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껴안고, 이스라엘은 때리고…이란의 속내는?
미국과는 자금 동결 해제 계기로 관계 재설정
실용 외교로 최악의 경제난 해결하고 내부 단속
이란이 22일(현지시간) 무장 능력을 강화한 신형 무인기(드론)를 공개하며 이스라엘에 경고장을 날렸다. 반면 미국과는 수감자 맞교환과 석유수출대금 동결 해제를 계기로 접점을 넓히는 모습이다. 우방이었던 미국과 이스라엘 관계에 미묘한 균열이 생긴 틈을 활용한 이란의 실용 외교라는 평가가 나온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 정부는 이날 ‘국방산업의 날’을 맞아 신형 드론 ‘모하제르-10’을 공개했다. 행사엔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을 비롯해 육군과 이슬람혁명수비대 고위 관계자들이 모두 참석했다. 이란 국방부는 ‘모하제르-10’이 300㎏ 무게의 폭탄을 탑재할 수 있고, 7000m 고도에서 최고 시속 210㎞로 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대 24시간 동안 쉬지 않고 2000㎞를 이동할 수 있어 이스라엘을 직접 타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이란 정부는 ‘모하제르-10’이 이스라엘 디모나 핵시설을 내려다보며 비행하는 모습과 함께 페르시아어와 히브리어로 “석기시대로 여행할 준비를 하세요”라는 문구를 담은 현수막을 행사장에 거는 등 이스라엘을 자극했다.
이에 로이터통신은 “고조된 이란과 이스라엘의 긴장을 고스란히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이란과 이스라엘은 최근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지구서 잇따라 발생한 이스라엘인 피격 사건과 관련해 공방을 주고받았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공격 배후엔 이란이 있다”며 보복을 예고했고, 이란에 대한 제재 일부를 해제한 미국을 향해서도 강도 높은 비난 메시지를 내놨다.
반면 이란은 오랜 기간 반목한 미국과는 관계 재설정에 나섰다. 미국이 한국 등에 동결된 이란 자금을 풀어주기로 한 이후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에 대해 연일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과 이란 사이의 포로 맞교환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밝혔는데, 알자지라는 “미국 정부가 이란에 대한 신뢰를 공개적으로 표현한 드문 사례”라고 전했다.
외신들은 이란이 미국은 껴안고 이스라엘은 때리며 원하는 바를 얻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스라엘 매체 하레츠는 “이란 상황이 꽤 좋아지고 있다. 히잡 시위는 잦아들었고,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 노력도 열매를 맺고 있다”며 “하지만 최고의 성과는 미국과의 거래 성공”이라고 평가했다. 핵합의 복원을 지렛대로 미국이 부과한 제재를 풀고 최악의 경제난을 해결할 실마리를 찾았다는 의미다.
여기에 네타냐후 총리의 사법부 무력화 법안 강행 처리와 서안지구 유대인 정착촌 확장 등으로 미국과 이스라엘의 관계가 틀어진 기회를 이란이 정확히 포착했다는 시각도 있다. 내부 결속을 위해 외부의 적이 필요하고, 미국이 예전처럼 보호하지 않는 이스라엘이 가장 적합한 목표물이 됐다는 논리다.
이란 인터내셔널은 “미국은 이란 핵합의 협상에서 이스라엘을 완전히 배제한 듯 보인다”며 “이스라엘을 대하는 이란의 운신 폭이 넓어졌다”고 평가했다. 하레츠도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신뢰가 많이 떨어졌다”며 “조 바이든 행정부가 오히려 이란을 두둔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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