic Works’ [페이스]
한국에 자리잡은 해외 대형 갤러리들은 서울에서 간판작가의 개인전을 일제히 연다. 페이스갤러리 서울(9월 5일~10월 21일)에서는 나라 요시토모, 로버트 나바 두 간판 작가의 개인전을 열어 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새 전속 작가가 된 데이비드 번의 드로잉 전시도 함께 열린다.

네오팝을 대표하는 작가인 요시토모의 ‘Ceramic Works’는 2005년 이후 첫 한국 개인전으로 140점의 도자기 작업과 30점의 드로잉을 전시한다. 반항적인 표정의 귀여운 소녀 이미지로 각인된 그의 색다른 면모를 만날 기회다. 작가의 공간, 사유의 정수를 보여줄 수 있는 설치 작업도 꾸며진다.

나바의 ‘Tornado Rose’는 아시아 첫 개인전으로 회화 신작 6점을 건다. 예일대에서 배운 관습을 모두 버린 채 ‘나쁜 회화’에 몰두하는 나바의 스프레이 페인트, 아크릴, 유성 연필 등의 재료들로 생생하고 활기차게 구성된 그의 그림은 고급 예술의 허영에 반항하는 장난기 가득한 솔직함을 발산한다. 3명의 작가는 모두 이번 프리즈 위크에 서울에 방문한다.

타데우스 로팍에서 전시되는 도널드 저드의 ‘무제’ [타데우스 로팍]
타데우스 로팍도 요셉 보이스와 도널드 저드, 두 거장의 2인전(9월 4일~10월 20일)을 연다. ‘순간의 축적’은 한국에서 처음으로 요셉 보이스의 드로잉과 조각 작품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개념미술가이자 교사, 정치 활동가였던 보이스는 자신의 개념적 사고를 구체화하는 주요한 수단으로 드로잉을 적극 활용했다. 동물, 식물, 풍경, 인물, 여성의 누드까지 작가 관심사의 변천을 목도하게 해주며 암호처럼 숨겨진 상징을 찾는 재미를 준다.

알루미늄과 유리로 만든 격자들이 순수한 조형미의 정점을 보여주는 도널드 저드의 10년만의 개인전은 저드재단 예술감독 플래빈 저드가 기획했다. 올해로 95세가 된 미니멀리즘의 대표작가가 1960년대 초반 이후 30년에 걸쳐 걸어온 여정을 아우르는 전시다. 작업 세계에 초석이 되어준 희귀한 회화 작품을 입체 작업과 함께 소개하고, 1991년 한국에 방문하여 개념화시킨 20점의 목판화 세트를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전시한다. 전시를 기획한 플래빈은 “저드는 견고한 세계, 정원의 흙과 은하계에 관심을 기울였고, 우리를 이 세계로, 우리가 존재하는 곳으로 회귀하는 예술을 선보였다”고 설명했다.

글래드스톤에서 개인전을 여는 알렉스 카츠의 ‘Red Lily 2’ [글래드스톤]
글래드스톤도 96세의 거장 알렉스 카츠의 개인전(9월 5일~10월 21일)을 연다. 인물화를 주로 그리는 미국을 대표하는 화가의 대표작 중 하나인 ‘꽃’ 시리즈를 선보이며, 한국 정서를 서정적으로 표현해 사랑받는 나태주 시인의 ‘풀꽃’ 등 여러 한국 시인의 작품을 도록에 싣는다.
리만머핀에서 개인전을 여는 데이비드 살레 ‘Tree of Life, Prayer Works’ [리만머핀]
리만머핀은 화가이자 저자, 큐레이터로서 전방위적 활동을 펼치는 데이비드 살레의 개인전 ‘World People’(9월 5일~10월 28일)을 연다. 최신작 ‘Tree of Life’ 연작을 소개하는 전시다. 직관적 구도 속에 미국 만화가 피터 아르노 삽화풍 인물과 추상적 이미지 등 이질적인 화법과 요소들을 배치한 작품을 선보인다. 다양한 서사가 숨어있는 연작을 통해 작품을 보는 다양한 관점을 선사한다. “나는 작은 연극 무대를 연출한다”고 말해온 작가는 경쾌한 캐리커처 같은 인물을 통해 예술과 삶의 문제들을 극적으로 연출한다.
신생 갤러리·경매사 팝업 전시도 풍년
필립스옥션 팝언 전시에 소개되는 이유라의 ‘Summer Breeze’ [필립스옥션]
‘얼굴 없는 작가’ 뱅크시의 300억원짜리 문제작 ‘사랑은 휴지통에’를 가지고 파라다이스시티에서 기획전을 여는 소더비에 맞서는 필립스 옥션의 특별전도 화려한 진용을 꾸렸다. 한화생명의 후원으로 송원아트센터에서 특별전 ‘Briefly Gorgeous : 잠시 매혹적인’(9월 1~9일)을 열어 알렉산더 칼더, 데이비드 호크니, 스콧 칸, 헤르난 바스 등 블루칩 작가들을 대거 동원한다. 빛과 그림자를 마법처럼 다루는 환상적인 구상화를 그리는 스콧 칸을 만날 흔치 않은 기회다.

