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칼럼] 빅테크와 문샷
최근 발표된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아마존, 메타 등 빅테크 5대 기업의 실적을 보면 모두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순이익 증가율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빅테크기업들은 전체 직원수를 3%가량 줄였다. 빅테크의 직원 규모가 줄어든 것은 사상 처음이다.
빅테크들은 그동안 심혈을 기울였던 '문샷(moonshot)' 프로젝트를 잇따라 포기하고 있다. 아마존은 대기 중에서 물을 생성하는 기술, 이산화탄소를 제트기 연료로 전환하는 기술, 증강현실(AR) 헤드셋 등 3개의 혁신 과제를 중단하기로 했다. 구글도 자율주행차 연구조직을 대폭 축소했으며, 풍선을 띄워 인터넷을 연결하려는 계획과 혈당을 실시간으로 측정해 치료제를 자동으로 투입하는 콘택트렌즈 개발 등을 멈췄다. MS도 혼합현실(XR) 연구를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했으며, 메타도 세계 과학자들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던 단백질 구조 예측 인공지능(AI) 개발팀을 해체했다. 단기 간에 수익을 낼 수 없는 프로젝트를 포기하는 것이다.
문샷은 원래 달 탐사선 발사를 의미했으나 지금은 불가능한 일에 도전하는 프로젝트라는 개념으로 쓰인다.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가능하게 만드는 혁신적인 사고를 '문샷 싱킹'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구글, 아마존 등 빅테크들은 문샷 프로젝트를 통해 혁신을 이루며 성장해 왔다. 그러나 문샷 프로젝트는 딥테크와 마찬가지로 초기 연구 단계이거나 실체는 없고 개념만 존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비용은 아주 많이 들지만 상용화가 이루어진 것은 극히 드물고 설사 상용화 단계에 도달해도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가 될지 어떤 문제가 나타날지 수익성이 있을지 알 수 없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고금리와 인플레이션 등 경제침체 국면을 맞으면서 빅테크도 미래에 대한 불확실한 투자보다는 수익성과 주주 환원에 더 관심이 많아졌다. 실패확률이 높은 문샷 프로젝트보다는 클라우드, AI 등 향후 더 높은 수익성이 기대되는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빠른 시간에 돈을 벌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빅테크들은 최근 게임체인저로 우뚝 선 생성 AI에 투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수익성이 좋아지면서 보다 과감하게 베팅할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최근 6개월 이상 신기록을 수립하던 오픈 AI의 챗GPT가 잠시 주춤하자 애플은 아이폰에 특화된 자체 개발 생성 AI 내부테스트에 돌입했다. MS는 경쟁사인 메타와 AI사업을 위한 깜짝 제휴를 선언했다. 메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특화 챗봇을 공개했다. 일론 머스크는 xAI라는 회사를 새롭게 출범시켰다. 생성 AI를 둘러싼 글로벌 빅테크들의 경쟁이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네이버와 카카오의 등판이 임박했다. 삼성은 자체 생성 AI 개발에 착수했고, LG는 MS와 손잡고 기업간거래(B2B)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으며, SK는 금융·유통 분야 생성 AI 토털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글로벌 플랫폼기업과 '맞짱' 뜨고 있는 거의 유일한 나라다. 그러나 이제 생성 AI의 등장으로 그나마 선방하고 있던 플랫폼의 미래도 불투명해졌다. 위험에 빠질 가능성도 높고 새로운 돌파구가 생길 수도 있다. 커다란 기회와 위협이 공존하는 변곡점에 서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기업들은 격차가 너무 큰 글로벌 빅테크와는 경쟁을 포기하고 주로 국내기업을 대상으로 B2B 특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전략으로 작은 시장을 놓고 국내에서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관련 기업들의 역량을 한데 모아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에서 글로벌 사업자에 공동으로 대항하자는 의견도 있으나 실현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세계 최고의 강자들이 모든 화력을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골리앗을 상대할 다윗의 문샷 싱킹이 절실하다. 국가차원에서도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hsryou60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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