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치기’ 당한 ‘윤핵관’ 이철규 사무총장의 ‘배 침몰’ 비유
“나는 잠시 탄 승객 아니다”,
“좌초되면 수도권 의원 먼저 죽는다”,
“본인들 때문에 침수된 건 모르고”
당내 비판 비유 이어져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이 최근 배(선박) ‘비유 전쟁’에 빠졌다.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이 “배에 구멍을 내 침몰하게 하는 승객은 승선하지 못한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지자 당내에서 “잠시 배를 탄 승객이라고 생각해본 적 없다” “이미 난파선이다” 등 비유와 현실 진단이 이어진 것이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23일 CBS 라디오에서 “저는 잠시 배를 탄 승객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내가 이 당의 주인이다, 주인의식을 갖고 이 당의 변화와 개혁을 해보겠다는 생각만 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한 척 배라고 할 때 유 전 의원 본인이 내릴 일은 없다는 뜻이다. 그는 “배가 침몰한다면 책임은 (윤) 대통령과 윤핵관들, 당 지도부에 있다”며 “배 침몰이니 승선 못 하니 이런 말을 하는 건 공천 협박”이라고 비판했다.
배 비유의 시작점은 이 사무총장이었다. 그가 지난 16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배에 구멍을 내 침몰하게 하는 승객은 승선하지 못한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국민의힘 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특히 비윤석열계가 이 사무총장 포함 지도부를 비판할 때 배 비유를 많이 쓰고 있다.
윤상현 의원이 먼저 대립각을 세웠다. 그는 이 사무총장 발언 직후인 18일 SBS 라디오에서 “만약에 이게 당이라는 배가 잘못 좌초되거나 어려워지면 누가 가장 먼저 죽는지 아시나. 당 지도부에 있는 의원이 아니라 수도권에 있는 의원들이 가장 먼저 죽는다”며 ‘수도권 위기론’을 내세웠다. 배에 구멍이 나면 먼저 본인이 죽는데, 왜 구멍을 내겠느냐는 반문이다. 앞서 국민의힘 내에선 이 사무총장의 ‘승선’ 발언을 두고 김기현 대표 지도부에 여러 번 비판 목소리를 낸 윤 의원 등을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온 바 있다.
하태경 의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배를 수리하는 쓴소리와 배를 침몰시키는 막말, 악담을 구분 못 하는 정당은 미래가 없다”며 이 사무총장 발언에 각을 세웠다. 그는 “민주당이 국민에게 외면당한 것도 당내 쓴소리를 전부 틀어막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구멍’의 원인을 돌이켜보라고 비판했다. 그는 21일 KBS 라디오에서 “제가 얼마 전까지 선장이었던 사람인데, 그때 제 배에 구멍 내려고 했던 분들이 지금 와서 자기들이 배를 운전한다”며 “본인들이 한 것 때문에 배가 침수되는 건 전혀 모르고 누가 자꾸 사보타주(태업 내지 파괴 공작을 뜻하는 말)한다는 식으로 얘기한다”고 말했다.
이언주 전 의원은 “이미 난파선인데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느냐”고 비유를 뒤틀었다. 그는 전날인 22일 KBS 라디오에서 “선장한테 ‘이렇게 가면 다 죽어. 그러니까 빨리 수리를 하든 네가 내려오든 해야 한다’ 이야기하는데, 그 사람들한테 ‘배에 구멍을 내고 있다’ 이런 소리나 하고 있는 것”이라며 “인식이 너무나 다르다. 선장이 무능하면 선장을 바꿔야 한다”며 지도부 등에 날을 세웠다.
반면 친윤으로 분류되는 김재원 최고위원은 “우리가 예를 들어 배를 타고 가는데 승객 중의 한 사람이 밑바닥에 구멍을 내고 있다면 그 사람을 태우고 갈 수 있느냐. 또 노를 젓는 데 반대로 노를 젓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을 태우고 갈 수 있느냐는 뜻”이라며 이 사무총장 발언을 옹호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윤상현 의원께서 말씀하신 걸 제가 거론하는 건 적절치 않지만, (이 사무총장은) 단순한 지적을 넘어서 내부총질에 가까운 얘기라고 판단을 하신 것 같다”고 했다. 이 사무총장의 발언으로 알려진 “배를 침몰하게 하는”을 “내부총질”과 같은 뜻으로 해석한 것이다.
이 사무총장은 21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번 의총에서 한 발언은 일부분 왜곡된 게 있다”며 “‘승선 못 한다’가 아니라 ‘같이 (배를) 타고 나가는 사람들이 그러면 안 된다’ 이런 얘기”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국민의힘 구성원들의 배 비유는 그치지 않는 모습이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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