이밖에 한국의 이유라, 오세, 김호재를 비롯해 수잔 첸, 힐데 린 헬펜슈타인, 카이판 왕 등 신진 작가를 포함한 30명 이상 작가의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의 공동 큐레이터인 조안 터커는 “나뭇잎에 드리워진 그림자, 신비로운 표정, 상상의 풍경, 유행하는 패션 등 우리가 삶이라고 부르는 이 경이로운 것들의 한 단면을 포착하고 있다. 좋든 싫든, 인생의 모든 것은 일시적이다. 이번 전시로 순간의 아름다움을 받아들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에서 20세기&동시대 미술 및 시계 부문 홍콩 가을 경매의 하이라이트 작품도 소개한다. 추정가 50억원을 호가하는 니콜라스 파티의 정물화 등이 공수되어 실물을 만날 수 있다.

크리스티 전시에서 만날 수 있는 장 미셸 바스키아의 ‘Warrior’ [크리스티]
크리스티도 현대카드와 손을 잡고 9월 5일부터 7일까지 서울 한남동 전시 문화 공간 현대카드 스토리지에서 20세기 미술을 대표하는 장 미셸 바스키아와 앤디 워홀의 2인전을 연다. 10여점의 가격만 1억5000만달러(2000억원)가 넘는 ‘억소리’ 나는 대작들이 온다. 바스키아의 1982년작으로 2021년 크리스티 홍콩 경매를 통해 약 472억에 팔린 ‘전사(Warrior)’와 앤디 워홀의 상징적인 작품으로 잘 알려진 ‘자화상(Self-Portrait)’ 등을 만날 수 있다. 장 미셸 바스키아와 앤디 워홀은 서로 영감을 주고 받으며 예술적 동지로 두 사람의 2인전은 국내에서 1991년 이후 처음이다.
화이트 큐브에서 전시되는 카타리나 프리치의 ‘손’ [화이트큐브]
영국의 화이트큐브는 아시아의 두 번째 공간으로 서울 강남구에 ‘화이트 큐브 서울’을 개관하며 9월 5일 개관전을 열어 12월 21일까지 전시를 이어간다. ‘영혼의 형상’을 주제로 세계적인 작가 7인의 그룹전을 기획해 철학, 형이상학, 인간 행동의 동기를 탐구하는 작품을 선보인다. 루이스 지오바넬리, 크리스틴 아이 추, 트레이시 에민, 조각가 버린드 드 브렉커, 카타리나 프리치, 마르게리트 위모, 이진주 작가가 참여한다. 특히 이진주 작가는 한국의 전통적인 기법을 활용해 개인의 사적 서사와 주관적 관점에서 인지되는 디테일에 집중한다. 영국의 회화 작가 지오바넬리는 감정의 고조, 의례, 종교와 종교적 도상을 탐구하는 작품을 해왔으며, 이번 전시에서 신작을 선보인다.
리슨 갤러리 팝업 전시에서 선보이는 사라컨닝햄의 ‘Checkmate’ [리슨 갤러리]
한국에 진출하지 않은 화랑들도 서울에 팝업 갤러리를 연다. 전통을 자랑하는 런던의 리슨 갤러리도 북촌 이음 더 플레이스에서 아니쉬 카푸어, 라이언 갠더 등 팝업 전시 ‘Time Curve’(9월 2~10일)를 연다. 아이 웨이웨이, 사라 컨닝햄, 라이언 갠더, 쉬라제 후쉬아리, 아니쉬 카푸어, 오토봉 엥캉가, 로르 프루보, 션 스컬리 등 기성 작가와 신진 작가를 함께 소개한다. 시간의 흐름에 대한 우리의 다양한 인식을 주제로 다룬다. 특히 사라 컨닝햄은 올 여름 리슨 갤러리 런던에서 첫 개인전에 이어 한국 관객에게 처음으로 작품을 선보인다.

독일 베를린 소재 스프루스 마거스(8월 31일~9월 14일)도 한남동 마이플래져빌딩 3층에 팝업 갤러리를 열고 기획전 ‘Mondi Possibili’를 야심차게 준비한다. 전속 작가 존 발데사리, 카오페이, 제니 홀저, 바바라 크루거 등의 화려한 라인업을 꾸렸다. 주제처럼 ‘가능한 세계’를 열어주는 장난스러운 방식의 새로운 미술을 선보인다.

프리즈 위크 주요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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