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산업, 롯데홈쇼핑 본사 건물 매입 '찬성'에서 '반대'로 돌아서

롯데홈쇼핑 본사 건물

태광산업이 롯데홈쇼핑(법인명 우리홈쇼핑)의 서울 양평동 본사 건물 및 토지 매입 계획에 대해 '찬성'에서 '반대'로 입장을 돌렸다. 롯데홈쇼핑의 2대주주인 태광산업은 롯데 측의 번복이 없을 경우 법적 절차까지 밟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태광산업은 23일 입장문을 통해 롯데홈쇼핑을 거론하며 "지난달 열린 이사회 의결 과정에 명백한 '하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날 이사회에서도 기존 입장을 번복하지 않은 점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본사 매입 계획에 대해서는 "분명한 반대 의사를 밝힌다"고 언급했다.

이어 "태광산업은 계열사들을 포함한 실질 지분이 45% 규모인 롯데홈쇼핑의 2대 주주로서, 이를 바로잡기 위해 제반 법률 절차를 포함한 다각도의 조치를 진행할 방침"이라며 "회사 및 주주 모두를 위해 롯데그룹 측의 현명하고 신속한 조치가 먼저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롯데홈쇼핑은 지난 7월27일 개최한 이사회에서 롯데지주 및 롯데웰푸드로부터 서울 양평동 5가 소재 임차 사옥 토지 및 건물을 2039억원에 매입하기로 했다. 이 부동산은 롯데지주(64.6%)와 롯데웰푸드(35.4%)가 각각 지분을 갖고 있다.

지난 7월 이사회 당시 태광산업은 이 매입 계획에 찬성표를 던졌던 바 있다. 하지만 이후 롯데 측이 매각금액을 300억원 정도 부풀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부동산 감정평가부터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게 태광산업 측의 입장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8·15 광복절을 계기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사면된 후 그룹과 사업을 재정비하는 과정에서 나온 사실상의 첫 지시로 보고 있다.

태광산업은 "매입가와 관련, 국토건설부령 '감정평가에 관한 규칙'상 규정된 원가법이 아니라 원가법·거래사례비교법·수익환원법을 각각 20:40:40의 비중으로 가중평균하는 방식을 사용했다"며 "감정가격이 보수적 평가 방식에 비해 300억원 가량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또 "완전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받아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는 이사회 진행의 대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결의 효력에 의문을 제기할 수 밖에 없다"며 "결과적으로 롯데홈쇼핑 경영진이 이 부동산 매수 거래를 강행하는 것은 법률적으로 배임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힘을 줬다.

태광산업은 롯데홈쇼핑이 현재 심각한 실적 위기에 빠져있어서, 갑작스럽게 사옥을 매수할 상황이 아니라고 꼬집었다. 롯데홈쇼핑의 필요성 보다는, 롯데그룹의 현금 확보 목적이 큰 게 아니냐는 주장이다.

태광산업은 "롯데홈쇼핑 측이 이사회에 제공한 자료에는 막연하게 낙관적인 미래 추정치에 근거하여 단순히 연간 17억원의 개선 효과(경상이익 기준)가 있다는 내용만 언급되었을 뿐, 향후 발생 가능한 다양한 리스크 요인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며 "경상이익 개선 효과 역시 통상적이지 않은 감정평가를 이용한 것으로 신뢰할 수 없다"고 밝혔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