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가을바람과 함께 영화축제가 온다

김은형 2023. 8. 23.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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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개막작 ‘쇼잉 업’.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공

한풀 꺾인 더위와 함께 영화 축제들이 몰려온다. 관록 있는 영화제들은 본격적인 엔데믹을 맞아 축제의 규모를 키웠고 청량해진 가을바람을 만끽하며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야외 상영 축제들도 풍성하다.

24일 개막하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올해로 25회를 맞는 국내 대표적 여성영화축제다. 변할 듯 변하지 않는 현실의 벽에 끈기 있게 맞서자는 의미에서 ‘우리는 훨씬 끈질기다’라는 슬로건을 내건 이번 영화제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50개국 131편의 작품을 상영한다. 개막작 ‘쇼잉 입’은 전 세계 주요 영화 매체들이 2019년 최고 걸작으로 꼽았던 ‘퍼스트 카우’의 켈리 라이카트 감독 신작이다. 10대를 포함한 국내와 아시아 젊은 여성 감독들의 신작을 공개하는 경쟁 섹션 외에도 ‘다음 소희’ ‘수라’ 등 근래 개봉했던 여성감독들의 수작을 다시 만날 수 있다. 특히 이번 영화제는 1997년 첫 회 개막작으로 상영했던 ‘미망인’을 다시 상영한다. 이 영화를 만든 한국 최초의 여성감독 박남옥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여성감독 1세대 탐구’라는 섹션을 만들었다. 두 번째 여성 감독으로 꼽히는 홍은원 감독의 데뷔작 ‘여판사’(1962) 도 상영하고 임순례 감독의 다큐멘터리 ‘아름다운 생존: 여성 영화인이 말하는 영화’, 박 감독에 관한 다큐멘터리 ‘꿈’(2001)’ 등을 통해 박남옥 감독이 한국 영화사에 남긴 영향을 짚는다. 30일까지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과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에서 진행된다.

영화 ‘라디오 스타’ 주연배우 안성기, 박중훈과 이준익 감독(가운데). 춘천영화제 제공

‘왕의 남자’ ‘동주’ ‘박열’의 이준익 감독을 직접 만날 수 있는 영화축제도 이어진다. 다음 달 7일부터 11일까지 열리는 춘천영화제는 올해로 10회를 맞지만 아직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영화제다. 2013년 병으로 세상을 떠난 다큐멘터리스트 이성규 감독을 기리기 위해 시민 주도로 만들어졌던 이 영화제는 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 에스에프(SF)영화제로 영화제 성격이 바뀌는 등 혼란을 겪다 올해부터 규모를 키우고 종합 영화제로 성격을 재정비했다. 김형석 춘천영화제 운영위원장은 “영화제 창립 정신인 독립예술영화 상영을 강화하면서도 이준익 감독 특별전, 애니메이션 야외상영 등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섹션과 게스트 초대도 대폭 늘려 지역민을 비롯한 관객들과의 접점을 넓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준익 감독 특별전에서는 1000만 흥행작 ‘왕의 남자’(2005)와 ‘라디오스타’(2006), ‘동주’(2015) 세 작품을 상영하는데 이준익 감독뿐 아니라 이준기, 안성기, 박중훈, 최희서 등 출연배우들도 관객과의 대화에 참여한다. 혈액암 투병을 했던 배우 안성기를 오랜만에 영화제에서 만날 수 있는 자리다. 전체 62편 상영작이 춘천 공지천 인근의 ‘아울러’ 야외무대와 메가박스 남춘천에서 상영된다.

영화 ‘변산’. 한겨레 자료사진

오는 25일에는 이준익 감독의 ‘변산’(2018)을 변산해수욕장에서 이 감독과 함께 볼 수 있는 진귀한 자리도 마련된다. 올해 처음 시작하는 야외 영화 축제 ‘부안 무빙 팝업시네마’ 개막작이다.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을 가는 문화가 점차 사라지고 정동진독립영화제, 무주산골영화제 등 극장을 벗어난 야외영화축제들이 인기를 끄는데 착안한 소규모 영화 축제다. 올해는 ‘청춘’이라는 테마로 ‘변산’외에 ‘엽기적인 그녀’(2001) ‘태양은 없다’(1999)를 26일, ‘델타 보이즈’ (2017)‘젊은 남자’(1994)를 27일 변산해수욕장에서 상영한다. 배우 차태현과 곽재용 감독, 김성수 감독, 배우 백승환∙김충길, 배창호 감독 등 모든 상영작은 끝난 뒤 감독이나 출연자 등이 관객과의 대화에 나선다.

제15회 디엠지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상영작 ‘마리우폴에서의 20일’ . 디엠지국제다큐영화제 제공

다음 달 14일에는 제15회 디엠지(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가 개막한다. 올해는 민통선 안에 위치한 캠프 그리브스까지 행사를 확장해 관객들의 영화 체험을 다양화했다. 이번에 영화제는 출품작 지역 중심이던 섹션을 개편해 최근 변화하고 있는 다큐멘터리의 개념을 녹였다. 카메라와 피사체의 적정한 거리, 사실성과 객관적 시선을 위해 작가가 개입하지 않는 등의 기존 다큐멘터리의 ‘시네마 베리테’ 원칙을 깨고 드라마처럼 재연하거나 작가가 개입하는 등 경계를 허무는 작업을 ‘다큐픽션’ ‘에세이’ ‘익스펜디드’ 등 새로운 섹션을 묶어 소개하는 것이다.

왕빙, 지안프랑코 로시 등 거장의 신작들과 함께 젊은 감독들의 신작 등 54개국에서 온 147편을 21일까지 씨지브이 고양백석, 메가박스백석벨라시타 등에서 상영한다. 특히 주목할 건 우크라이나에서 오는 작품과 감독들이다. ‘정착할 수 없거나 떠날 수 없는:너무 많이 본 전쟁의 긴급성’에서는 우크라이나의 현재를 담은 작품 12편이 상영되고, 감독 6인의 전쟁 기록에 대한 포럼도 열린다. 사전예약을 하는 관객들은 파주 캠프그리브스 내 실험 다큐 상영장과 임진각, 연천 비룡전망대를 잇는 투어프로그램 ‘디엠지 다큐로드’를 영화인들과 함께 체험할 수 있다. 개막작은 칠레 군부독재 시기에 정권과 맞서는 저널리스트로 활약하다 나이 들어 알츠하이머로 투병하는 아우구스트 공고 부부의 일상을 기록한 마이테 알베르디 감독의 ‘이터널 메모리’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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