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금융권 구직자에겐 천국입니다”… 긴장과 설렘 감돈 공동채용 박람회

김수정 기자 2023. 8. 23.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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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4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 개최
역대 최대 은행 등 64개 금융사 참여
현장면접부터 이미지 컨설팅까지
박람회 참여 인원 2만명 추정
23일 서울 광희동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가 열리고 있다. /김수정 기자

“은행권 취업을 위해 2년간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며 준비했다. 이번 박람회에서 은행권 현장면접에 합격하면 서류전형이 면제된다. 현장면접 합격을 목표로 하고 있다. 면접이 끝나면 여러 채용 부스를 돌며 궁금한 것을 이것저것 물어볼 계획이다.”

23일 서울 광희동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개최된 ‘2023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에서 만난 강해인(27)씨는 상기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경영학과를 졸업한 강씨는 은행권 취업을 목표로 행사에 참여했다. 정장에 뾰족구두를 신고 머리를 질끈 묶은 강씨는 한 손에 쥔 자기소개서를 바라보며 여러 차례 연습을 했다. 긴장과 설렘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올해로 7회째를 맞는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는 은행과 증권, 보험, 카드, 공기업과 협회 등 64개 금융사가 참여했다. 이날 행사는 현장면접과 채용설명회, 이미지 컨설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박람회에 2만명에 달하는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했다.

오전부터 행사장인 DDP 입구는 정장 차림의 구직자로 인산인해였다. 소나기가 쏟아지는 우중충한 날씨와 다르게 구직자들은 밝고 상기된 모습이었다. 오전 10시 박람회가 시작되자 구직자들은 이력서를 들고 각 금융사 부스로 발길을 옮겼다. 구직자들은 부스 한 편에 서서 1분 자기소개를 되뇌거나 수시로 거울을 보며 미소 짓는 연습을 했다.

23일 서울 광희동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가 열리고 있다. /김수정 기자

이날 행사장에서 만난 구직자들은 취업난 속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가 구직자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았다. 박람회 참여를 위해 학과 동기들과 함께 부산에서 올라온 오수연(25)씨는 “그동안 정량 스펙을 중심으로 준비했다면 앞으로 면접 역량을 강화하고자 박람회에 참여하게 됐다”며 “국내 대부분 주요 금융사가 모인 만큼 이곳은 금융권 구직자들에게 ‘천국’이나 다름없다”고 웃음 지었다.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의 가장 큰 특징은 현장면접을 진행한다는 점이다. 사전 서류심사를 통과한 구직자를 대상으로 현장면접이 진행된다. 현장면접자 35% 이상은 우수면접자로 선발되는데, 이들은 해당 은행권에서 채용 시 1차 서류전형 면제 혜택을 받는다. 특히 지난해 6개 시중은행에서 올해 5개 지방은행이 추가로 참여해 11개 은행이 현장면접을 진행했다. 현장면접 인원도 지난해 약 1300명에서 올해 약 2300명으로 확대했다.

현장면접이 진행되는 금융사 부스 앞 일렬로 나열된 의자에 앉은 구직자들이 긴장한 얼굴로 꼿꼿하게 앉아 자신들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 농협은행 현장 채용 면접에 참여한 박준형(29)씨는 “준비를 많이 했는데 막상 면접관 앞에 서니 긴장해 전부를 다 보여주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면서도 “이번 기회를 발판 삼아 다른 면접에서는 더 자신감을 가지고 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장면접을 보러온 정장 차림의 구직자들이 아니더라도 취업 정보를 얻기 위해 사복과 교복을 입은 학생 구직자들도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경기국제통상고등학교 국제회계정보학과에 재학 중인 김태현(18)군은 “금융권 고졸 채용과 관련한 정보를 얻기 위해 오늘 박람회를 찾게 됐다”며 “현직자분들이 직접 회사에 대한 설명을 해주시니 인터넷 채용사이트를 통해 얻는 정보보다 훨씬 더 깊은 회사 정보를 들을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서민금융진흥원에서 채용 상담을 마치고 나온 송수호(28)씨는 “평소 관심 있게 보던 기업을 둘러보며 기업의 인재상이나 면접 팁 등 궁금한 점을 직접 물어봤다”며 “또 자기소개서를 바탕으로 맞춤형 컨설팅을 받았는데, 이를 바탕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23일 서울 광희동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가 열리고 있다. /김수정 기자

참여 금융사들도 구직자들을 만나 회사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직접 전달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전했다. 농협손해보험 인사담당자는 “요즘 구직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본인이 지원하고 싶은 회사에 대한 표면적인 정보는 다 알고 있다”며 “그런 만큼 이런 자리에서는 지방 순환 근무나 채용 일정 등 구체적으로 궁금한 사안에 대해 질문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구직자와 회사 모두에게 윈윈(Win-Win)이다”고 덧붙였다.

채용 박람회는 오는 24일까지 진행된다. 금융사들은 이 행사를 시작으로 서류전형과 필기 및 면접 전형 등을 거쳐 11~12월 중 하반기 신규채용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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