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실적 격차에…중소 증권사, 종투사로 '몸집 불리기' 매진

배영경 2023. 8. 23. 14: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교보證, 생명 등에 업고 유상증자…대신證, 사옥 매각 추진
"이제는 영업력 아닌 자본력이 관건"…대형·중소형 간 실적 격차도
OECD, 올해 韓성장 전망 1.6→1.5% 하향…내년 성장률도 0.2%p↓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올렸으나, 한국 경제 성장률을 종전 1.6%에서 1.5%로 하향 조정했다. 7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OECD는 이런 내용의 경제전망 보고서를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여의도 증권가 인근 모습. 2023.6.7 mon@yna.co.kr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이민영 기자 = 중소형 증권사들이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대형 증권사로 거듭나기 위한 몸집 불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자기자본 규모에 따라 영위할 수 있는 사업이 달라지는 데다, 같은 사업이라도 덩치가 크고 인지도가 높은 대형사가 유리하다 보니 체급을 키우는 데 매진 중이다.

'유증에 사옥 매각'…중소형사, 3조원 '허들' 넘으려 안간힘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교보증권은 2천500억원을 조달하기 위한 유상증자를 발표했다.

최대주주인 교보생명을 대상으로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진행해 자기자본을 2조원에 가깝게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유상증자가 끝나면 교보증권의 자기자본은 올해 2분기 말 기준 1조6천179억원에서 1조8천679억원으로 약 15.5% 증가하게 된다.

교보증권은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인가를 조기에 취득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실시하게 됐다고 배경을 밝혔다.

종투사 진입 요건인 자기자본 별도 기준 3조원에는 아직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이번 유상증자로 교보생명의 지원 속에 종투사 진출을 위한 첫 발걸음을 뗀 셈이다.

자기자본 1조원 이상 3조원 미만의 또 다른 중소형 증권사 대신증권도 종투사로 거듭나기 위해 사옥 매각을 추진 중이다.

서울 명동에 위치한 '대신343'은 지하 7층∼지상 26층 규모로 예상 매각 금액이 6천500억∼7천억원 정도일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대신증권의 자기자본은 6월 말 별도 기준 약 2조1천700억원으로 사옥 매각과 계열사 유보금 등을 총동원해 연말까지 3조원 기준에 맞춰 몸집을 키운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대신증권은 현재 이지스자산운용을 사옥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가격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소위 대형사로 불리는 종투사는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하나증권, KB증권, 메리츠증권, 신한투자증권, 키움증권 등 9곳이다.

증권사 '체급'에 따라 진출할 수 있는 사업 영역이 구분된다.

종투사의 경우 기업 신용공여 한도가 자기자본 100%에서 200%로 확대되고 헤지펀드에 자금 대출이나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도 가능해진다. 최근 일반환전 업무도 종투사 9곳에만 허용됐다.

대형사 중에서도 자기자본이 4조원 이상인 초대형사들은 자기자본의 200% 한도 안에서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어음도 발행할 수 있다.

여의도 전경, 증권가 모습 [촬영 류효림]

대형사 이익, 중소형사 10배 육박…"영업력보다는 자본력"

이처럼 회사 규모에 따라 사업 영역을 구분 짓다 보니 그간 중소형사들의 입지가 약화했던 게 사실이다.

한 중소형사 관계자는 "예전에는 증권업의 기본은 중개 비즈니스여서 자기자본과 상관없이 영업력 하나로도 돈을 벌 수 있었지만, 이제는 자기자본으로 직접 투자를 해야 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고 털어놨다.

올해 당국이 일반고객 대상 일반환전 업무를 대형사 9곳에만 허용한 데 대해서도 중소형사 일각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사실 환전업무는 자기자본 규모보다 고객기반과 시스템을 얼마나 철저히 갖추고 있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라며 "당국도 신사업을 허가할 때 자기자본 3조원을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아 무조건 덩치가 커야 유리한 구조"라고 털어놨다.

국내 증권사 대다수가 투자 중개·기업금융(IB)·운용 등을 중심으로 사업을 영위하며 차별성 없이 일제히 유사한 사업구조를 가지게 되면서 '체급'에 따른 수익성 격차가 이미 크게 벌어진 상태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대형사 9곳과 자본 1조원 이상의 중소형사 9곳(대신·한화·유안타·교보·하이·신영·현대차·BNK·IBK)의 합산 세전 손익을 비교한 결과 올해 3월 말 기준 대형사는 4천142억원으로 중소형사(450억원)의 9배 이상이었다.

세전 손익 증감률도 대형사는 1년 전 2천166억원에서 4천142억원으로 91.2% 늘었지만, 같은 기간 중소형사는 425억원에서 450억원으로 5.9% 증가하는 데 그쳤다.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세전 손익 격차는 2020년 약 4천900억원, 2021년 8천억원, 2022년 4천500억원으로 큰 편이다.

김예일 한신평 수석연구원은 "자본력을 활용하는 IB부문과 운용 부문의 수익 비중이 커지고 투자중개 부문도 대체로 자본 규모가 큰 대형사가 우수한 사업 기반을 갖추게 됐다"며 "영업순수익 창출력이 대체로 자본 규모와 비례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ykbae@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